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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는 양심버리고 '1분진료', 환자는 비급여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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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의료

    의사는 양심버리고 '1분진료', 환자는 비급여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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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형적 수가 리포트 ①] 저수가, 밥그릇 싸움만이 아닌 이유

    의사협회의 3월 총파업 예고를 계기로 건강보험 수가 불균형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고질적 저수가로 인해 병의원이 건강보험이 안되는 값비싼 비급여 항목으로 이윤을 내려다보니 과잉진료는 물론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도 커지는 상황이다. 의사와 환자 모두 손해를 보는 구조 속에서 사보험 시장만 비대해지고 있다. 하지만 수가 문제는 의사들의 밥그릇 싸움이라는 편견과 건강보험료 인상이라는 민감한 주제에 묶여 제대로 토론조차 되지 못했다. CBS는 연속기획을 통해 현행 건강보험 수가 체계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해본다. [편집자주]

    (사진=이미지비트 제공)
    # 경기도 모 종합병원 정신과 레지던트 4년차인 김모(33)씨는 치료받아야 할 환자를 억지로 돌려보내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었다. 의료급여 환자들이 입원을 하려고 오면 무조건 돌려보내라는 병원의 지시가 내려지기 때문이다. 실수로라도 입원시키면 윗선에서 난리가 났다.

    의료급여 환자들은 워낙 수가가 낮아 입원을 시킬수록 손해이기 때문에 실적 관리가 중요한 교수들은 레지던트들을 시켜 환자를 어떻게 해서든 돌려보낸다. 이 씨는 "의사로서 양심을 지키고 싶지만 병원이나 교수들 지시에 매어있는 입장에서 할 수 있는게 없다"며 "하루하루 패배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 서울 종로구에서 내과를 개원한 이모(43)씨는 하루에 환자 70명 이상을 채워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끼며 하루를 시작한다. 한 명을 진료하는데 의원에서 받는 돈은 대략 7천원 정도. "수가가 낮기 때문에 최대한 환자를 많이 봐야 이윤을 남길 수 있다는 압박감에 시달린다"고 털어놓는다.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자가 와도 충분히 시간을 내지 못한다. 대신 한 번 더 방문하라며 재원을 권유해 진료횟수를 늘린다. 꼭 필요하지 않은데도 수면내시경이나 영양주사같은 비급여 진료를 한번 더 권하기도 한다. '박리다매' (薄利多賣)식 진료에 때때로 회의를 느끼지만 건물 임대료와 직원들 월급을 생각하면 1분진료를 할 수밖에 없는게 현실이라고 한 숨을 내쉬었다.

    # 서울 동대문구에서 정형외과를 운영하고 있는 조모(40)씨는 몇 해 전부터 수술은 사실상 포기했다. 아무리 간단한 봉합이라도 수술환자가 오면 무조건 다른 병원으로 돌려보낸다. 수술을 해도 2만원 정도밖에 남지 않는 상황에서 수술방을 유지, 관리할 경제적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 시간에 다른 환자들을 최대한 많이 봐서 이윤을 남겨야 한다는 것이 조 씨의 설명이다. 내성발톱이나 티눈제거 등 간단한 수술도 이제는 하지 않는다. 조 씨는 흉부외과, 비뇨기과 등 다른 과들도 상황이 마찬가지라며 각 과들의 정체성이 점차 옅어지고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건강보험 항목으로는 수지 안맞아.. 비급여로 돈번다

    위 사례들은 대한민국 의료 현장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환자를 불법적으로 돌려보내는 극단적인 상황부터 불필요한 과잉 진료나 성의없는 1분 진료까지, 광범위하게는 수가 문제에서 파생되는 문제들이다.

    저수가(低數價)는 한마디로 건강보험에서 의료기관에 보존해주는 돈이 진료 원가에 못미치는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진료 원가가 과연 얼마냐를 두고 논쟁이 있어 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제이기도 하다. 의사들이 한 달에 얼마를 벌어야 적당하느냐를 두고 각계 시각차가 크기 때문에 원가를 산정하기 어렵고 이 부분은 여전히 논쟁거리이다.

    의사의 적정 수익 규모에 따라 원가보존율이 달라질 수 있는데다, 의료기관의 경영자료를 수집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에 객관적인 데이터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수가를 올려달라는 의료계의 요구는 밥그릇 싸움, 집단 이기주의로 비쳐지면서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 건강보험의 저수가 문제는 정부에서도 어느정도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건강보험 급여 항목만을 가지고는 병,의원을 제대로 운영할 수 없다는 것은 통상적으로도, 학술적으로도 인정되는 분위기이다.

    가장 최근에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공동 발주한 연구를 보면 저수가의 실태가 어느정도 드러난다.

    큰 병원이나 개인 의원이나 할 것 없이 건강보험 급여 항목에서는 원가보다 다소 손해를 보고, 비급여 항목으로 이윤을 남기는 구조로 돼 있었다.

    2012년 신영석 보건사회연구원 부원장 등이 참여한 '유형별 상대가치 개선을 위한 의료기관 회계조사 연구'에 따르면 건강보험급여 원가보존율은 상급병원 82.04%, 병원 86.36%, 의원 95.31%로 평균으로는 89.19%로 조사됐다.

    즉, 현행 건강보험은 원가(100%)에 89%밖에 못미치는 저수가 구조임이 정부기관 연구에 의해 사실상 증명된 것이다.

    의료기관은 대신 환자들이 100% 부담하는 비급여 항목으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 비급여를 모두 합친 의료기관의 총 원가보존율은 상급병원 102.06%, 병원 101.83%, 의원 110.09% 등 평균105.93%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에서도 최근 자체 샘플링을 통해 비공개 조사를 하자, 비슷한 결과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건강보험이 되는 진료만으로는 의료기관의 경영이 사실상 어렵다.

    ◈물가승승률 못 미쳐...저수가 고착화로 진료 왜곡 심각

    특히, 의약분업 사태 직후인 2001년에 수가가 7%대로 크게 한번 인상됐지만, 그 이후 최근까지 물가상승률에 못미치는 연간 1~2%대 인상에 그치면서 한계치에 도달했다는 시각이 많다.

    상당수 의사들이 진료 횟수를 늘리기 위해 불량 진료를 하거나 양심을 저버리면서까지 비급여 항목을 늘릴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정부에서도 이같은 저수가 문제를 어느정도 인식하고 있지만 건강보험료 인상이 걸려있어 쉽게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 판도라의 상자인 셈이다.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관계자는 "보험급여에 대한 원가보존율이 낮다는 것은 정부에서도 인식하고 있는 부분이다"며 "다만, 건강보험 인상 등 국민 부담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함부로 논의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오랜기간 저수가 문제는 의사들의 밥그릇 싸움으로만 인식되기 일쑤였다. 하지만 병, 의원이 비급여로 장사를 해야하는 기형적 구조는 결국 진료 시스템을 왜곡시켜 현장에서 환자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가고 있다.

    환자들 입장에서도 감기같은 경증질환은 부담없이 진료받지만 암 등 중증질환에 걸리면 비급여 항목으로 의료비 폭탄을 맞게 된다. 자신이 모르는 사이 불필요한 검사나 과다한 진료를 받는 경우도 늘어가고 있다. 가입자들은 불안한 마음에 각종 사적 보험에 가입하고 있어 의료비 지출은 이중으로 들어가는 상황이다.

    의사도 환자도 만족하지 못하는 건강보험의 기형적 구조. 이제는 편견을 벗고 논의를 시작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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