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출신 화가로 스페인에 망명한 뒤 장엄한 종교화를 남긴 엘 그레코의 작품 3점이 400년만에 서로 만났다.
15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스페인 마드리드에 있는 프라도박물관은 엘 그레코의 그림 3점을 한자리에 모으는데 성공했다.
엘 그레코는 6년이란 기간을 투자해 죽기 1년전인 1613년 스페인 중부 톨레도대성당의 제대 배경을 장식하기 위해 ''''원죄없이 잉태하신 마리아''''라는 대형 그림을 그린 바 있다. 마리아의 모습과 함께 뒤에서 천사들이 합창을 하는 모습을 묘사한 이 그림은 그러나 제대 벽면의 중앙만을 장식할 뿐 나머지 옆 벽은 성 베드로와 성 일데폰소의 모습이 담긴 다른 그림이 있었다.
이 3점의 그림이 서로 합쳐져야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것이지만 지난 400년간 서로 헤어져 있어야 했다.
작품을 의뢰한 톨레도대성당이 대금지급을 미룬데다 당시 이 성당 신자로서 신비주의신학에 빠진 이사벨 데 오바예가 엘 그레코의 작품을 불경스럽게 봤기 때문이다.
결국 ''''원죄없이 잉태하신 마리아''''는 성당의 중앙제대에 자리잡았지만 나머지 2점의 그림은 스페인 국왕 펠리페 2세가 건립한 마드리드 북쪽에 위치한 왕국 엘 에스코리알 궁전에 전시됐다.
이번 전시를 추진한 프라도박물관의 큐레이터 호세 알바레스 로페라는 ''''21세기를 살아가는 미술 애호가로서의 특권이라면 이제 합쳐진 엘 그레코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것''''이라며 기뻐했다.
높이 3.48m의 이 그림들은 캔버스에 유화로 그려진 것으로 엘 그레코가 노년기에 접어들어 그린 걸작들이다.
특히, 어두운 배경을 즐기던 엘 그레코가 파격적인 회색빛을 띈 녹색이나 노란색, 붉은색을 사용해 노년기의 거장이 색에 대한 식견을 달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엘 그레코란 이름은 그리스인이란 뜻이며 엘 그레코의 본명은 도메니코스 테오토코폴로스이다.
그리스 크레타섬의 칸디아에서 태어난 엘 그레코는 이탈리아 르네상스 거장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영향을 받았고 조국인 동로마제국이 오스만투르크의 위협을 받지 스페인에 망명했다.
스페인에서 엘 그레코는 ''''그리스도의 세례'''', ''''오르테가 백작의 매장'''', ''''성 마우리티우스의 순교''''등 장엄한 분위기의 종교화로 유명해졌다.
노컷뉴스 이서규기자 wangsobang@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