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과 대화하는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이 한국어 의사소통이 어려운 외국인 대표를 보내 국회 청문회를 사실상 무력화시켰다는 질타를 받는 쿠팡에 대해 '더 센' 2차 청문회를 벼르고 있다.
국회에 출석한 기업 임원이 통역을 빌미로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는 '꼼수 통역'이 반복되는 가운데 여당은 이번만큼은 쉽게 물러서지 않는다는 의지를 거듭 표명하고 있다.
'쿠팡 연석 청문회' 벼르는 與…기재위 동참 가능성도
20일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와 정무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간사 등은 오는 22일 만나 '쿠팡 연석 청문회' 실시 계획 등을 논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과방위를 비롯해 정무위, 국토위, 기후환노위가 참여하는 '4개 상임위' 연석 청문회를 실시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에 더해 당내에서는 기재위까지 참여해 '5개 상임위' 연석 청문회가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제기됐던 쿠팡Inc 김범석 의장의 역외 탈세 의혹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7일 과방위 청문회에선 지난달 불거진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사태만 주로 다뤄졌지만, 연석 청문회는 쿠팡의 심야배송 문제, 노동자 산업재해 등 쿠팡의 각종 의혹을 총망라하겠다는 구상이다. 택배 인허가권을 갖는 국토위가 참여하면 쿠팡의 '영업 정지' 문제까지 논의할 수 있다.
민주당 원내 핵심 관계자는 "이르면 다음 주에라도 청문회를 열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다른 원내 관계자는 "연석 청문회는 조속하게 할 것"이라며 "여야 협의가 안 되더라도 우리 상임위원들이 하면 된다"고 귀띔했다.
전방위 압박 받는 쿠팡…여론도 호응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관련 청문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한민수 의원이 김범석 쿠팡 의장의 불출석 사유서를 보이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번 사태에서 민주당은 쿠팡 측의 불성실한 대응에 쉽게 물러서지 않는 모습이다. 국회 과방위는 전날 청문회에 불출석한 김 의장과 강한승∙박대준 전 쿠팡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국회는 상임위 연석 청문회와 국정조사 등 할 수 있는 모든 권한을 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박지혜 대변인은 같은 날 "정부의 범부처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시작으로 더불어민주당 역시 국회증언감정법 위반 고발을 포함해 징벌적 손해배상, 기업 페널티 부과, 산업재해 은폐에 대한 형사처벌,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영업정지 등 가능한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경고했다.
정부∙여당의 강력한 후속 조치를 촉구하는 여론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제보팀장의 의뢰를 받아 지난 11일 전국 18세 이상 5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8.4%가 공정거래위원회에 강제 조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에 찬성했다. '의혹 해소를 위해 정부∙수사기관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물음에도 81.7%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국회 기능 무력화시키는 '꼼수 통역' 도마
박종민 기자정치권 안팎에서 이번 쿠팡 측 대응을 비판하는 배경 가운데 '꼼수 통역'도 있다. 과거부터 한국어를 못하는 기업 임원이 국회에 출석하면 의도적으로 국정감사 또는 청문회를 지연시키려는 기업의 전략이 아니냐는 비판이 줄곧 제기돼왔다.
국회 상임위원들의 질의에 증인이 곧바로 답하지 않고 통역을 거치다 보니, 자연스럽게 증인을 추궁하는 시간은 줄어든다는 것이다. 의원들 입장에선 이런 경우 예상치 못한 질문으로 증인의 돌발 답변을 끌어내는 전락도 무용지물이 된다.
이번 쿠팡 침해사고 청문회에는 쿠팡 측에서 해롤드 로저스 대표이사와 브랫 매티스 CISO(정보보호최고책임자)가 출석했다. 이들은 청문회 시작부터 "한국어를 전혀 못한다. '안녕하세요'는 한다"(로저스 대표)거나, "'장모님', '처제', '아내' 정도의 한국어는 한다"(매티스 CISO)고 말해 논란을 부추겼다.
2017년 10월에는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당시 한국GM 카허 카젬 사장이 약 50분간 GM의 한국 철수설 관련 질의에 통역을 통한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아 논란을 키웠다.
그다음 해 과방위 국정감사에서는 당시 존 리 구글코리아 사장의 통역 사용이 도마 위에 올랐다. 당시 과방위는 존 리 사장이 사석에서 한국어를 자유롭게 사용한다는 전언이 있다며, 국감장에 나와 통역을 통해 위원들의 질문을 받는 그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지난해 정무위 국감에서는 가맹점 갑질 의혹을 받는 아디다스코리아의 곽근엽(피터 곽) 대표의 태도가 논란이 됐다. 불과 1년 전 국감에서 한국어로 답변하던 그가 통역사를 대동하자 여야 위원 모두 그를 강하게 질타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당시 여당 간사)은 "국정감사를 무력화하는 시도는 방기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강준현 의원(당시 야당 간사)도 "강민국 간사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국회모욕죄, 위증죄 관련해 여야 간사가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경고했다.
| ▶인용된 여론조사는… |
조사대상 및 크기: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3명 피조사자 선정방법: 무선 ARS(RDD) 100% 표본오차: ±4.4%포인트(95% 신뢰수준) 조사방법: 무선 자동응답 조사 가중값 산출 및 적용: 성·연령·지역별 가중 부여 응답률: 3.4%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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