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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昌, 햇볕정책 놓고 ''9년만의 맞대결''

DJ "햇볕정책 탓은 이치 안 맞는 소리 vs 이회창 "햇볕정책 때문에 긴장 악화"

김대중

 

지난 1997년 대선에서 맞붙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19일 거의 9년만에 다시 맞붙었다. 이번엔 ''표'' 대결이 아닌 ''강연'' 대결을 통해서다.

이날 오전 이 전 총재가 동국포럼 주최로 세종문화회관에서 조찬 강연회를 가진 데 이어, 오후엔 김 전 대통령이 개교 60주년을 맞은 서울대에서 초청 특강을 가진 것.

이 전 총재와 김 전 대통령의 강연 주제는 각각 ''우리의 생존과 미래''와 ''21세기 도전과 한국의 선택''으로 얼핏 비슷했지만, 그 내용만큼은 사뭇 견해를 달리하며 평행선을 달렸다.

◇昌 "햇볕정책 때문에 긴장 악화" vs DJ "햇볕정책 탓은 이치 안 맞는 소리"

두 사람의 이날 강연은 역시 북한 핵 실험과 관련, 햇볕정책의 성과에 대한 평가를 놓고 첨예하게 맞붙었다. 먼저 ''창(槍)''을 꺼내든 건 이회창 전 총재.

이 전 총재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포용정책이 대북정책을 실패로 이끌었다"고 비판했다.

특히 김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에 대해 "남북관계가 겉으로 조금 원활해졌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북의 핵무기 개발로 전쟁 위협이 더 커졌다"면서 "목표한 변화는 없고 긴장 상태가 오히려 악화됐다"고 깎아내렸다.

반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북한의 핵무기 제조를 햇볕정책 탓으로 돌리는 것은 이치에도, 현실에도 맞지 않는 소리"라며 반박했다.

김 전 대통령은 "북한이 ''남한에서 햇볕정책을 하니까 핵을 만들었다''고 말한 적이 있느냐"며 "오히려 그들은 ''미국이 대화에 응하지 않고 못살게 해서 핵무기를 만들었다''고 얘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햇볕정책을 통해 화해 협력의 길을 열면서 남북 긴장이 크게 완화됐다"며 이 전 총재의 지적에 정면 반발했다.

6.15 정상회담 이전 같았으면 작금의 상황에서 남한 내에는 일대 공포 분위기가 생기고 피난 소동이 일어났을 것이란 주장이다.

◇昌 "우리도 핵무장 검토해야" vs DJ "외교적 해결이 중요"

한편 이회창 전 총재는 이날 강연에서 "북핵과 관련된 상황이 악화될 경우 한국도 핵무장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의 핵보유가 기정사실화되면 한미동맹 약화와 핵군비 경쟁 가열로 인해 일본 등 주변국이 핵개발에 나설 수도 있으며, 이 경우 한국 역시 장기적으로는 핵무기 개발을 검토해야 한다는 것.

이 전 총재는 "핵 잠재력만으로는 대북 억제력이 없다"며 "우리 스스로가 핵 능력으로 상대 핵 국가를 억제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반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외교''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한국은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외교가 생명인데도 외교에 관심이 너무 적다"며 "성질이 급해서 외교를 그르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 전 대통령은 "미일중러 4대국 외교는 우리 운명의 열쇠를 쥐고 있다"며 "확고한 자주독립 의식을 견지하면서 정교한 강대국 외교를 실천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昌 "대북지원 계속하면 저항운동 펼쳐야" vs DJ "안보에 도움"

이회창 전 총재는 또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에 대해 "정부가 대북 압박정책 대신 지원협력 정책을 유지한다면 정권에 대한 시민불복종 운동이라도 벌여야 한다"며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반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이 우리 안보에 도움을 주고 있다"며 "우리가 북측으로 각기 5km, 10km까지 진출한 것은 휴전선이 그만큼 북쪽으로 올라간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결국 두 사람이 이날 강연을 통해 사안마다 상반된 의견 차이를 나타낸 셈이다.

◇昌 "나라 위태로울 때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

이같은 의견 차이에도 불구, 두 사람에겐 공통점도 있다. 대선 패배 이후 정계 은퇴를 한 적이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 다시 정계에 복귀함으로써 결국 ''4수'' 끝에 대권 쟁취에 성공했지만, 이회창 전 총재는 연거푸 대선에 패배한 뒤 정계를 은퇴해 여전히 재야에 머물러있는 상태다.

이와 관련, 이 전 총재는 이날 강연에서 일부 참석자들의 정계 복귀 요구에 "충고는 감사히 받겠다"며 "내 자신이 뭐가 되겠다거나 무슨 자리에 들어가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그러나 "다만 나라가 위태로울 때 무슨 일이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라고 언급, 조건이 형성되면 정계 복귀할 수도 있음을 강력히 시사했다.

이날 오전 CBS 뉴스레이다에 출연한 열린우리당 김형주 의원은 "한나라당 내부에서 이 전 총재의 복귀를 암암리에 추대하는 분들도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이 전 총재가 올 연말 정치 전면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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