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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통일교에 발목잡힌 정치…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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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통일교에 발목잡힌 정치…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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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평 통일교 본부 천정궁. 가평=박종민 기자가평 통일교 본부 천정궁. 가평=박종민 기자
    통일교의 정치권 로비 파문을 접하면서 '종교집단이 왜 로비를 하는 것일까?'라는 근원적 의문이 든다. 로비는 일반적으로 무언가를 이루려 하지만 힘이 부족할 때 동원하는 비상처방으로 어렵거나 안되는 걸 되게 하는 방편이다. 건축 인허가나 사업 인허가 등이 대표적이다.
     
    그렇다면 종교집단에서 무엇이 아쉬워 로비를 하는 걸까 그것도 현실 정치판의 유력 정치인에게 말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의 경우도 전재수 전 해수부장관도 특정 인허가를 성사시킬 목적으로 접촉하며 금품을 건넨 것 같지는 않다. 해수부 장관은 현금 4천만원과 명품시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의 정체성을 뜯어보면 실마리가 보인다. 통일교 교리의 핵심은 문선명 총재를 육신을 가진 재림주(메시아)로 본다. 교주가 주관하는 합동결혼식을 하나님의 참된 혈통을 잇는 의식으로 중시한다. 그래서 주류교단이 통일교를 이단으로 낙인 찍은 지는 오래다.

    '정교유착 국정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통일교 한학자 총재. 황진환 기자'정교유착 국정농단' 의혹을 받고 있는 통일교 한학자 총재. 황진환 기자
    그러다 보니 종교적으로 국내 기반이 취약하다. 교세를 확장해 나가는 데도 명확한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통일교가 기업운영을 중시하고 해외 포교활동에 적극적인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국내 정치권을 상대로 각종 로비활동을 펼친 것은 당장의 인허가를 위한 것은 아니라도 궂은 날 보험으로 이만한 것도 없다.

    이단시 되는 종교집단으로서 그들이 갖지 못한 공신력과 권위를 가진 정치인이 친통일교적인 생각을 갖고 그들이 하는 일에 우호적이라면 종교적이든 비종교적이든 모든 국내활동의 리스크를 크게 줄일 수 있다. 통일교는 일본에서도 자민당을 비롯한 보수정치권에 거액을 헌금을 한 일이 드러나 종교단체 해산명령을 받은 적이 있다.

    이념적 공통분모를 가진 일본의 보수정당을 타깃으로 고액을 갖다 바치고 통일교도 살인사건 등이 겹쳐 종교적 사형선고에 이른 것이다. 이번에 특검조사를 통해 드러난 국내의 정치권 로비 역시 일본의 사례와 크게 다르지 않다.

    통일교가 동원한 로비수단은 돈을 비롯한 금품에 그치지 않았다. 특정 정당의 헤게모니 다툼에 끼어들 정도로 대담해지고 있다. 유력 대선후보자 진영과 전현직 장관, 국회의원, 대통령 측근 등 힘깨나 쓰는 유력자들을 망라해 접촉하며 로비망을 구축해온 것이 수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지금껏 드러난 사실만 놓고 봐도 통일교는 정치권과의 공생을 꿈꾼 건 아닌지 의아하다.

    정치권은 필요한 정치자금이나 표를 공급받고, 통일교는 국내 활동의 안전과 안정을 보장받았으니 공생관계 구축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 얘긴 아닌 것 같다.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유엔해양총회' 유치 활동을 마치고 귀국해 취재진 질문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전재수 장관은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연합뉴스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11일 '유엔해양총회' 유치 활동을 마치고 귀국해 취재진 질문을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전재수 장관은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연합뉴스
    통일교 파문은 크게 두가지 점에서 국민들에게 커다란 실망감을 안겨주고 있다. 첫째는 아무리 정치자금이, 표가 아쉬워도 손을 벌릴 데가 따로 있지 하필 통일교였느냐는 것이고 둘째는 정치권-통일교의 유착 단서를 포착하고도 덮어둔 민중기 특검의 납득할 수 없는 행태가 그것이다.

    통일교가 돈을 가져다 줄 때는 바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세상에 이유없는 돈은 없다는 말도 있다. 한국과 국민의 미래를 이끌어가야할 주류 정치인들이 통일교로부터 돈을 받고 그들과 만나 로비를 들어줄 정도로 한가로운 사람들인 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돈이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이든지 가리지 않는 모습이 어처구니가 없고 실망스럽다.

    민주당 정치인 관련 진술을 놔둔 민중기 특검은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다. 수사과정에서 통일교와 민주당 정치인 간의 유착정황을 파악하고도 4개월동안 덮어둔 채 야당의원만 잡아들인 건 실체적 진실규명을 본업으로 하는 수사기관이 할 일이 아니다. 재판에서 여당 정치인 연루설이 터져나오자 뒤늦게 경찰에 이첩한 건 또 뭔가?

    '여당은 빼놓은 채 야당인사에 대해서만 수사를 했다'는 비판이 빗발치자 특검팀은 11일 '(수사에서)여야 정치인 5명에 대한 통일교 인사의 언급이 있었지만, 특검법상 수사대상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특검을 출범시킨 집권세력의 눈치를 보거나 의식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는 것도 당연해 보인다. 특검의 행태가 그렇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성역없는 수사를 주문한 이상, 경찰은 통일교와 정치권의 유착의혹, '민중기 특검이 민주당 인사 연루의혹을 뒤늦게 밝힌 이유'를 한 점 의혹없이 파헤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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