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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불확실성의 지옥문 열렸다…외교안보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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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불확실성의 지옥문 열렸다…외교안보 시험대

    트럼프. 연합뉴스트럼프. 연합뉴스
    2001년 9월 11일 오전, 뉴욕 맨해튼 세계무역센터와 워싱턴D.C 펜타곤 건물이 9.11 테러의 표적이 됐다. 2차대전 이후 한번도 허락한 적 없는 미국의 심장부가 테러세력에 뚫린 것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가 알 카에다 소탕을 명분으로 시작한 아프간전쟁은 초반 순조로운 듯 보였다. 강력한 무력을 바탕으로 탈레반 정권을 축출했다. 하지만 전선을 이라크전쟁으로 확대하면서 미국엔 지옥문이 열렸다. 전쟁의 명분은 "후세인 정권이 대량살상무기를 제조.보유하고 있고, 테러조직들과 연계돼 있다"는 것이었으나 이라크에선 끝내 대량살상무기가 발견되지 않았다.
     
    미국은 후세인 정권을 무너뜨리고 친미 정부를 세우려했지만 후세인 정권 붕괴 이후 내전이 발발해 전쟁은 2011년 12월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수하기까지 장기화됐다. 전쟁의 수렁에 빠진 미국은 천문학적인 전쟁비용을 쏟아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아프간과 이라크를 확실히 장악하지도 못했고, 오히려 수 십만명의 희생자만 남겼다.
     
    이스라엘-이란 전쟁에 끼어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1일(현지시간) 초대형 폭탄인 벙커버스터를 동원해 이란 핵 시설 3곳을 기습 타격한 것을 계기로 또다시 지옥문을 거론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공습은 자국이 공격받지 않은 상황에서 선전포고 없이 강행한 무력행사란 점에서 국제법 위반 논란을 불렀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공습 이튿날 포르도 핵시설을 재차 공격했다.
     
    이란 포르도 핵시설. 연합뉴스이란 포르도 핵시설. 연합뉴스
    예상되는 이란의 보복 형태는 미군기지 공격과 미국인 인질 확보, 불특정 다수를 향한 테러 등이 될 가능성이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이란 경제에도 타격을 주기 때문에 망설일 수 있지만 이란최고국가안보회의의 결정에 따라 언제든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란의 보복에 미국의 강도높은 추가 공격이 이어진다면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통일연구원 조한범 박사는 23일 "트럼프 대통령이 불확실성의 지옥의 문을 열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하메네이 제거와 정권교체를 벼르는데 맞서 신정국가 이란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후계구도까지 준비하고 있는 만큼 '성전'에 나서겠다는 태세다. 이란 내에선 "모든 미국 시민과 군인이 이제 합법적인 표적이 됐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중동사태가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도 심상치 않다. 이재명 대통령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중동상황이 매우 위급하다"며 "전 부처가 비상대응체계를 갖춰 현 상황에 대응하라"고 주문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 특성상 이번 사태가 미칠 경제적 영향에 선제적 대응이 필요할 것이다.
     
    특히 이란의 핵개발 능력을 무력으로 제거하려는 미국의 시도는 북한에도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이후 강자한테는 약하고 약자한테는 강한 면모를 보여왔다. 푸틴이나 시진핑에게는 함부로 못해도, 자기보다 약한 국가는 가혹하게 몰아붙여서 항복시키려는 스타일이다. 따라서 북한은 핵무력 고도화에 더욱 매달리는 한편 일관성 없는 미국과의 협상 자체를 꺼릴 공산이 있다.
     
    23일 이종석 국정원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채택된데 이어 안규백 국방, 정동영 통일, 조현 외교부장관 후보자 등 이재명 정부 외교안보팀 진용이 공개됐다. 청문회 관문을 통과한다면 당면과제로 중동사태와 미국의 국방비 증액 압박, 관세협상, 북핵해법이 놓여있다. 한미정상회담 준비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강대국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국익을 지킬 수 있을 지 이재명 정부 외교안보가 첫 시험대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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