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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기자칼럼] 4대강 비판에 귀막은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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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포보

     

    4·11 총선 전날 나는 이포보를 취재하기 위해 몇몇 기자들과 함께 현장을 방문했다. 이포보 일대에 녹조류가 끼었다는 환경단체의 제보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새로 조성한 수중광장 일대(사진)를 취재하고 있는 사이 어느새 나타난 공사 관계자 10여명이 취재진을 에워쌌다.

    그들은 ''''공사중이니 당장 나가라''''며 막무가내로 나왔다. 우리는 ''''개방행사도 벌인데다 일반인까지도 자유롭게 드나드는 곳을 왜 기자들만 들어오지 말라는 것이냐''''며 따졌다.

    고성이 오갔고 몸싸움도 벌어졌다.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전개되던 찰라 국토해양부 공사관리관이라는 사람이 현장에 나타났다. 그때서야 직원들이 조용해졌다.

    정부쪽 해명도 함께 들어보는 조건이 제시되면서 현장 취재는 속개됐다. 물이 빠진 콘크리트에는 온통 녹조류 투성이었다.

    이포보 하류쪽에 어린이들이 물놀이 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운동장 크기의 원형 수중광장과 상류쪽의 생태광장 자갈밭도 퍼렇게 물이 들어있었다.

    그 자갈밭과 인근 이포보 교각에서는 어른 팔뚝크기의 죽은 물고기가 관찰됐다. 물에서는 악취도 났다.

    수질 악화 상황을 우려하는 기자들과는 달리 현장에 있던 정부측 인사들은 여유로웠다. 기자들은 모두 난다는 냄새를 그들만 안난다고 우겼다.

    죽은 물고기에 대해서는 ''''이 넓은 대자연에서 때로는 물고기 한 두 마리가 자연적으로 죽을 수도 있다. 안 죽는 게 이상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1시간 정도 기다리니 환경부 연구관이라는 사람이 달려왔다.

    그는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문제의 녹조류를 ''''스파이로지라(spirogyra)라는 이름의 녹조류다''''고 정의했다.

    ''''분석도 하지 않고 어떻게 아느냐''''는 질문에 그는 ''''수심이 얕고 물 흐름이 느리고 햇빛이 많이 드는 곳에서 부착할 물질만 있다면 흔히 발생하는 생물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독성도 없고 따라서 상수원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수생태학을 전공한 학자의 말을 우리는 믿을 수밖에 없었다.

    3시간 가까이 진행된 취재를 마치고 회사에 복귀하니 국토부에서 배포한 해명자료가 회사에 먼저 도착해있었다.

    기사가 나간 후에 내용을 보고 해명자료를 내는 것이 관례인데 이날은 기사가 나가기도 전에 전언론사에 해명자료를 뿌린 것이다.[BestNocut_R]

    요지는 한강수질에 변화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자료에 대해 녹색연합은 ''''관련통계가 자의적으로 가공돼 신뢰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4대강 사업은 벌써 두 차례나 준공이 연기됐다. 미처 예측하지 못한 여러 문제들이 발생한 때문이다.

    속도전으로 진행돼 온 4대강 사업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그래서 더욱 분출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4대강사업에 대한 언론의 합당한 문제제기를 수용할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제는 아예 귀를 막고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진행중인 거대 사업인 만큼 이제라도 돌다리를 두드리며 건너겠다는 정부의 자세 변화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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