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한국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새 정부 기후재정 방향 제안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최서윤 기자 지난 4일 출범한 이재명 새 행정부가 대선 당시 공약에서 기후위기대응을 15대 정책과제로 제시한 가운데, 이를 실행에 옮길 재정전략과 예산절차가 수반돼야 한다는 주문이 나왔다.
이 대통령은 5대 성장전략 중 두 번째로도 '에너지 전환과 산업 업그레이드'를 제시하고, 이 같은 전환과 기후 대응을 총괄할 기후에너지부 신설도 공약한 만큼, 관련 재정·예산 실질화로도 이어질지 주목된다.
녹색전환연구소와 2020재단이 결성한 기후재정포럼과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는 9일 오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5 새 정부에 제안하는 기후재정 방향 제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 부제는 '예산 없는 기후정책은 없다'로, 새 정부가 쏟아낸 기후대응 정책공약이 실현되고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면 그에 맞는 '전환적 재정 정책'과 '일관된 예산 편성'이 필수란 게 발간 취지다.
녹색전환연구소 최기원 경제전환팀 선임연구원은 '탄소중립국가기본계획'에 걸맞은 '국가기후재정계획'을 5개년 단위로 수립할 것을 제안했다. 대통령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를 중심으로, 차기 정부 컨트롤타워인 기후에너지부와 기획재정부(조직 개편 시 예산처), 시민참여 거버넌스가 협의해 계획을 수립하는 구상이다.
최 연구원은 "탄소중립 과제가 절실하다면 기후대응을 위해 얼마나 써야 하고, 현재 투자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얼마가 부족한지, 부족한 돈은 어떻게 조달할지 4가지 답변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2023년 탄소중립국가기본계획을 수립했을 때 기본법상 재정계획을 충실하게 포함하라고 했음에도 1페이지에 불과한 부실계획이 제출됐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5년간 90조 원을 투자(연간 약 18조 원)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난해 예산은 14조 원 편성에 그쳐 기본계획 자체가 예산 때문에 와해되는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참고할 해외 사례로는 프랑스의 SPAFTE(생태적 전환 및 국가 에너지 정책 자금 조달을 위한 다년간 전략)를 예로 들고, "우리나라도 포괄적 재정전략 계획이 요청된다"며 "우리나라도 목표, 조달계획, 경제역량, 성과평가를 포함한 재정계획을 수립하고 이 계획 이행을 위해 예산 프로세스의 개혁 역시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녹색전환연구소 제공현재 2조 4천억 원 수준인 기후대응기금을 20조 원 수준으로 10배 늘려 기금이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다만 재원 조달 방안이 관건인데, 관련해 2020재단 채이배 상임이사(전 바른미래당 국회의원)는 △배출권 유상할당 강화로 2030년까지 13조 원 확보 △현재 1만 원 수준인 배출권 가격 6만 원까지 점진적 상향 △교통·에너지·환경세 개편 △탄소세 도입 등을 제안했다.
채 이사는 "현재 2025년 예산안으로 교통에너지환경세 수입이 15조 원 수준으로 나와 있는데, 이 중에 8조 원 정도가 철도나 도로, 대중교통 등 투자로 사용된다"면서 "이외에 나머지 환경개선특별회계에 투입되는 예산을 조정하면 6조 원 정도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면서 "아울러 유류세 인하 조치를 과감하게 중단하고 에너지취약계층에게는 바우처를 제공하는 등 다른 형태의 사업으로 세제 개편을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민간 영역인 기업들의 배출 저감을 유도하기 위한 과감한 세액 공제도 제안했다. 채 이사는 "고배출 산업분야에 더 많은 시설투자공제와 연구개발세액공제를 해줘서 기여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제도 필요하다"며 "미국 IRA(인플레이션감축)법은 풍력, 태양광, 지열, 히트펌프, 수소, ESS(에너지저장장치), CCUS(탄소포집저장) 등 청정에너지와 친환경제조 기업에 기본 6%~최대 70%까지 엄청난 세액공제를 해주고, 프랑스도 녹색산업투자는 30~45%까지 세액공제를 해준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항공 △해운 △트럭운송 6대 고배출산업에 대한 세제지원과 더불어, "현재 패러다임을 뛰어넘어 대기업도 저감 노력을 한다면 과감한 세제지원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각 부처 집행 사업 중 온실가스 감축에 직·간접적 효과가 있을 것으로 판단되는 사업들을 모아놓은 '온실가스감축인지예산제'에 감축사업 외에도 배출사업을 포함해 실효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나라살림연구소 이상민 수석연구위원은 "현재 국가감축목표(NDC)가 있고, 이를 위해 정부가 1년에 18조 원 정도를 쓴다는 목표금액이 있지만 정부지출만 발라내서 보면 10조 원밖에 안 되는데, 그마저도 배출 사업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다는 건 더 큰 문제"라고 짚었다. 이어 "다른 해외 사례는 물론, 서울시나 경기도 등 지방정부가 작성하는 예산서에도 배출사업을 작성하고 있다"면서 "배출사업도 망라해 기록하는 건 새 정부가 반드시 해야될 과제"라고 강조했다.
기후예산만큼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R&D(연구개발) 예산 조율·조정 권한 만큼 강력한 권한을 탄소중립녹색정장위원회가 자고, 전 부처 온실가스 인지 예산을 총괄 조정할 수 있도록 거버넌스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이 위원은 "기재부가 전체 모든 예산서를 포괄하지만 R&D는 과기부 입김이 세다"며 "마찬가지로 온실가스 배출에 대해선 탄녹위 위주로 온실가스 감축과 배출을 컨트롤하는 것이 올바른 거버넌스일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재정포럼 및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제공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임현지 부연구위원은 화석연료 보조금 개편 필요성을 주장했다. 임 위원은 "지난 정부 기간 화석연료 보조금은 연평균 12조 9천억 원으로, 재생에너지에 투입된 보조금 1조 3천억 원의 약 10배 규모"라면서 "지금 정부의 예산 구조는 기후 목표와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화석연료 보조금의 단계적 폐지 선언 및 현행 보조금의 80% 이상 개편 △화석연료 보조금 투명성 강화 △신설 기후에너지부에 기후대응기금 예산 심의 권한 부여를 제안했다.
대표적인 화석연료 보조금으로 임 위원은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를 꼽고, "'한시적'이란 말이 무색하게도 지난 3년 8개월간 지속적으로 연장돼 현재까지 시행돼 이로 인한 세수 손실이 연간 6조~7조 원"이라며 "비효율적인 화석연료 보조금을 줄이지 않고 탄소중립을 한다는 건 구호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또 "노후 화석연료발전소 연장 지원금도 축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보고서는 녹색전환연구소와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또한 연구소는 이날 다룬 △기후재정계획 수립 △기후대응기금 확대 △온실가스인지예산제 실효성 △기후예산 거버넌스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 로드맵 수립 △신규 화석연료 보조금 편성 제한 △기후재정 20조 원 확보 방안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세액공제 도입 8개 주제에 대한 상세한 개별 보고서를 연내 순차적으로 발간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