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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내려놓고 싶다면…요시모토 바나나 '손모아 장갑과 가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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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학술

    조금 내려놓고 싶다면…요시모토 바나나 '손모아 장갑과 가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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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음사 제공민음사 제공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 요시모토 바나나의 단편소설집 '손모아 장갑과 가여움'은 제58회 다니자키 준이치로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키친' 이후 요시모토 바나나 문학의 현재를 보여주는 단편 여섯 편을 묶었다.

    '손모아 장갑과 가여움'에는 헬싱키, 로마, 타이베이, 홍콩, 가나자와, 하치조섬 등 세계 각지의 낯선 도시를 배경으로, 소중한 사람의 죽음과 회복하기 어려운 상실을 안고 살아가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작품들은 모두 이미 어떤 상실이 발생한 상태에서 시작되며, 극적인 사건보다는 그 이후의 삶과 감정의 잔여를 차분히 따라간다.

    소설집의 제목에 등장하는 '손모아 장갑'과 '가여움'은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정서다. 작가는 강인함이나 극복의 서사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작고 연약한 감정들이 어떻게 삶을 지탱하는지에 주목한다. 인물들은 상처를 부정하지 않고,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갈 방향을 선택해 나간다.

    수록작에는 어머니의 유품을 매개로 기억을 되짚는 '산호 반지', 사고로 세상을 떠난 친구를 따라 로마에 온 화자의 여정을 그린 '카론테', 이혼 이후 새로운 공동생활을 시작하는 '나사케시마', 타이베이에서 낯선 만남을 통해 상실을 통과하는 'SINSIN AND THE MOUSE', 혼자 여행을 이어가는 '꿈속', 그리고 신혼여행지 헬싱키에서 죽음과 사랑을 다시 바라보는 표제작 '손모아 장갑과 가여움'이 실렸다.

    이번 소설집에서 요시모토 바나나는 삶의 불완전함을 극복의 대상이 아닌 지속의 조건으로 바라본다. 슬픔은 사라지지 않지만, 시간 속에서 옅어질 수 있으며 그 과정 자체가 살아 있다는 증거라는 시선이 작품 곳곳에 배어 있다. 일상의 사소한 물건과 우연한 만남, 타인을 향한 연민은 인물들이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작은 동력이 된다.

    '손모아 장갑과 가여움'은 거창한 위로나 결론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독자에게 속도를 늦추고, 작고 연약한 감정에 잠시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을 건넨다.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3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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