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노컷뉴스

단독주택에서 신축 아파트까지, 집의 이동이 말해주는 것

  • 0
  • 0
  • 폰트사이즈

책/학술

    단독주택에서 신축 아파트까지, 집의 이동이 말해주는 것

    • 0
    • 폰트사이즈

    건축가 이규빈 '나를 지은 아홉 개의 집'

    새움 제공 새움 제공 
    건축가 이규빈이 자신의 삶을 형성한 아홉 개의 집을 따라가며 한국 주거 공간의 변천과 그 안에 깃든 기억을 풀어낸 신작 '나를 지은 아홉 개의 집'이 출간됐다.

    이 책은 저자가 어린 시절부터 성인이 되기까지 거쳐 온 단독주택, 연립주택, 빌라, 임대아파트, 반지하 원룸, 셰어하우스, 구축 아파트, 신축 아파트, 건축 사무소 등 아홉 개의 주거 유형을 중심으로, 집이라는 공간이 한 개인의 삶과 감각을 어떻게 형성해왔는지를 기록한 에세이다. 개인의 기억을 출발점으로 삼지만, 그 여정은 자연스럽게 한국 사회의 주거 역사와 도시의 변화로 확장된다.

    저자는 1990년대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가족이 살던 단독주택을 떠나며 본격적인 '이동의 주거사'를 경험한다. 이후 옮겨 다닌 집들은 단순한 거주 공간을 넘어, 각 시대의 경제 상황과 주택 정책, 도시 구조를 고스란히 반영한 장소로 등장한다.

    연립주택의 마당, 빌라의 계단실과 필로티 주차장, 반지하 방으로 스며드는 한 줌의 빛, 복도식 아파트의 소음과 거리감 같은 세부 묘사는 한국인의 집이 왜 지금의 형태가 되었는지를 설득력 있게 설명한다.

    건축가의 시선은 일상 속 공간 요소로도 향한다. 발코니가 어떻게 여유의 공간에서 기능적 설비 공간으로 변모했는지, 지하주차장이 택배와 배달 중심의 생활 동선으로 재편되고 있는지, 현관과 복도가 앞으로 어떤 가능성을 품을 수 있는지에 대한 분석은 주거 공간의 미래를 상상하게 만든다. 이 책이 단순한 회고록을 넘어 '에세이로 읽는 한국 주택사'로 읽히는 이유다.

    '나를 지은 아홉 개의 집'은 집을 '소유의 대상'이나 '부동산 자산'이 아닌, 사람을 성장시키고 기억을 축적하는 공간으로 바라본다. 저자는 집이란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이웃과의 거리, 도시가 허용한 삶의 방식 위에 세워진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에 등장하는 집들은 모두 완전하지 않고, 때로는 불편하며, 사라지기도 한다.

    책에서 반복되는 '집은 사람을 짓는다'는 문장은 그의 건축 철학을 가장 간결하게 요약한다.

    이규빈 지음 | 새움 | 240쪽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실시간 랭킹 뉴스

    노컷영상

    노컷포토

    오늘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