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안녕
"너한테는 아무 것도 아니어도 누군가에게는 생의 마지막 부탁이 될 수 있는 거야."
죽음을 앞둔 호스피스 병동 시한부 환자들의 애환과 마지막 도전을 그린 영화 ''뜨거운 안녕''이 30일 개봉에 앞서 7일 서울 자양동에 있는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제작보고회를 갖고 분위기 몰이에 나섰다.
폭행 사건에 휘말린 트러블 메이커 아이돌 가수 충의(이홍기)는 호스피스 병동에서의 사회봉사 명령을 받는다. 반성하는 척 대충 시간이나 때우려고 병동을 찾은 충의 앞에 수상쩍은 면면의 시한부 환자들이 나타난다.
소시지에 환장하는 전직 조폭 뇌종양 환자 무성(마동석), 나이트클럽 알바 뛰는 간암 말기 봉식(임원희), 자신이 떠난 뒤 혼자 남을 아들에게 값진 선물을 남기고픈 힘찬이 엄마(심이영), 도촬이 취미인 백혈병 소녀 하은(전민서), 그리고 충의와 사사건건 대립하는 까칠 자원봉사자 안나(백진희)까지.
충의는 봉사시간을 두 배로 쳐 준다는 조건에 혹해 병동 폐쇄를 막으려는 이들 환자의 밴드 오디션 참가를 돕게 된다.
이날 제작보고회에는 뜨거운 안녕을 연출한 남택수 감독을 비롯해 배우 이홍기 마동석 임원희 백진희 전민서 심이영이 참석해 영화에 얽힌 뒷이야기를 들려 줬다.
시한부 삶을 사는 환자들이 밴드를 결성한다는 극의 설정상 배우들은 실제로 악기를 연주해야 했다.
실제로 밴드에서 활동 중인 이홍기는 "짧은 시간이었는데도 다들 늦게까지 연습한 끝에 진짜 연주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며 "개인적으로 실제 밴드에서는 리더가 아니지만 영화 속에서나마 리더를 경험했던 점도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마동석은 "고등학교 때 밴드에서 드럼을 쳤던 경험을 살려 20여 년 만에 연주를 했는데 뜻대로 안돼 괴로웠다"며 "역할이 죽음을 앞둔 사람이었던 만큼 ''그들은 어떤 마음을 갖고 살아갈까'' ''나도 저들처럼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많은 공부를 했다"고 말했다.
임원희는 "기타를 전혀 못 치는 사람으로서 극중 밤무대 기타리스트 역할을 맡았다는 것에 부담감이 굉장히 컸지만 죽어라 연습해 손 대역을 안 썼다는 데 의미를 둔다"며 "극중 마동석 씨와 항상 티격태격하는 사이로 실제로는 동석 씨보다 내가 한 살 위인데 ''형'' 소리를 들으면 아직도 어색하다"고 말했다.
이 영화는 이홍기의 스크린 데뷔작이라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이홍기는 "데뷔작 첫 촬영에서 노상방뇨와 늪에 들어가는 장면을 찍어 기억에 깊이 남았다"며 "드라마 찍을 때보다 여유를 갖고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많아 좋았다"고 덧붙였다.
백진희는 "홍기 씨가 보컬로 노래를 부를 때 평소 모습과 너무 다르게 보여 감탄했을 정도"라며 "홍기 씨가 촬영장에서 팔뚝을 너무 많이 때려 멍이 들었을 정도인데 둘이 동갑이어서 쉽고 자연스럽게 친해질 수 있어 편하게 촬영했다"고 했다.
심이영은 "힘찬이 엄마 역이어서 아들과 호흡을 가장 많이 맞췄고 그외에는 홍기 씨와 연기를 많이 했다"며 "쉬는 시간에는 초등학생처럼 산만하게 굴다가 촬영에 들어가면 진지하고 열의 가득한 눈으로 카메라 앞에 서는 모습에 감동했다"고 말했다.
남택수 감독도 "밴드 활동을 하는 홍기 씨가 다섯 개의 악기 포지션을 모두 소화할 수 있어 영화에 큰 도움이 됐고, 장면 장면마다 배우들과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하면서 창의적인 신을 만들어갔다"며 "뜨거운 안녕은 따뜻하고 위로가 되는 영화인데 마음씨 좋은 배우들, 스텝들과 작업하면서 촬영 현장도 따뜻했던 점에 감사한다"고 했다.
이 영화 연출에 앞서 남 감독은 실제로 호스피스 병동을 오가며 죽음을 앞둔 환자들의 풍경을 머릿속에 담았다.
남 감독은 "개인적으로 고등학교 때 아버님이 돌아가신데다 그해 두 분의 담임 선생님과 큰 아버님이 세상을 등지시는 모습을 보며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었다"며 "3년전 돌아가신 직장 선배를 보기 위해 호스피스 병동에 가게 됐는데 그 안에서 환자들이 소풍을 온 듯 따뜻하고 화기애애하게 지내는 모습, 마지막 순간에도 삶의 완성을 향해 나아가는 의지가 인상 깊게 남아 영화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