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시리즈. 민음사 제공"그들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나는 누구인가"로 돌아오는 순간, 인류학은 더 이상 낯선 학문이 아니라 개인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민음사가 젊은 인류학 연구자들의 현장 연구를 담은 신작 시리즈 '땅'을 출간했다. 이번 시리즈는 '날로 노는 홍대'(홍성훈), '다음 리카에게'(김이향), '래퍼와 공원'(송재홍) 등 세 권으로 구성되며, 각기 다른 공간과 사람을 통해 동시대 한국 사회의 단면을 탐색한다.
'땅' 시리즈는 기존 이론 중심의 인류학 서술에서 벗어나, 연구자가 직접 특정 장소에 들어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관찰한 경험을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거대 담론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삶의 구체적인 결을 포착하는 '현장 연구' 방식이 중심에 놓인다.
첫 번째 책 '날로 노는 홍대'는 서울 홍대 일대에서 일하고 노는 '홍대 알바'들을 통해 도시의 또 다른 얼굴을 조명한다. 저자 홍성훈은 디제이로 일했던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들이 단순한 노동자가 아니라 공간의 분위기와 문화를 만들어내는 주체임을 보여준다. 예술가와 노동자 사이를 넘나드는 이들의 정체성은 현대 도시 청년의 삶을 압축적으로 드러낸다.
'다음 리카에게'는 재일 코리안 3세인 저자 김이향이 자신의 가족사를 따라가며 정체성의 문제를 탐구하는 작업이다. 일본에서 태어나 자랐지만 한국 국적을 지닌 개인이 '어디에 속하는가'라는 질문은 세대를 거슬러 올라가며 확장된다. 책은 자이니치 1세와 2세의 삶을 통해 '국적'과 '이름'이 개인에게 어떤 의미로 작동하는지를 섬세하게 짚어낸다.
'래퍼와 공원'은 대구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에서 활동하는 래퍼들을 통해 '독립'과 '관계'의 문제를 다룬다. 저자 송재홍은 부모로부터 받은 사랑과 지원이 어느 순간 '빚'으로 작동하는 경험을 출발점으로,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새로운 삶의 방식을 모색하는 과정을 기록한다. 현장에서 만난 래퍼들의 삶과 언어는 개인의 서사를 넘어 사회적 관계를 재해석하는 계기로 이어진다.
이 시리즈가 주목되는 이유는 인류학을 '읽히는 이야기'로 풀어냈다는 점에 있다. 연구자는 관찰자에 머물지 않고 직접 관계 속에 들어가며,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감정과 고민까지 함께 드러낸다. 이를 통해 독자는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살아 있는 경험'에 가까운 이해에 도달하게 된다.
출판사는 "데이터와 정보가 넘치는 시대일수록, 실제 현장에서 얻은 감각이 현실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가 된다"며 "구체적인 장소와 사람을 통해 새로운 질문을 던지는 시리즈"라고 설명했다.
홍성훈·김이향·송재홍 지음 | 민음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