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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상장 ''팬엔터'' 박영석 대표, "음반 팔려고 ''겨울연가'' 제작"

직상장 ''팬엔터'' 박영석 대표, "음반 팔려고 ''겨울연가'' 제작"

[노컷인터뷰]음반 낸 가수 출신..88년 이상우 음반 제작으로 본격 대중문화계 투신

박영석

 

우회상장으로 코스닥 시장에 입성하는 것이 일반적인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보기 드물게 직상장을 고집한 회사가 있다.

2002년 배용준을 ''욘사마''로 만들었던 드라마 ''겨울연가''의 제작사 팬엔터테인먼트다.

코스닥 상장을 위해선 회사 규모와 재무 상태 등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는데다가 까다로운 상장예비심사도 통과해야 한다. 회사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껍데기 주식에 우회상장하면서 발생하는 상당한 차익 때문에 엔터테인머트 회사들은 그간 우회상장을 고집해왔다.

팬엔터테인먼트가 이런 우회상장의 방법을 택하지 않은 것은 회사 공개에 대한 자신감 때문이라 볼 수 있는 셈.

상장된 주식이 거래를 일주일 가량 마친 14일 서울 반포의 팬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만난 박영석(예명 박동아) 대표는 우회 상장을 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직상장이 원칙 아닌가"라고 반문한 뒤 "원칙대로 한 것 뿐인데 업계 이단아가 됐다"며 웃었다.

이날 팬엔터테인먼트 종가는 공모가 7,000원에 못미치는 6,670원. 상장 후 주가가 오르지도 않았지만 박 대표의 얼굴에선 여유가 뭍어난다.

"다른 회사들이야 우회상장을 통해 단기 차익 실현을 해야 하니까 상장 후 빨리 수배에서 수십배까지 주가가 올라가게 그림을 그립니다. 하지만 우리는 결정된 공모가대로 시작해 앞으로 회사 수익을 통해 주주들에게 수익을 안겨 줄 것이기 때문에 지난 일주일의 성적표에는 일희일비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박영석

 

20억 들인 ''겨울연가'' 260억 수익..이를 기반으로 상장

팬엔터테인먼트가 직상장을 할 수 있게 된 원동력은 뭐니뭐니해도 20억을 들인 드라마 ''겨울연가''가 지금까지도 창출하고 있는 260억원의 수익. ''겨울연가'' 덕분에 현금 유동성을 높일 수 있었던 팬엔터테인먼트는 이를 기반으로 상장을 추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본에서 DVD만 60만 세트가 넘게 나갔습니다. 그에 따른 수익만 120억을 올렸죠. 겨울연가 OST는 우리가 직접 제작, 일본에 수출해 이 역시 총 100억 가까운 이익을 남겼습니다. 겨울연가가 창출하는 일본에서의 수익을 통해 일본 시장에 눈을 뜨게 됐고, 국내용 만이 아닌 일본을 시장을 겨냥하는 사전 전작 드라마의 필요성도 느끼게 됐죠."

수백억의 수익 뿐 박 대표에게 ''겨울연가''는 여러모로 특별한 작품이다. 드라마 판매로는 큰 돈이 되지 않을 것이라 판단, OST를 팔아 돈을 벌어보렸다는 생각으로 ''겨울연가''를 홍보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마음으로 ''겨울연가'' 마케팅을 했습니다. ''미친놈'' 소리도 많이 들었죠. 업계에선 보기 드물게 스포츠신문과 버스, 지하철에 드라마 광고를 했습니다. 심지어 케이블 TV에도 배경 음악과 함께 광고를 내보냈죠"

''겨울 연가'' 방영 당시 MBC와 SBS에서 ''상도''와 ''여인천하''를 방송하고 있었다. 박 대표는 "워낙 두 드라마가 인기가 많아 이 작품을 연출한 윤석호 감독도 이 시간대에 경쟁을 피하려 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박 대표는 다른 드라마들이 사극인 점에 주목, 학생층을 잡아보자는 마음으로 방학 때 방송 전파를 태웠다.

그렇게 탄생한 게 ''겨울연가''다.

"아들의 문화적 선호에서 트랜드 읽어"

자신 역시 ''박동아''라는 예명으로 활동 했던 가수 출신으로 이상우 이정현 싸이 조PD 등의 음반을 제작하기도 한 박 대표가 드라마 외주제작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는 이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내놨다.

"깊게 생각할 게 없어요. 전 제 아들이 무엇에 관심이 있느냐에 따라서 트랜드를 읽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 아들 녀석이 CD를 사지 않고 MP3 플레이어를 갖고 다니는 것을 보고 음반은 더이상 돈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때 드라마 외주제작에 눈을 돌렸죠."

트랜드의 바로미터가 되는 박 대표의 아들이 요즘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은 뮤지컬 등 공연. 이에 따라 그는 조만간 공연 등에도 사업을 확장시킬 생각이다. 또 시트콤 등 드라마와 토크쇼, 교양 프로그램도 제작할 생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기본이 되는 것은 드라마 제작. 문영남 박은령 등 스타 작가들과 계약을 맺은만큼 스타 캐스팅 등 ''화제성''에 기댄 드라마보다는 대본에 충실한 드라마를 만들 계획이다. 또 이번에 주식 공모를 통해 조달한 자금 90억원 가량은 사전 전작 드라마 제작에 사용할 예정이다.

팬엔터테인먼트는 최진실의 컴백작으로 화제를 모은 ''장미빛 인생''을 비롯, ''구미호 외전'' ''여름향기'' 등의 드라마를 제작했고,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KBS 2TV 주말극 ''소문난 칠공주''를 만들고 있다.

칠공주

 

동아제약 근무 시절 1집 음반 내..''박동아'' 예명도 여기에서 차용

박 대표는 70년대 후반 ''동아제약'' 연구소에 5년여간 근무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당시 그는 피펫으로 각종 약품을 실험용 쥐에게 주입하는 세밀하고도 정교한 일 등을 수행해야 했다.

"회사 생활을 통해 원칙과 정도의 중요성에 대해 깨달았습니다. 그 기반이 지금 회사를 경영하는데 밑거름이 되고 있기도 하고요."

이 시절 그는 음반을 취입해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박동아''라는 예명도 회사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자신의 음반 홍보를 하기 위해 방송사에 직접 돌아다니며 판촉용 박카스를 돌렸다.

그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매니지먼트사의 방송사, 언론사에 대한 판촉용 음료수 돌리기 전통은 내가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하지만 가요계는 그에게 ''스타''란 수식어를 쉽게 허락하지 않았다. 그는 대신 88년 강변가요제 금상 수상자인 가수 이상우의 음반 기획자이자 매니저로 활동하며 대중문화계에 뛰어들었다.

"가수 활동을 시작할 때, ''내가 데뷔했으니 조용필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자신만만하게 말하고 다녔어요. 결국 가요계에서 조용필은 누르지 못했지만 결국 드라마 제작을 통해 다른 분야에서 이런 성과를 거두게 됐네요."

방송사에 길이 남을 드라마를 만들었지만 박 대표는 자신에 대해 ''영원한 매니저''라고 말하길 꺼리지 않는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앞으로도 대중 문화계를 이끌겠다는 소신이다.

올해 상장을 통해 기업 성장의 기틀을 마련한 팬 엔터테인먼트. 앞으로 이 회사가 한국을 넘어 아시아 대중문화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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