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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이주배경인구, '인구 절벽' 시대의 숨은 버팀목

    연합뉴스연합뉴스
    30여년 전 동네 가구공단 근처 학교에서는 독특한 농구선수들이 간간이 목격됐다. 가끔 함께 경기를 뛰던 그들은 동남아 출신 가구공장 노동자들이었다. 최근에는 아들의 중학교 졸업앨범에서 서구적 얼굴의 소년을 발견했는데, 엄마가 러시아 출신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타국에서 와 같이 사는 이웃들의 존재가 실감된다.
     
    이들을 포괄하는 통계행정 용어는 '이주배경인구'다. 외국인 근로자, 결혼이민자, 다문화가정, 외국국적 동포 등 이주배경(Migration Background)을 가진 국내 거주자가 여기 해당된다.
     
    국가데이터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국내 이주배경인구는 271만 5천명이다. 이들은 전체 인구의 5.2%를 차지하는데, 전년 대비 0.3%포인트 증가했다고 한다. 대략 우리나라 안에 있는 20명 중 한 사람 꼴이다. 이들 중에는 귀화 절차 등을 거쳐 한국 국적을 취득한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인 75.2%가 외국 국적이다.
     

    주목할 지점은 이주배경인구에서 15~64세 생산연령 인구 비중이 무려 81.9%나 된다는 것이다. 이는 2022년 71.1%, 최근에는 70% 미만일 것으로 추정되는 내국인의 생산연령 비중을 가볍게 압도한다. 인구 구성상 이주배경인구 쪽이 젊은 사람, 일할 사람을 훨씬 많이 보유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제조업과 건설업은 물론, 농업 등 여러 기반산업에서 외국인 고용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이들이 빠지면 가동이 어려워지고, 매출이나 수출이 타격받게 된다. 물류센터나 요식업 등 각종 서비스업에도 이들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다. 청년층이 기피하는 고된 업종에서 이주배경인구는 산업역군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들은 국토 균형발전에도 기여한다.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17곳은 총인구 대비 이주배경인구 비율이 10% 이상을 나타내고 있다. 전남 영암군(21.1%)이나 충북 음성군(19.9%)는 주민 10명 중 2명이 이주배경인구다. 이들은 폐교될 학교를 살려내고, 지역사회를 존속시킨다. 지역 내 소비생활을 통해 지방 상권을 살려낸다.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가 지난해 내놓은 연구결과는 흥미롭다. '이주노동자를 더 늘리지 않는 경우' 우리나라는 2072년 국민소득이 2024년 대비 21%나 곤두박질친다는 것이다. 같은 조건에서 스페인(14%)이나 중국(13%)에 비해 압도적인 침체가 예상됐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캡처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캡처 
    이주노동자가 국가경제의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것은 외국 사례로도 확인된다. 최근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외국인 노동자가 없었다면 독일 GDP는 2019년보다 6% 줄었을 것"이라며 "외국인 노동자 증가가 유로존 경제를 지탱하는 요인"이라고 언급했다.
     
    우리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위기는 세계 최고속도의 저출산·고령화다. 인구 구조 자체가 급변하는 현 상황에서 이주배경인구를 대안적 자산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5.2%인 이주배경인구 비중은 10~15%라는 OECD 평균을 크게 밑돈다. 우리나라는 충분히 포용적이지 않은 셈이다.

    이주배경인구를 우리 경제의 든든한 일원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고용 측면의 배려는 물론, 장기체류 자격 정비, 이민 2세의 교육·성장 지원, 공공서비스의 다문화화 등 정책 검토가 요구된다. 인구 절벽을 앞둔 마당에, 이들을 포용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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