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인보우로보틱스는 2024년 12월 31일 삼성전자의 인수 사실을 공지했다. 레인보우 공식홈페이지 공지사항 캡처검찰이 삼성그룹의 투자와 인수를 거치며 급성장한 국내 1위 로봇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임직원 등에 대한 미공개 정보 이용 혐의를 수사 중인 가운데, 삼성전자의 임원은 물론 직원들까지 호재가 공개되기 직전 레인보우로보틱스 주식을 대거 매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공개 정보가 이들에게도 유출됐을 가능성이 의심되는 정황이다.
특히 삼성전자 인사팀 상무는 인수 발표 전 레인보우로보틱스 주식을 급하게 매수했고, 일부 직원들도 대출까지 받아 주식을 매수하는 등 '영끌 투자'에 나섰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다수의 삼성 전·현직 직원들도 호재성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레인보우로보틱스 주식을 거래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 피플팀 상무, 적금 깨서 9천만원 매수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이달부터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국내 1위 로봇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 임직원 등에 대한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 등을 수사하고 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삼성전자의 투자 및 인수를 거쳐 명실상부 국내 1위 로봇기업으로 성장했으며, 코스닥 5위 안팎에 있는 기업이다. 상장 당시 공모가 1만 원이었던 주식은 최근 90만 원 이상 치솟기도 했다.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레인보우로보틱스 본사 전경. 김지은 기자검찰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접수한 고발장 등에 따르면, 2024년 12월 당시 삼성전자 DX부문 피플팀(인사팀) 상무 A씨는 삼성의 레인보우로보틱스 인수 발표 직전인 그해 12월 중순 약 9천만 원 상당의 레인보우로보틱스 주식을 매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심지어 A씨는 매수 직전 적금까지 깨 매수 자금을 확보한 것으로 금융당국에서 조사됐다.
삼성전자가 레인보우로보틱스 최대주주 자리에 오른다는 소식은 2024년 12월 31일 전격 발표됐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인수 결정이 어느 정도 윤곽이 잡힌 시점은 12월 초쯤인 것으로 검찰과 금융당국은 보고 있다. 즉, A씨가 적금까지 깨서 주식을 매입한 시점은 미공개 정보가 생성되고 발표되기까지 '깜깜이' 기간 한가운데 있는 것이다.
A씨는 삼성의 인수 관련 정보에 직무상 접근이 가능했을 수도 있다는 게 검찰과 금융당국의 의심이다. 삼성은 인수 과정에서 레인보우로보틱스 창업자인 오준호 교수를 영입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해 왔다. 삼성이 콜옵션 행사로 최대주주에 오르는 계획 역시 오 교수 영입을 전제로 논의됐는데, 일련의 과정이 피플팀 안에서 이뤄졌다. 다만, A씨는 인재영입 등을 직접적으로 주관하는 직무에 있었던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오 교수는 현재 삼성전자의 미래로봇추진단장을 맡고 있다.
금융당국이 추산한 A씨 부당이득은 약 7천만 원이다. 9천만 원을 투자해 7천만 원의 이득을 봤다면, 약 77%의 수익을 얻은 것이다. 결국 검찰도 A씨가 인사팀 직원 등으로부터 삼성전자 인수 관련 미공개 정보를 듣고 주식을 급하게 매수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기획팀 직원도 관련주 '영끌'…외삼촌은 5분에 22억
A씨가 속한 DX부문 기획팀 직원 조모씨 역시 그 가족과 친척들이 레인보우로보틱스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조씨는 당시 기획팀 직원으로, 삼성의 콜옵션 행사와 관련해 경영진 보고서를 직접 작성하는 등 인수 업무에 깊이 관여했던 인물로 파악됐다.
조씨 외삼촌은 삼성의 인수 소식 발표 바로 전날인 2024년 12월 30일 오후 본인 아들과 딸 명의까지 동원해 모두 22억 원어치의 주식을 단 5분 만에 대량 매수했다가 발표 직후인 1월 초쯤 전량 매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조씨의 외삼촌과 모친이 얻은 부당이득 추산액은 약 9억 원에 달한다
뿐만 아니라 조씨는 모친에게 돈을 빌려 2024년 12월 중순부터 인수 발표 전날까지 레인보우로보틱스를 제외한 로봇주 9종목을 약 1억 3천만 원 이상 매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조씨가 삼성의 레인보우로보틱스 인수 관련 업무 담당자로서 직접 레인보우로보틱스 주식을 매수할 경우 법에 저촉될 것을 우려해, 인수 발표 시 급등할 것으로 예상되는 로봇 업체 관련 주식을 대신 매수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레인보우로보틱스 최대주주 등극 소식과 함께 로봇 조직 신설과 미래 로봇 산업 투자 계획을 전격 발표했는데, 실제로 조씨가 매수한 9개 로봇 기업은 삼성전자와의 협력 가능성 등으로 직접적인 수혜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체들이었다. 예를 들면,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웨어러블 로봇 '봇핏'의 부품 공급 및 시제품 조립을 맡은 (주)에스비비테크와 인탑스(주) 등이 조씨가 주식을 매입한 기업들이었다. 또 조씨는 (주)이미지스테크놀로지, (주)씨메스 등 삼성이 강조한 휴머노이드 로봇 관련 신기술을 보유한 업체 등도 조씨가 투자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지난해 삼성에서 문책받고 퇴사했다.
'의심거래' 삼성직원 더 있다…'영끌 빚투'
A씨와 조씨 외에도 검찰에서 의심 거래로 포착한 삼성전자 직원은 3명이나 더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직원 B씨는 삼성의 레인보우로보틱스에 대한 투자와 협약 관련 주요 정보가 공개된 기점마다 주식을 대거 매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그는 삼성의 레인보우로보틱스에 대한 첫 투자가 공식 발표된 2023년 1월 3일을 앞두고, 2022년 12월 중하순쯤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일괄 매도한 뒤 레인보우로보틱스 주식을 처음으로 샀다. 이후 대출까지 받아 추가 매수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이 주목하고 있는 주요 정보는 ①삼성의 첫 투자 ②추가 투자 및 콜옵션 계약 ③삼성웰스토리와의 업무협약 등인데, B씨는 각 정보가 공개되기 전마다 주식을 대거 매수하고 이후 매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심지어 B씨의 배우자도 그와 비슷한 시기에 레인보우로보틱스 주식을 매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B씨 측의 총매수 금액은 20억 원에 달하며, 부당이득은 5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 다른 직원 2명도 삼성의 투자와 협약 등 주요 정보가 공개되기 전 레인보우로보틱스 주식을 매수했다. 이들 역시 억대가 넘는 부당 이득을 거둔 것으로 금융당국은 추산했다.
검찰은 A씨를 포함한 삼성전자 직원 등의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 부분도 살펴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이므로 구체적인 설명은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