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박상용 법무연수원 교수가 출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수사를 담당했던 박상용 검사가 위기에 봉착했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에 대한 회유·압박 의혹을 줄곧 부인해 왔는데, 과거 이 전 부지사 측에 진술 방향과 향후 처우를 동시에 언급한 자신의 육성 파일이 공개되면서다. 다만 박 검사는 변호인 요청에 따른 응답일 뿐이었다고 반박했다.
민주당 "박상용 탄핵 추진해야"
더불어민주당이 29일 공개한 녹취파일을 들어 보면, 박 검사는 지난 2023년 6월 19일 이 전 부지사 측 서민석 변호사와의 통화에서 "이재명씨가 완전히 주범이 되고 이 사람이 종범이 되는 식의 자백이 있어야 저희가 그거를 할 수가 있고…"라고 말했다.
이어 당시 구속 상태였던 이 전 부지사가 구체적 진술을 하게 되면, 보석이나 공익제보자 신분 부여도 시도할 수 있다며 "추가 영장을 안 한다든지, 이런 게 가능해지는 건데"라고 덧붙였다.
그러자 여권에서는 박 검사 발언이 그가 과거 일관되게 밝혔던 입장과 상충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왼쪽)이 29일 국회에서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당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변호인이었던 서민석 변호사가 당시 박상용 검사와 통화를 한 녹취록을 공개하며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 전 이화영 평화부지사 변호인 서민석, 김동아 의원. 연합뉴스김동아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녹취파일엔 이재명 대통령을 엮기 위한 다양한 조건이 박 검사 목소리로 녹음됐다"며 "법사위에서 명백히 위증을 했다. 국회는 박 검사를 위증죄로 고발하고 멈춰 있는 탄핵소추 절차를 즉각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검사가 지난해 9월 국회 법사위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서 "이 전 부지사는 검사가 묻지 않은 내용까지 모두 상세히 진술해서 진술의 신빙성이 굉장히 컸다"고 밝히는 등 그간 회유 의혹을 부인한 걸 문제 삼은 것이다. (관련 기사 :
CBS노컷뉴스 25. 9. 22 박상용 검사 "진술세미나 안했다"…이화영 자백에 유력 증거 확보)
그는 올 1월 TV조선 유튜브에서도 과거 이 전 부지사가 법정에서 배우자와 언쟁을 했던 사실을 언급하며 "결국에는 법정에서 내용을 인정하려고(진술을 바꾸려고) 했었다. 왜냐하면 그렇게 해야 형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었다.
지난해 9월 국회 법사위 검찰개혁 입법청문회에서 발언하는 박상용 당시 수원지검 부부장검사. 연합뉴스박상용의 반박 "민주당이 왜곡"
그러나 박 검사는 녹취 공개 뒤 페이스북에 "이 전 부지사가 자백한 사실을 바탕으로 서 변호사에게 설명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민주당이 서 변호사 발언은 생략하고 본인 육성만 공개해 취지를 왜곡했다는 얘기다.
박 검사는 △서민석 변호사가 자신에게 먼저 이 전 부지사를 주범이 아닌 종범으로 처벌해 달라('그거')고 제안했으며 △해당 제안이 가능하려면 '주범'이 존재해야 한다는 내용을 설명했을 뿐이고 △제안대로 이뤄진 것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통화 시점인 6월 19일은 "이재명에게 방북비 대납 사실을 두 차례 보고했다"는 이 전 부지사의 자백이 이미 완료된 상태여서, 허위 자백을 유도했다고 보기엔 시간 순서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회유·협박이 없었다'는 기존의 논리가 깨지지 않는다는 반론이다.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연합뉴스국정조사장 벼르는 민주당
민주당은 오는 31일 조작기소 국정조사 특위에서 증인·참고인 출석 요구를 의결할 때 박 검사를 포함할 방침이다.
마침 조만간 대북송금 사건 관련 기관보고(4월 3일), 다음 주 수원지검 등 현장조사(4월 9일)를 예정하고 있는데 이 같은 추가 증거·진술에 따라 대북송금 사건 수사의 신빙성 자체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검사 출신인 민주당 김기표 대변인은 박 검사를 향해 "장외에서 궤변만 늘어놓지 말고 국정조사장에 나와 사실대로 밝히면 될 일"이라며 "국정조사장에 출석해 누구의 지시로 사법거래를 시도했는지, '진짜 주범'이 누구인지 실토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