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민 기자삼성전자가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시가총액 1천조 원 고지를 넘어섰다. 인공지능(AI) 시대와 함께 찾아온 메모리 반도체 초호황기의 핵심 기업으로 주목 받으며 그 가치가 부각된 결과다. 올해도 엔비디아 등 글로벌 AI 기업들의 메모리 수요가 삼성전자로 쏠릴 것으로 보여 기록적인 실적 성장을 이룰 것이라는 시장 기대도 크다.
韓 기업 최초 시총 1천조 원 돌파
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종가 대비 1600원(0.96%) 오른 16만 9100원으로 마감했다. 주가는 장중 한 때 16만 9400원까지 치솟으며 신고가를 찍었다. 종가 기준 삼성전자의 시총은 1001조 108억 원으로, 국내 기업 최초로 1천조 원을 돌파했다. 이는 코스피 상장사 전체 시총 4437조여 원의 22.56%, 약 4분의 1에 육박하는 규모다.
지난해 1월까지만 해도 5만 원 선에 머물던 삼성전자 주가는 그해 10월 10만 원 선을 넘어선 뒤 이제 주당 17만 원을 넘보고 있다. 이런 가파른 주가 상승의 배경에서는 메모리 반도체 기술 경쟁력 회복과 글로벌 수요 집중에 따른 탄탄한 실적이 뒷받침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삼성전자의 연결 기준 작년 4분기 매출은 93조 8400억 원, 영업이익은 20조 700억 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보다 23.82%, 209.17% 늘었다.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분기 영업이익 '20조 원 돌파' 기록은 한국 기업 최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은 4분기에 매출 44조 원, 영업이익 16조 4천억 원을 기록하며 실적 성장세를 견인했다. 이 역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영업이익 기록이다. 삼성전자의 작년 연간 매출액도 333조 6100억 원, 영업이익은 43조 6천억 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10.88%, 33.23% 증가했다. 역대 최대 연간 매출 기록이다.
메모리 기술 경쟁력 회복에 '반도체 초호황기' 맞물려…올해 기록적 실적 성장 전망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내 첨단 복합 반도체 연구개발(R&D) 센터인 NRD-K 클린룸 시설. 연합뉴스삼성전자는 AI 핵심 메모리 제품이자, 실적 성장의 동력으로 여겨지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분야에서 본격적인 도약을 시작했다는 점에서 향후 전망 역시 밝다.
최근 투자자 설명회에서 삼성전자는 차세대 D램 공정(10나노급 6세대)을 적용해 전력효율과 데이터 처리 속도를 업계 최고 수준으로 높인 야심작 HBM4에 대해 "주요 고객사 요청에 따라 2월부터 최상위 (데이터 전송 속도인) 11.7Gbps의 제품을 포함한 HBM4 제품의 양산 출하가 예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해 준비된 생산 능력 안에서 고객들로부터 전량 구매주문(PO)을 확보했다. 올해 삼성전자의 HBM 매출은 전년 대비 3배 이상 대폭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여 시장 기대를 키웠다.
메모리 반도체는 AI의 두뇌 역할을 하는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 등에 데이터를 옮기거나 저장하는 핵심 부품으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최근 들어 없어서 못 팔 정도의 품귀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인 베라 루빈의 출시가 하반기에 예정돼 있는 만큼 이런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더해 주요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을 중심으로 엔비디아 GPU 기반 AI 칩 생태계에서 벗어나 자체 칩을 생산하려는 움직임도 잇따르고 있어 메모리 가격은 올해에도 전년 대비 크게 오를 것이라는 게 업계 전망이다.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의 립부 탄 최고경영자는 3일(현지시간) 자체 GPU 생산을 예고하며 "2028년까지는 메모리 부족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글로벌 메모리 시장 합산 점유율이 70%에 달해 이 같은 '메모리 초호황기'를 맞아 올해 기록적인 실적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올해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을 전년 대비 5배 이상 많은 245조 원, 내년에는 317조 원으로 예상했다.
한편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은 이날 이재명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 간 간담회에서 "삼성전자의 영업실적이 많이 올라가고 있어 올해 조금 더 채용할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향후 5년 동안 6만명 신규 채용' 방침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