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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몸값 8천만엔 내놓아라" 도쿄의 인질극



책/학술

    "올림픽 몸값 8천만엔 내놓아라" 도쿄의 인질극

    오쿠다 히데오, 신작 장편 ''올림픽의 몸값'' 출간

     

    ''뜨거운 가슴으로''를 슬로건으로 내건 겨울올림픽이 캐나다 밴쿠버에서 한창이다. 그러나 밴쿠버 시내 중심가에선 올림픽 반대 집회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3일 개막식 날에는 수백명이 ''올림픽보다 빈곤 퇴치가 우선''이라는 팻말을 들고 올림픽 개막식장인 BC플레이스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

    그런데 여기 ''고작 가두행진으로 되겠어''라며 피식 웃는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일본 인기작가 오쿠다 히데오의 신작 ''올림픽의 몸값''의 주인공인 도쿄대학 경제학부 대학원생 시마자키 구니오다.

    1964년 도쿄 올림픽 개막을 두달여 앞둔 시점. 패전 19년 후, 도쿄는 ''쓰레기 도시''에서 세계적인 도시로 탈바꿈할 찬스를 맞았다. 모든 국민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열망한다. 이런 가운데 도쿄 경시청에 협박장이 날아들었다. "올림픽의 몸값 8천만엔을 내놓아라. 그렇지 않으면 개막식날 행사장 한 곳을 폭파하겠다"

    올림픽 경비 최고책임자의 집, 경찰대학, 모노레일 교각 등 도심 곳곳에서 폭발테러가 발생한다. 올림픽을 인질로 한 테러리스트의 범행 예고에 경찰과 공안당국은 발칵 뒤집힌다. 그러나 폭발테러는 정부 차원에서 철저히 은폐된다. 언론에 보도되면 국가 이미지에 치명타가 되기 때문이다. 경찰은 외부에 철저히 비밀에 부친 채 수사를 진행한다.

    소설은 누가 범인인가보다 시마자키가 왜 테러리스트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시마지키는 이키타 빈농의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그러나 출중한 외모와 명석한 두뇌 덕에 일류대학에 들어간다. 그에겐 장밋빛 미래와 엘리트코스가 보장되어 있는 셈.

    하지만 도쿄 건설현장에서 하청노동자로 일하며 번 돈을 고향집에 부쳐주던 큰형이 심장마비로 사망하자 탄탄대로이던 그의 인생도 바뀐다. 시마자키는 큰형처럼 밑바닥 삶을 경험하기 위해 공사장에서 막노동을 한다. 그리고 빈부 격차, 계급차 등 부조리한 현실을 몸소 체험하며 절망한다.

    올림픽 공사기한에 맞추기 위해 가혹한 노동에 내몰리고, 동료 노동자 5명이 심야 공사판에서 사고사 하지만 세상은 그들의 죽음에 무관심히다. 올림픽 축하무드에 찬물 끼얹을 만한 사건사고는 모조리 감춰지는 것이다. 경제성장의 그늘은 황량하다. 시마자키는 불공평한 세상에 저항한다. 그러나 국가권력에 반항하는 건 애초 무모한 도전이었다.

    도쿄하고 아키타는 같은 나라도 아닌 거 같아. 한쪽에서는 올림픽을 앞두고 축제 준비로 바쁘게 돌아가는데 한쪽에서는 애비가 먼 도시에 나가 허덕허덕 몇 푼 벌어 부쳐주면 그걸로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하잖아. 하느님은 이런 걸 대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모르겠어 (1권 p99)

    1964년 도쿄의 씁쓸한 풍경은 현재진행형이다. 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땅장사에 나섰던 서울은 시민 72만명을 길거리로 나앉게 했다. 베이징은 화려한 중화 대관식을 위해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전 125만명을 강제퇴거시켰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경제유발효과, 도시브랜드 이미지 제고 등의 헛된 꿈을 내세우며 국제 스포츠 빅이벤트 유치에 혈안이 되어 있다. 이런 대규모 스포츠 행사가 ''혈세 먹는 하마''라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쉬쉬한 채.

    급조된 건축물들에는 서구적인 도시로 거짓되게 꾸미려고 안달하는 도쿄의 왜곡됨이 드러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거대하고 아름다운 콘크리트 덩어리 뒤에 일본의 현실은 감춰지고 무시되고 있습니다. 민중에게 헛된 꿈을 부여하여 현실을 망각하게 하는 게지배층의 상투적 수단이라면 현재로서는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1권 p355)

    스포츠 마니아로 알려진 오쿠하 히데오는 ''야구장습격사건'', ''연장전에 들어갔습니다'' 같은 스포츠 에세이로 몸풀기를 한데 이어 밴쿠버 겨울올림픽을 맞춤해 본격 스포츠 장편소설 ''올림픽의 몸값''을 출간했다. 제43회 요시카와에이지 문학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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