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 연합뉴스12·3 비상계엄에 대해 끝내 사과는 없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1심 재판의 마지막까지 계엄은 '정당한 국가긴급권 행사'였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가 전날(13일) 오전 9시30분부터 시작한 윤 전 대통령 등 내란 혐의 피고인 총 8명에 대한 결심공판이 하루를 넘겼다.
14일 0시 11분쯤 재판부에 대한 감사인사로 입을 연 그는 "불과 몇시간의 계엄, 아마 근현대사에서 가장 짧은 계엄일 텐데 이것을 내란으로 몰았다"며 자신에 대한 수사를 "광란의 칼춤"이라고 표현했다.
윤 전 대통령은 "이 사건 공소장은 객관적 사실과 기본적인 법 상식에 맞지 않는 망상과 소설"이라며 "국회에서 절대 다수 의석을 가지고 있는 민주당의 호루라기에 맹목적으로 달려들어 물어뜯는 이리떼들의 모습"이라고 비난했다.
특검이 12·3 비상계엄을 장기독재를 위한 친위쿠데타로 규정한 것에 대해서는 "과거 소위 쿠데타성 장기독재 내지는 권력장악에서의 개헌이라는 건 국회를 해산시키고 국민투표로 밀어붙여 했지만 오늘날 우리 국민이 이런 국민투표에 녹록하게 응할 사람이 어디있나. 망상이고 소설"이라고 했다.
또 "임기를 제대로 마무리하는 일도 숨이 가쁜데 장기독재를 뭘 어떻게 한단 말인가. 시켜줘도 못한다"며 "(그때) 나라가 얼마나 절박했는지, (특검은) 국민이 아주 안온한 상태에 있었다는데 그렇게 생각하니까 바로 이 탄핵과 내란몰이에 찬성하면서 적극적으로 수사도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이 말하는 틈틈이 방청석에선 그의 주장에 동조하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힘을 얻은 듯 그는 "계엄을 해서 장기독재를 한다고요? 그건 미리 알려주시지, 배워보게"라고 비아냥대기도 했다.
약 1시간 30분간의 최후진술 막바지에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좀 더 똑똑했더라면 이러지 않았을 텐데라는 생각이 든다. 제가 너무 순진하지 않았나 한다"며 "구치소에서 정직하고 선한 국민과 청년들이 좌절하지 말게 해달라고 기도한다"고 말했다.
또 "고된 일정 속에서 장기간 심리해준 재판부에 감사하다"며 "사건의 실체를 확인하고 응원해준 국민께도 감사하다. 나라를 살리려는 헌법상의 국가긴급권 행사가 내란이 될 순 없다"고 마지막 말을 남겼다. 윤 전 대통령이 발언을 마치자 방청석에선 박수가 나왔다. 일부 지지자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날 특검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특검은 "국민이 받을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고 권력욕을 위해 비상계엄을 수단으로 입법권과 사법권을 찬탈해 권력을 독점하고 장기집권하려 했다"며 12·3 비상계엄을 친위쿠데타이자, 그가 계엄의 명분으로 지목했던 '반국가행위'를 스스로 자행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특검은 그와 가장 오랜시간 긴밀히 소통하며 비상계엄을 준비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해서도 무기징역이라는 중형을 구형했다. 특검은 "내란 모의부터 실행 단계까지 피고인 윤석열과 한몸처럼 움직였다"며 "단순 가담자가 아니라 범행 전반을 지배·통제한 자로서 우두머리와 다를 바 없는 지위에 있었다"고 평가했다.
김 전 장관과 함께 내란 범행을 기획·설계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해서도 징역 30년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조지호 전 경찰청장에게는 징역 20년,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에게는 징역 15년, 윤승영 전 국가수사본부 수사기획조정관에겐 징역 10년, 목현태 전 국회경비대장에게는 징역 12년, 김용군 전 정보사 대령에게는 징역 10년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