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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잘 하는 직원과 게으른 직원을 구별하는 가장 좋은 질문이 뭔지 아나?'''' 유태계 미국인인 한 친구가 한 질문이다.

''''답은 간단해. 유능한 직원이라면 자기가 한 일의 성과가 나오는 월급날이 가장 기다려지고 무능하고 게으른 친구라면 휴일이 그립겠지''''

그런데, 이 월급이라는 것이 참 번역하기 까다로운 말이다. 거의 매달 지급되는 한국의 월급개념과는 달리 미국이나 서구 각 나라에서는 주급, 연봉 등 급료를 지불하는 주기가 각각이다.

물론 우리나라 월급을 영어로 번역하라면 ''''monthly pay'''', 드물게 일주일에 한번씩 받는 급료라면 ''''weekly pay''''라고 하면 되지만 주급받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일용직 노동자가 매일 받는 것은 그럼 ''''daily pay''''일까? 그렇지는 않다. 그 경우에는 우리말로는 노임(勞賃)이라고 할 수 있는 ''''wage''''가 가장 적당하다.

직장을 그만두고 나면 받는 퇴직금도 종류는 각각이다. 일반 직장에서 정년이나 명예퇴직을 하면 ''''retirement pay''''나 ''''retirement allotment''''라면 되지만 탄광이나 공장에서 일하다 강제로 해고당한 노동자가 받는 돈은 ''''redundancy''''가 더 어울린다. 같은 퇴직금이지만 강제로 해고됐다는 이미지가 아주 강하다.

해직수당은 ''''severance pay''''라고도 한다.

서양언어에서는 우리와는 달리 그 사람이 얼마 주기로 급료를 받느냐보다는 어떤 일에 종사해 버는 돈인가가 더 관건이 된다. 보통 가장 많이 사용하는 ''''pay''''는 아주 큰 개념으로 일해서 번 돈은 다 해당되지만 공무원이나 기타 사무직이 받는 급료는 ''''salary''''다.

변호사 같은 법조인이 의뢰인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받는 돈은 ''''fee''''이고 건물 등을 임대해 받는 것은 ''''rent''''다. 굳이 우리말로 하면 입대수입이라고 하면 되겠다.

마지막으로 성직자에게 지급하는 월급은 ''''stipend''''로 따로 구분짓는다. 그 이유는 노동을 해서 창출하는 이윤의 구별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독일이나 스페인처럼 종교세를 지정해 자기가 속한 교회에 세금을 내거나 아무 종교가 없으면 적십자 같은 구호단체에 돈을 주면 헌금수입과 함께 성직자에게 정해진 월급만 지급하는 것이 관례다.

실업자가 늘고 노동 및 해고문제로 소송도 늘어나는 마당에 이런 직종간의 수입을 구분하고 퇴직금의 내역까지 알 수 있는 용어가 새로 생긴다면 외국어학습은 물론이고 세월이 지나 사회가 변하는 모습을 언어에도 반영할 수 있을 것 같다.

외국어를 잘 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우리에게는 없는 제도도 나름대로 우리말로 바꿔 기억하고 있다. 문화와 제도가 다른 나라의 언어를 공부하는데는 자기 말에 없는 이런 구분은 스스로 만들어 기억창고에 보관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말에도 일하는 사람이 어떤 직종에 종사했는지에 따라 수입을 구분하는 말이 딱 하나 있기는 하다. 바로 여의도의 정치 1번지인 국회에서 농성을 하기도 하고 단식투쟁이나 심지어 몸싸움까지 벌이는 국회의원이 받는 세비(歲費)가 바로 그것이다.

이 세비라는 말은 원래 우리말이 아니다. 일제시대에 이미 없어진, 조선왕조의 후손들에게 일제가 품위유지 등을 명목으로 지급한 돈에 세비라는 말을 붙인 것이 그 시작이다.

일제잔재의 청산을 부르짖는 국회의원들은 자기들이 받는 세비라는 명칭부터 없애고 국민의 머슴이 되겠다는 신념 하에 ''세경''을 받는 것은 어떨지 권하고 싶다.

※ 이서규 통신원은 영어, 독일어, 에스파냐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등 5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한국 토박이로, <교과서를 덮으면 외국어가 춤춘다>의 저자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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