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오전 4시 15분쯤 화재가 발생해 초등학생 자매가 참변을 당한 부산 부산진구의 한 아파트에서 현장 감식이 진행되고 있다. 정혜린 기자부산의 한 아파트에서 부모가 일하러 나간 사이에 불이 나 10살 초등학생이 숨진 가운데, 병원 치료를 받던 7살 동생도 끝내 숨을 거뒀다. 불은 전기적 요인으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는 감식 소견이 나왔다.
25일 부산 부산진경찰서에 따르면, 전날 부산진구 개금동의 한 아파트에서 난 화재로 크게 다쳐 병원 치료를 받던 7살 A양이 이날 오전 끝내 숨졌다.
이로써 이번 화재로 인한 사망자는 2명으로 늘었다. A양의 언니 10살 B양은 하루 전 숨을 거뒀다. 부검 결과 B양의 사인은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판명됐다. 이에 따라 동생 A양은 부검 없이 장례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전날 경찰과 소방 당국이 벌인 합동 감식 결과, 전기적 요인에 의해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이 나왔다. 발화 지점은 거실에 있던 콘센트로 추정되며, 컴퓨터 등 전자기기 전원선이 연결된 상태였다.
부산 부산진경찰서 관계자는 "거실에 있던 멀티탭에서 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시작돼 번진 것으로 보인다"며 "불에 녹아 정확히 확인은 어렵지만 멀티탭에는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수준의 개수가 꽂혀있었다. '문어발식'으로 많이 꽂혀 있는 형태는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화재 당시 집을 비운 자매의 부모는 새벽 청소일을 나간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에 따르면 평소 부모는 이른 새벽에 인근 건물에서 2~3시간가량 청소를 한 뒤, 귀가해 자매의 등교를 챙겨왔다. 불이 난 날도 부모는 청소일을 위해 오전 4시쯤 집을 나섰고, 불과 10여분 뒤 화마가 보금자리를 덮쳤다.
이들 가족은 가정 형편이 좋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진구에 따르면 올해 초 부모는 주민센터에 생활고 지원을 신청했고, 자매가 교육급여 대상자로 선정돼 부산시교육청으로부터 지원을 받아왔다.
이에 부산진구는 전날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부산 사랑의열매 긴급 지원 사업을 통해 화재 피해 복구비와 치료비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더해 희망복지 안전망 사업과 기업 협력 사회안전망 강화 사업을 통해 400만 원을 추가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자 민간 차원의 후원금도 들어오기 시작하고 있다. 부산진구 관계자는 "주민 한 분이 이날 주민센터를 통해 소정액을 '화재 사건 피해자를 위해 써 달라'며 지정 기탁했다. 당분간 비슷한 형태의 후원금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