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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대들지 못할 것 같은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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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해도 이렇게 무례할 수가 없다'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우리나라와 일본에 보낸 '관세 편지'를 두고 나오는 말이다.
 
일반적인 외교관계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무례를 동맹국에게 저질렀다는 평가도 나온다.
 
우선 형식 측면에서 보면 트럼프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인데, 한국 정부에 전하기도 전에 그 내용을 전격 공개했다.

그것도 공식 발표가 아니라 SNS를 통해서였다.
 
다른 나라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내용을 상대방의 동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공개하는 것은 일반적 외교 관례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편지 내용은 더욱 가관이다.
 
'이 편지를 보내게 되어 큰 영광'이라는 미사여구로 시작한 편지에서 트럼프는 "한국의 관세 및 비관세 정책과 무역 장벽으로 인해 미국은 장기적이고 고질적인 무역 적자"를 보고 있다며 "이러한 적자는 미국의 경제와 안보에 중대한 위협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8월 1일부터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으며, 만약 한국이 보복관세를 물리거나 우회 수출로 관세를 회피하려 할 때는 그만큼의 추가 관세를 물리겠다고 경고했다.
 
마지막으로 "한국이 미국에 폐쇄적이었던 시장을 개방하고 관세 및 비과세 정책과 무역 장벽을 철폐하면 아마도 수정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 장 남짓한 트럼프의 편지는 마치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보내는 '청구서'처럼 고압적이다.
 
'미국은 시장을 개방했는데 한국은 각종 무역 장벽을 쌓아 공정한 무역을 해치고 있다'는 논조다.
 
하지만 불과 십여 년 전 국내 반발을 무릅쓰고 합의한 한미FTA로 한국은 미국산 수입품에 거의 '0%'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한국의 무역 장벽이 미국 경제와 안보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며 외교 서한에서는 유례를 찾기 힘든 '!(느낌표)'까지 사용했다.
 
마치 윗사람이 아랫사람 호통을 치는 장면이 연상되는 대목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관세 협상을 벌이고 있는 나라는 57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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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무례한 편지를 일반에 공개까지 한 것은 한국이 만만해 보이기 때문이다.
 
외교전문가인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대들지 못할 것 같은 나라여서"라고 분석했다.
 
참담하지만 부인하지 못할 현실적 분석이다.
 
중요한 것은 이 문제를 어떻게 헤쳐나갈 지이다.
 
미국에 어떤 부분을, 얼만큼 내줄지는 정부가 결정할 것이다.
 
다만 트럼프의 시간표에 맞추기 보다는 신중하게 결론을 내리기 바란다.
 
먼지가 가라 앉으면 앞길이 보이듯 트럼프의 변덕과 허풍이 잦아들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약자가 강자와 협상할 때 쓸 수 있는 전략은 '그들의 시간표대로 끌려가지 않는 것'이다.
 
그 사이 미국의 압박이 강해질 수 있겠지만 버텨내야 할 부분이다.
 
얼마없는 협상 카드를 쉽게 내놓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왜 빨리 협상을 타결하지 못하느냐''한미 동맹이 파탄나는 것 아니냐'는 비난도 나오겠지만 이 역시 감내해야 한다.
 
미국 중심의 무역 구조를 다변화해야 하는 점은 말이 필요없다.
 
관계가 소원해진 중국과 일본은 물론 국제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 등과도 경제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북한과의 교류협력도 중요하다.
 
트럼프가 항상 주장하는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차단할 수 있는 것은 물론 개성공단처럼 그 자체로도 우리 경제에 큰 이익을 가져다 주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들은 말하기는 쉽지만 적지 않은 고통을 수반할  수 있는 만큼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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