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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릴 수 있는 환자도 죽어나가"…한 레지던트의 절규



보건/의료

    "살릴 수 있는 환자도 죽어나가"…한 레지던트의 절규

    [기형적 수가 리포트②] 생명 다루는 수술과, 저수가에 직격탄

    자료사진/노컷뉴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습니다)

     

    의사협회의 3월 총파업 예고를 계기로 건강보험 수가 불균형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고질적 저수가로 인해 병의원이 건강보험이 안되는 값비싼 비급여 항목으로 이윤을 내려다보니 과잉진료는 물론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도 커지는 상황이다. 의사와 환자 모두 손해를 보는 구조 속에서 사보험 시장만 비대해지고 있다. 하지만 수가 문제는 의사들의 밥그릇 싸움이라는 편견과 건강보험료 인상이라는 민감한 주제에 묶여 제대로 토론조차 되지 못했다. CBS는 연속기획을 통해 현행 건강보험 수가 체계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해본다. [편집자주]

    ◈"우리 병원에서는 10년 전부터 흉부외과 레지던트가 없다"

    경기도 한 대학병원 응급실 레지던트 3년차 의사가 쓴 글이 1년 전 SNS상에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이 의사는 자신이 응급실에서 목격해온 불편한 진실을 털어놨다. 무려 10년간 흉부외과 레지던트가 없었던 곳에 근무하면서 어쩔수 없이 죽어간 환자들의 이야기였다.

    50대 급성 심근경색 환자가 부인의 심폐소생술 덕분에 통증에 반응이 있는 상태로 병원에 들어왔지만 흉부외과 의사의 부재로 결국 죽음을 맞이했다.

    경운기에 깔린 50대가 다발성 골절과 혈흉으로 응급수술을 받아야했지만 2시간만에 교수가 도착해 배를 열어보지도 못하고 죽은 사례도 있다.

    60대 자전거 사고 환자 역시 다발성 갈비뼈 골절이었지만 병원 내원 4시간만에 흉부외과 교수가 도착해 역시 수술방에 올라가자마자 사망했다.

    이 레지던트는 시간을 다퉈 치료를 받았다면 충분히 살 수 있었던 환자들이 허망하게 죽어나가는 것을 목격하면서 의사로서 죄책감과 무기력감을 느끼고 있었다.

    환자들이 운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제도와 시스템 때문에 상당수 외상 응급환자들이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이다.

    이 병원에 10년간 흉부외과 레지던트가 없었던 것은 결국 현행 건강보험의 구조적 문제가 하나의 원인이 됐다고 볼 수 있다. 외과나 흉부외과는 환자의 생명을 다루지만 수가가 낮아 전문의들이 기피하는 과 중 하나이다.

    서울 모 대학병원에서 일한 인턴 A(27)씨는 "흉부외과에 관심이 있어 지원하려했지만 인력이 부족하고 노동강도는 큰 데 수입은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았다"며 "선배들이 너무 힘들어하는 것을 보고 결국 다른 과를 지원했다"고 털어놨다.

    대한병원협회가 보건복지부에 제출한 2013년도 레지던트 지원현황에 따르면 60명 정원인 흉부외과 전공의 모집에 단 26명만 지원해 43%의 지원율에 그쳤다. 최근 5년간 흉부외과 전공의 확보율도 2008년 43%, 2009년 27%, 2010년 47%, 2011년 36%, 2012년 41% 로 절반을 넘긴 적이 한 번도 없다.

    ◈수술·처치 등 노동력 수가 낮아…메스 내려놓는 외과의사들

    이처럼 건강보험 저수가는 과를 막론하고 의료계 전반적인 현상이지만 과별로도 편차가 심각하다. 특히 기계로 하는 검사 등은 수가가 상대적으로 잘 보존되는데 반해 인간의 손으로 하는 수술이나 처치에 대해서는 수가가 낮게 측정돼 있다. 흉부외과, 산부인과, 비뇨기과 등이 특히 어려움에 처한 과이다.

    2012년 '유형별 상대가치 개선을 위한 의료기관 회계조사 연구'(신영석 박사)를 보면 행위 유형별로 수가의 편차가 심하다는 것이 드러난다.

    연구에 따르면 의원급에서 건강보험이 되는 의료행위를 기본진료, 검체검사, 처치, 기능검사, 수술, 영상 등 6가지로 구분했을 때 기본진료의 건강보험 원가보존율은 108.7%, 검체검사의 원가보존율은 107.5%로 원가를 넘겼다.

    하지만 수술(62.6%)을 비롯해 처치(92.4%), 기능검사(74.3%), 영상(56.2%)은 원가 100%를 못넘겨 전체 평균 건강보험 원가보존율이 95.3%로 조사됐다. 많은 동네 의원들이 수술을 포기하는 이유이다.

    종합병원이나 상급종합병원도 마찬가지였다. 상급병원의 수술 건강보험 원가보존율은 71.74%에 불과했고, 종합병원도 91.25%로 원가에 못미쳤다. 반면 영상검사나 검체검사 등 검사 항목은 원가보다 높았다.

    수술이나 처치는 원가보다 손해를 보고, 각종 검사나 비급여로 이윤을 메우는 구조인 셈이다. 때문에 수술과는 갈수록 기피하면서 응급 환자들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목숨을 잃는 등 의료현장이 왜곡되고 있다.

    흉부외과, 산부인과 전문의 중 병원에 남은 이들은 인력 부족으로 과로에 시달리고, 개원한 전문의들은 자신의 전공을 떠나 점을 빼거나 피부관리, 성형수술에 뛰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에서도 문제를 오랜기간 인식하고는 있지만 외과 수당인상 등 미봉책만 내놨다. 특히 과별로 이해관계가 엇갈려 수가는 쉽게 건드리지 못한다고 항변한다.

    현재 건강보험 수가는 전체 총액을 정해놓고 각 과의 행위별로 점수를 매겨 산정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한 곳의 지원을 높이면 다른 곳의 지원은 줄어드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복지부 보험급여과 관계자는 "총액이 한정돼 있기 때문에 과별로 이해관계가 민감하다. 한 쪽을 늘리면 한 쪽은 줄어드는 풍선효과가 발생해서 수가 체계를 쉽게 건드리지 못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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