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을 앞둔 3일 서울 종로구 동대문 완구거리 한 매장에서 아이들이 완구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아빠가 사주고 싶은 건 따로 있는데…" 어린이날 선물로 뭘 갖고 싶냐는 질문에 딸은 숨도 안 쉬고 키캡 키링(기계식 키보드의 키캡 위에 장착해 키보드를 꾸미는 액세서리)을 외쳤다. 유행하는 키캡을 한꺼번에 구경할 수 있는 문구 거리에서 직접 고르기로 약속까지 했지만 아빠 김모(45)씨의 마음은 심란하기만 하다. 10년 전 어머니가 사두신 SK하이닉스 주식 3천만원이 9억 원으로 늘었다는 커뮤니티의 글이 화제가 되면서 아이에게 주식을 선물해주고 싶은 마음이 더욱 커졌다.
코스피가 사상 최고 기록을 연일 갈아치우며 꿈의 7000에 가까워지면서 '미래의 부'를 선물하려는 부모가 늘고 있다. 고물가에 선물 부담이 커지자 차라리 그 돈으로 주식을 사겠다는 것. 실용성과 자녀 경제교육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영어교육 전문기업 윤선생이 최근 초등학생 학부모 62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어린이날 선물 구입에 쓰는 비용은 평균 9만5천원이었다. 선물로는 옷과 신발 등 잡화류가 72.7%(복수응답)으로 가장 많았고, 장난감과 인형 등 완구류(44.4%)가 뒤를 이었다.
눈에 띄는 건
'현금, 주식 등 금융자산을 선물하겠다'는 응답이 30.8%에 달했다는 점이다. 게임기기라고 답한 부모는 30%로, 금융자산이 게임기를 근소한 차이로 앞질렀다.
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월 10만원씩 지급되는 아동수당을 주식투자에 활용하는 부모들이 늘면서 주식을 보유한 미성년자 수는 지난해 약 77만명으로 5년만에 3배 증가했다.
신한투자증권의 올해 1분기 미성년자 계좌개설 건수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72% 증가했다. 미성년자 계좌의 52%는 국내 주식을 담고 있으며 가장 많이 거래된 종목은 삼성전자 보통주였다.
배우 최귀화는 최근 자신의 SNS에서 '주식투자 수익률 290%의 비물'이라는 글을 올려 자녀 명의 주식 계좌와 수익률을 공개하기도 했다.
배우 최귀화가 자신의 SNS에 자녀의 주식 계좌 수익률을 공개했다. 배우 최귀화 SNS 캡처"3년 전부터 세 자녀를 상대로 금융 교육을 시작했다"는 그는 "매달 10만원 가량을 투자하게 하고 용돈과 세뱃돈도 모아 적립식으로 주식을 사도록 했다"고 전했다. 배당과 복리 효과가 쌓이면서 수익률이 290%에 이르렀다고 덧붙였다.
정치권도 '어린이 개미' 지원 한목소리…은행들, 어린이 고객 위해 문턱 확 낮춰
이처럼 증시 '불장'이 어린이 개미로까지 번지면서 정치권에서도 자녀들의 자산 형성을 지원하는 '주니어 ISA제도'를 도입하는 법안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 주식 및 디지털자산 밸류업 특별위원회 김상훈 위원장은 지난 4일 아동·청소년이 연 360만원 한도로 주니어 ISA에 가입하면 19세까지 적립금에 대한 증여세와 이자소득 및 배당소득세를 면제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 여당에서도 자녀 세대를 겨냥한 금융 공약을 추진중이다. 정부 국정과제인 '우리아이자립펀드'는 18세까지 부모가 아동 명의로 최대 10만원씩 펀드에 납입하면 정부도 월 10만원씩 지원해 목돈을 마련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2024년 임광현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했지만 연간 7조원의 재정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여당이 6.3 지방선거 공약으로 재추진하면서 도입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자녀를 위한 금융 투자가 활발해지면서 은행권도 어린이 개미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토스뱅크는 부모의 신분증과 휴대전화만 있으면 미성년자 자녀의 통장 개설이 쉽도록 절차를 대폭 개선했다. 기존에는 가족관계증명서 등 서류를 준비하고 은행을 직접 방문해야 했지만 토스뱅크는 비대면으로 계좌 개설부터 적금, 체크카드 발급까지 한 번에 가능하다.
'토스뱅크 아이통장'은 나이에 따라 자녀가 직접 이용도 가능하다. 7세 이상 자녀가 본인 휴대전화가 있다면 토스 앱을 통해 통장 내역을 조회하거나 송금도 가능하다.
토스 관계자는 "아이 서비스는 부모가 자녀에게 금융 자산을 직접 보고 관리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KB국민은행, 하츠투하츠와 함께 10대들의 금융 놀이터 'KB스타틴즈' 광고 공개. KB국민은행 제공KB국민은행도 청소년 대상 금융 서비스의 가입 연령을 6세로 확 낮췄다.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서비스인 'KB스타틴즈'는 기존 가입 연령인 14세~18세 만 6세~18세로 확대했다. 만 14세 이상은 은행에 방문하지 않고도 휴대폰 본인인증만으로 가입할 수 있다. 만 6세부터 13세까지는 부모의 동의를 받은 후 가입 및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새로운 광고모델인 하츠투하츠와 함께 KB스타틴즈를 10대들이 공감하고 즐길 수 있는 금융 놀이터로 인식하도록 기획했다"며 "앞으로도 어린이, 청소년 고객이 스스로 금융을 배우고 관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를 지속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