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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아침에 실업자'…한국GM 하청노동자들에겐 새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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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하루아침에 실업자'…한국GM 하청노동자들에겐 새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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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오전 한국GM 세종물류센터 탁구장 안에 집단 해고된 하청노동자들의 고용승계 요구 농성을 응원하는 문구가 붙여져 있다. 박우경 기자12일 오전 한국GM 세종물류센터 탁구장 안에 집단 해고된 하청노동자들의 고용승계 요구 농성을 응원하는 문구가 붙여져 있다. 박우경 기자
    영하권 추위가 이어진 12일 오전 9시쯤 세종시 한국GM 세종물류센터에서는 고용승계를 요구하는 하청노동자 100여 명의 농성이 계속되고 있었다.

    지난 연말 집단 해고를 당한 이들에게 2026년 새해는 아직 오지 않았다.

    이들이 소속된 하청업체 우진물류는 한국GM과 수의계약 형태로 20여 년간 하도급 관계를 이어왔다. 그동안 노동자들의 고용승계도 자동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세종물류센터 하청노동자 100여 명이 지난해 7월 열악한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노동조합을 결성한 뒤 상황은 급변했다. 이들의 계약은 지난해 12월 31일을 끝으로 전원 종료됐다.

    물류센터 입구에 설치된 2평 남짓한 천막 농성장은 전날 강풍에 일부 파손됐다. 노동자들은 현재 작업장과 교육장, 탁구장 등으로 나뉘며 기약 없는 고용승계를 기다리고 있다. 영하권 날씨에 물과 전기 공급도 언제 끊길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그들은 설명했다.

    노동자들은 흩어질 경우 투쟁의 결집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함께 모여있었다. 가족과의 만남도 주 1~2회로 제한됐고, 주말마다 돌아가며 잠시 집에 다녀오지만, 어느새 농성은 2주를 바라보고 있다.

    하청노동자들이 물류센터 내 탈의실 등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박우경 기자하청노동자들이 물류센터 내 탈의실 등에서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박우경 기자해고의 칼날은 장기근속자들에게 더욱 뼈아프게 다가왔다. 이날 만난 10년 이상 근무한 노동자 5명은 "심정이 어떠냐"는 물음에 쉽게 입을 열지 못하고 종이컵만 만지작거렸다. 두꺼운 작업용 점퍼 등판에는 '원청 사용자 책임 인정'이라는 글씨가 쓰여져 있었다.

    2003년 입사한 A(60)씨는 "'노조에 참여하면 불이익을 당하겠구나' 막연하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막상 해고 통지서를 받으니 눈물이 났다"며 "20여 년간 열심히 일한 대가가 이거였나 싶어 참 허무했다"고 말했다.

    같은 해 입사한 B(44)씨도 "그 당시에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며 "여기서 일하며 아이도 키우고 삶의 터전을 가꿨는데 눈앞에 깜깜했다"고 털어놨다.

    노동자들은 열악한 근무 환경을 감내하며 일하다 해고 통지를 받은 점이 특히 억울하다고 입을 모았다.  

    2004년 입사한 C(53)씨는 "부품을 패킹해 각 허브로 보내는 '내수출하반'에서 일하는 젊은 친구들은 작업장이 너무 더워서 바지가 땀에 다 젖을 정도였다"며 "안전 문제를 이유로 선풍기도 달아주지 않아 땀띠를 달고 살 정도로 열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노조를 만들 때 우진물류 측에서 '지금 만들면 안 된다', '1년 있다가 만들어라' 회유를 해놓고 막상 해고 통지를 할 때는 '고생했다'는 말 한마디 없었다"며 "정말 속상하고 괘씸했다"고 했다.

    작업복 등판에 '원청 사용자 책임 인정' 글귀를 써붙인 하청노동자 100여 명이 물류센터 식당에서 노조비로 식사를 하고 있다. 박우경 기자작업복 등판에 '원청 사용자 책임 인정' 글귀를 써붙인 하청노동자 100여 명이 물류센터 식당에서 노조비로 식사를 하고 있다. 박우경 기자노조에 참여한 이유에 대해 이들은 "젊은 친구들만큼은 좋은 환경에서 근무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에서"라고 설명했다.  

    한 노동자는 "사측에서는 부평이나 창원 공장에서 신입사원으로 채용해 정규직을 시켜주겠다고 했지만 근속 연수 인정도 안 될뿐더러 삶의 터전이 이곳이고, 아이들도 다 여기에 있는데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며 "우리는 이곳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노동자도 "이 싸움은 우리만을 위한 게 아니다"라며 "같은 처지에 있는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울림이 되고 싶고, 서로의 얼굴을 하루빨리 현장에서 보고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GM 측은 현재 물류 차질의 책임이 노조의 농성에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GM 측은 "현재 세종 부품물류센터 불법점거로 부품 공급과 차량 서비스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며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임시 물류 대안을 가동하고, 사실과 법에 기반한 책임 있는 해결 방안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해고 노동자들은 지난 7일 충남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을 제기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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