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경력 30년'' 낚시터 사장에게 고기 잘 잡는 법 물었더니…

''경력 30년'' 낚시터 사장에게 고기 잘 잡는 법 물었더니…

대한민국 최초 ''원당손맛낚시터''의 봄날 풍경

111111

 

가볍게 날아간 낚시줄이 ''퐁~''하고 잔잔한 수면 위에 떨어진다. 이어 잠시 누워있던 찌가 곧추섰다가 물 속으로 천천히 수직하강한다.

낚시대를 드리우고 있는 꾼들은 20여명. 미늘 없는 바늘에 미끼를 달아 던지고, 챔질을 하고, 첨벙거리며 끌려 나온 붕어의 얼굴을 잠깐 본 뒤 다시 놓아준다.

붕어 얼굴 보고 ''안녕'' …다시 놓아주는 손맛낚시터

봄볕 가득하고 바람도 싱그러운 1500평의 손맛낚시터. 혹자는 그래도 낚시를 하려면 강이나 계곡,바다 아니면 수만평의 저수지는 돼야지 손바닥만한 곳에 가둬논 고기를 잡는 게 무슨 무슨 재미냐고 코웃음을 칠 수도 있을 터이다.

하지만 바쁜 일상과 비싼 기름값,주말 교통정체와 가벼운 주머니 사정을 감안하면 도심 현대인들에게 대자연속 낚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고개를 돌리면 코 앞까지 달려오는 대단지 아파트 풍경은 낯설면서도 묘한 감흥을 불러일으킨다. 현대문명과 수렵이라는 인류문화 원형의 조화? 아니면 부조화?

낚시터에 날아와 새끼 물고기를 잡아먹는 야생 오리를 자기네 직원이라고 우길 정도로 웃기는(?) 경력 30년의 박호선씨(66세) 사장에게 왜 사람들이 낚시를 좋아하는 것 같냐고 물었다.

"살아있는 생명을 직접 잡아낸다는 것에 쾌감이 있는 것 같아요"

22222

 

33333

 

하지만 낚시터에 왔다고 해서 모든 꾼들이 고기잡이에만 몰두하는 것은 아니란다.

"낚시대를 펴놓고 하루종일 책만 보다 가는 사람이 있었어요. 미끼도 갈아주고 열심히 해야 되는데 그냥 책만 보는 거에요. 하긴 강태공의 낚시대에도 바늘이 없었다고 하죠. 그래서 세월을 낚았다고 하는 것인데 그 사람도 그랬던 것 같아요. 꼭 고기를 잡으려는게 아니라 그냥 낚시대를 펴고 앉아 있는 것 자체가 좋았던 거겠죠"

낚시터에는 실업자가 많았던 IMF때 손님이 많았다고 한다.

"낚시하며 시름있고 재기 꿈꾸던 사람들 다 잘됐으면.."

"잘 내색들은 안하는데 조용히 낚시를 하고 가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다들 힘들었겠지요. 그래도 낚시를 하면서 시름도 잊고 또 재기를 꿈꾸고 그러지 않았겠습니까? 지금은 다들 잘 되셨으면 하는 바램이죠"
44444

 



세월이 흐르며 낚시터를 운영하는 방법도 많이 바뀌었다.처음에는 입어료(낚시터 입장료)를 받지 않고 잡은 고기를 사가도록 했단다. 낚시꾼이 잉어, 붕어,향어 등을 잡으면 무게를 달아 사가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러다 2만5천원에서 3만원 가량의 입어료를 내고 고기를 낚아 가도록 했다가 10여년 전부터는 손맛만 보고 다시 풀어주는 방법으로 바뀌었다. 현재 입어료는 6천원. 입어료만 내면 누구나 하루종일 낚시를 즐길 수 있다. 채비가 갖춰진 낚시대를 빌려서 할 경우에는 천원을 더 내야 한다.

1500평규모의 양어장에서는 누구나 다 붕어를 잘 낚을 수 있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도 않다.고기가 아무리 많아도 붕어가 내 낚시바늘을 물어주지 않는다면 잡을 수 없다.

고기를 어차피 가져가지 못하기 때문에 낚시꾼이 아무리 고기를 많이 잡건 잡지 못하건 낚시터 사장에게는 상관이 없을 것 같다.

55555

 

"그렇지 않아요. 사람 심리가 묘해서 말이죠.고기를 많이 못낚은 사람들은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오게 돼있어요. 왜? 남들은 다 잡는데 혼자만 못잡은게 약이 오르거든요. 손맛을 많이 본 사람은 되레 안오지만 못잡은 꾼은 억울해서 또 오는 겁니다"

박 사장에게 낚씨터는 평생 소중한 일터이자, 휴식공간이며 노후대책의 장이기도 하다.

"평당 5만원씩 주고 샀는데 지금은 한 2백만원 정도 하니까 많이 올랐죠.여긴 정년퇴직이 있는 것도 아니고.. 행복하지요"

고기 잘 낚는 법? 미끼와 찌 영향이 가장 커

사실 낚시터 사장에게 제일 듣고 싶은 말은 어떻게 하면 고기를 잘 낚을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답은 싱거웠다.

"딱히 정답이 없어요. 하루 와서 많이 낚았다 해도 다음날 또 잘 낚는다는 보장이 없어요. 같은 자리 같은 시간에 해도 말이죠"

-그래도 뭔가 비결이 있을 거 아닙니까? "결국은 미끼와 찌라고 봐요. 미끼 종류가 많지만 우리나라 업체들은 대개 영세하거든요. 일본에 비해서 많이 뒤쳐져 있어요. 그리고 찌가 중요하죠. 바다낚시는 사실 고기가 미끼를 완전히 물어서 낚시바늘에 걸려 있는 걸 채는거지만 붕어는 안그렇죠. 정확히 바늘이 입에 들어 있는 순간 정확히 챔질이 이뤄져야 하고 그 타이밍을 놓치는 순간 붕어는 바늘을 뱉어버리잖아요. 그만큼 입질과 챔질의 타이밍이 중요한거고 그걸 알수 있게 해주는게 찌니까 중요하다고 봐야죠"

요즘은 경품을 걸고 꾼들을 유혹하는 낚시터도 많다. 비싸게 입어료를 받은 뒤 돈 놓고 돈 먹는 식으로 도박같은 낚시를 하게 하는 것이다.

박 사장은 낚시터 한 귀퉁이에 토종닭을 키우고 있다.

"그건 도박이죠. 저희는 그런거 안해요.대신 지난해부터 재미삼아 토종닭 대회를 하고 있어요. 일주일에 한번씩 시간을 정해놓고 목표치에 가장 근접한 붕어를 잡은 손님에게 토종닭을 한마리씩 상품으로 드리고 있어요. 진짜 재미죠"

66666

 

박 사장은 낚시터 귀퉁이 작은 텃밭도 손님들에게 내주고 있다. 고추,상추,열무,가지 키워먹는 재미도 붕어 손맛 만큼이나 쏠쏠하단다.

"사실 지금 이쪽이 도시계획상 버스정류장으로 잡혀있어요. 내년 봄에 최종 결론이 날텐데 개발이 되면 낚시터도 없어지게 돼요. 아쉽지만 어쩌겠어요. 그래도 앞으로 몇년은 하게 되겠지요"

가장 낚시하기 좋은 때는 언제냐는 물음에 박 사장은 고기가 제일 잘 무는 때는 7,8월이지만 모기가 많다며 실제 낚시하기 좋은 때는 5,6월과 9,10월이라고 귀뜸했다.

바야흐로 다가오는 낚시의 계절이 꾼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때다.

0

1

전체 댓글 0

새로고침

    고독 死각지대, 고립청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