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의 종합검정을 통과한 뒤 실제 판매 단계에서 굴삭장치가 부착돼 불법 개조된 트랙터. 이원택 의원실 제공농촌진흥청의 종합검정을 통과한 트랙터가 실제 판매 단계에서 불법 개조된 형태로 유통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의원(전북 군산·김제·부안을)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로보드림㈜은 RT-135 모델을 한국농업기술진흥원 종합검정을 통해 '트랙터'로 적합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검정 당시에는 굴삭장치가 부착되지 않은 순수 트랙터 형태로 심사를 통과했지만 실제 시중에 판매된 제품은 굴삭장치를 '오픈 옵션' 명목으로 용접 부착해 출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차체 구조와 밸런스, 안전장치가 임의로 변경돼 실질적으로는 트랙터가 아닌 굴삭기로 판매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구조 변경이 농업기계화촉진법상 명백한 불법개조 행위라는 점이다. 해당 법령은 트랙터의 구조강제 변경 및 용접식 장치 부착을 금지하고 있는데도 제조사는 이를 무시한 채 부속작업기 등록을 허위로 신청해 판매를 지속했다.
표준적인 부속작업기는 후미 링크에 탈부착이 가능해야 하지만 RT-135 모델은 '일체형 고정' 방식으로 개조·출고돼 사실상 굴삭기 형태로 유통됐다.
검정기관에서 구조·조작 및 안전성에서 '적합' 판정을 내렸고 이후 실제 판매 제품의 구조 변경 여부를 확인하는 사후 점검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그 결과 불법 개조된 기계가 약 6년 동안 전국에 유통됐고 적발되지도 않았다.
더욱이 RT-135 모델은 불법 개조된 상태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농기계 구입 보조금 지급 대상에까지 포함됐고 일부는 농진청이 '신기술 농업기계'로 선정해 전시와 홍보까지 지원했다. 국가가 불법기계를 '합격품'으로 인정하고 세금으로 구매를 지원한 셈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에게 전가됐다. 농진청의 검정을 신뢰해 제품을 구매한 농민들은 잦은 과열, 화재, 엔진룸 발열 등 구조적 결함으로 반복적인 고장을 겪었다. 그러나 민사 소송에서는 '검정 적합 판정을 받은 국가 인증 제품'이라는 이유 등으로 사용자 과실로 판단돼 한 피해 농민은 약 2억 4천만 원의 기계 손실을 변상해야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원택 국회의원. 이원택 의원실 제공이원택 의원은 "현행 농업기계 검정제도는 실제 판매제품이 검정 당시와 동일한지 확인할 수 있는 사후관리 체계가 부재하다"며 "검정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부속작업기 등록·인증에 대한 허위신청과 임의 변경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어 "국가 검정을 통과한 기계가 불법 개조돼 유통되는 일이 반복된다면 농민들이 믿고 사용할 안전한 농기계 시장은 존재할 수 없다"며 "검정제도 전반에 대한 전수조사와 제도 개선을 통해 다시는 농민이 피해자가 되는 일이 없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