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기억과 위로, 치유의 대화' 사회적 참사 유가족 간담회를 하며 참석 유가족들을 향해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사회적 참사 유가족과의 대화에 나섰다. 지난 정부들에서 발생한 사건들이지만, 이 대통령은 자신이 현직 책임자라며 유가족들에게 직접 사과했다.
이 대통령은 16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억과 위로, 치유의 대화'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번 행사는 사회적 참사 유가족과 해당 참사에 대한 내용을 대화하는 자리였다.
행사에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 이태원 참사, 지난해 발생한 12·29 여객기 참사, 세월호 참사 등 사회적 참사 유가족 207명이 초대됐다.
정부 측에서도 관계자가 총동원돼 대화에 나섰다.
대통령실에서는 비서실장과 정책실장, 경청통합수석비서관, 사회수석, 민정수석이 참석했다. 정부에서는 강희업 국토부 제2차관, 김광용 행안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김성범 해수부 차관, 이형훈 복지부 제2차관, 권창준 고용부 차관, 이동옥 충청북도 행정부지사,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 등이 모두 나와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경청했다.
이 대통령은 "국가의 제1의 책임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며 "국가가 국민이 위협을 받을 때, 보호받아야 할 때 그 자리에 있지 못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 사회에 생명보다 돈을 중시하는 잘못된 풍토가 있었기 때문에 죽지 않아도 될 사람이 죽는 일이 발생했다"며 현 세태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될 정부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유명을 달리했다는 점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정부를 대표해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개 숙여 사과에 나섰다.
아울러 "충분히 검토하고 가능한 모든 범위 안에서 필요한 일들을 최선을 다해 해 나가겠다"며 "다시는 국가의 부재로 인한 억울한 국민이 생기지 않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지난달 12일 이태원 참사 현장을 방문한 당일 이날 행사 준비를 지시할 만큼 사회적 참사를 직접 챙겨왔다고 전했다.
이 대통령의 사과에 일부 유가족들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였다.
이 대통령의 모두 발언이 끝나자, 유가족들은 자리를 마련한 이 대통령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는 한편, 참사별 유가족들에게 필요한 내용을 전달했다.
유가족들은 △사고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 △책임자 처벌 △재난 유가족 지원 매뉴얼 법제화 △추모비 또는 추모공간 조성 △대통령의 추모행사 직접 참석 △관련 정보 공개 △관련 조사위원회 독립 △재발 방지를 위한 전수 점검 △트라우마 센터 설립 등 심리회복 지원 등을 제안했다.
이어진 2시간가량의 비공개 간담회는 유가족들이 세부적인 내용을 질문하고, 이 대통령과 각 부처 관계자들이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 대통령은 행사를 마무리하며 "사고도 마음 아픈데 사고 후에 책임자인 정부 당국자의 이해할 수 없는 태도가 더 마음 아팠을 것"이라며 "안전한 사회, 돈 때문에 생명을 가벼이 여기지 않는 사회, 목숨을 비용으로 치환하지 않는 사회를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대통령실은 시간적 제약으로 발언 기회를 얻지 못한 유족을 위해 영빈관 입구에 '마음으로 듣겠습니다'라는 편지 서식을 비치, 추후 제출된 참석자의 의견을 이 대통령이 직접 들을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