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박대준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윤창원 기자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당시 쿠팡 박대준 대표와의 오찬 자리에서 쿠팡 임원 인사와 관련된 민감한 자료를 직접 제시한 정황이 드러났다.
5성급 호텔에서 오찬으로 70만 원이 결제됐다는 논란에 이어,
여당 원내대표가 국감 대상인 피감기업의 인사 문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청탁을 시도한 정황까지 확인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박대준 녹취 확보 "이 불편한 진실, 나도 모르길 바랐다"
17일 CBS노컷뉴스는 지난달 5일 박대준 당시 쿠팡 대표와 회사 임원 사이에서 이뤄진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분석했다. 해당 녹취에는
박 대표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의 오찬에서 수상한 청탁을 받았던 정황이 비교적 세세하게 드러난다.
통화가 이뤄지기 두 달 전인 지난 9월 5일, 당시 박 대표와 김 원내대표는 여의도의 한 5성급 호텔 식당에서 오찬을 진행했는데, 이때 김 원내대표가 박 대표에게 무언가를 건넸고 박 대표 본인은 향후 문제가 될까봐 애써 외면했다는 것이다.
박 대표는 김 원내대표와 오찬을 가진 이후 두 달 뒤, 회사 고위 관계자와의 통화에서 "(9월 5일 오찬 자리에서)
김병기 의원이 뭘 보여줬는데, 내가 알아서는 회사에 좋을 게 없는 것 같아서 외면했다.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어 "
나는 이 불편한 진실을 나도 모르고 회사도 모르길 바랐다"면서
"나는 여전히 여기에 하나도 끼고 싶지 않다. 왜냐하면 내 관심이 회사한테 재앙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등, 김 원내대표의 제안이 회사에 심각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녹취록에는 또한 "(김 원내대표로부터)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서 불이익을 주고 싶은 생각도 없다"는 발언도 포함돼 있어, 지난 9월 오찬 자리에서 특정 인사의 거취와 관련된 논의가 오갔음을 짐작하게 한다.
박종민 기자호텔 식당 룸 독대 당시 서류가방 열어 자료 제시 정황
두 사람의 만남은 국감을 한 달여 앞둔 지난 9월 5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호텔 29층 양식당의 개별 룸에서 이뤄졌다. 오찬에는 국회 대관 담당인 민병기 쿠팡 대외협력총괄 부사장도 함께했다.
CBS 취재결과, 이 자리에서
김 원내대표는 자신이 준비해온 서류가방을 열어 쿠팡 내부 특정 인물과 관련된 자료를 직접 보여준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인물은 김 원내대표의 전직 보좌진 출신 인사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끼고 싶지 않다", "외면했다"고 말했지만,
공교롭게도 이날 오찬 이후 김 원내대표의 전직 보좌진 출신으로 알려진 쿠팡 임원들이 갑작스레 해외 발령 통보를 받거나 해고 처리되는 등 인사상 불이익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한 임원은 임용된지 한 달이 조금 넘은 시점에서 해고 통지를 받았다. 쿠팡은 이 시기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실소유주인
김범석 쿠팡 Inc 이사회 의장의 국감 증인 채택을 막아달라는 요청을 지속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쿠팡은 김 의장의 반복된 국감·청문회 불출석 논란과 함께, 노동·공정거래·퇴직금 미지급 문제 등으로 10월 국감에서 국회 차원의 집중 검증이 예고된 상황이었다.
이날 오찬에서 결제된 식사 비용은 세금 포함 약 70만 원으로 확인됐다. 1인당 약 23만 원 수준이다. 오찬 시간대 해당 식당에서 개별 룸을 이용한 손님은 이들 일행이 유일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업무방해 우선 쟁점…청탁금지법·정치자금법도 검토 대상
법조계에서는 이번 사안을 두고
업무방해죄 적용 여부가 가장 우선적인 쟁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감을 앞둔 시점에서 거대 여당의 원내대표가 피감기업 대표에게 특정 인물에 대한 인사 자료를 제시한 행위가,
기업의 자유로운 인사 판단에 사실상 압박이나 위력으로 작용했다면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앞서 확인된 70만 원 상당의 호텔 식당 룸 오찬과 관련해서는
청탁금지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여부도 검토 대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청탁금지법은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고 식사비가 법정 기준(1인당 5만 원)을 초과할 경우, 비용을 제공한 쪽과 이를 받은 공직자 모두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정치자금법 역시 기업 자금이 정치 활동과 연관된 접촉 과정에서 사용됐을 경우, 제공자뿐 아니라 그 사실을 인지하고 이를 수수한 정치인 역시 책임을 질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김 원내대표는 '호텔 식당 룸 70만 원 식사'에 대한 CBS노컷뉴스의 단독 기사가 나간 뒤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어도 5명 이상이 식사했다"고 했지만, 결제를 누가 했는지 등은 밝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