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로스앤젤레스(LA)에서 벌어진 불법 이민 단속 반대 시위에 대응해 주방위군을 투입하자,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이 "심각한 권력 남용"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8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워싱턴·오리건 등 22개 주의 민주당 주지사들은 공동 성명을 내고 "주방위군은 주지사의 지휘를 받는 조직"이라며 "연방 정부가 사전 협의 없이 이를 투입하는 것은 위험하고 비효율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해병대 투입 가능성을 거론한 것도 군의 정치화를 우려하게 만든다"며 "트럼프 행정부는 지역 사법 당국과 주민의 신뢰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캘리포니아주의 주방위군에 대한 지휘권을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에게 넘기고 LA 시위 지역 투입을 지시했다. 대통령이 주지사의 요청 없이 주방위군을 동원한 것은 1965년 린든 존슨 대통령이 민권 시위대를 보호하기 위해 앨라배마주에 군대를 보낸 이후 처음이다.
주방위군은 평상시에는 주지사 지휘하에 운영되지만, 내란 등 비상사태에는 연방 정부가 직접 지휘할 수 있도록 법에 규정돼 있다.
주지사들은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이 해병대 투입 가능성을 시사한 것에 대해서도 "우리 군 장병들의 임무 수행을 저해하고, 군에 대한 공공의 신뢰를 무너뜨리며, 트럼프 행정부가 지역 사법 당국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연합뉴스
주지사들은 또 주방위군에 대한 주지사의 행정 권한을 존중해야 한다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주방위군 투입에 반대한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한편 시위 현장은 격화되고 있다. 이날 LA 인근 파라마운트와 컴튼 지역에서는 시위대가 콘크리트를 던지고 차량에 불을 지르자, 경찰은 최루탄과 섬광탄으로 진압에 나섰다. 국토안보부(DHS)는 "1천명 이상의 폭도가 연방 건물을 공격했다"고 주장했으나, 사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인권단체들도 트럼프 행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국제앰네스티는 "반체제 인사들을 군으로 위협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 침해"라고 했고, 미국자유시민연합(ACLU)은 "민간인을 군대로 통제하려는 시도는 민주주의의 원칙을 훼손한다"고 강조했다.
공화당은 대통령의 결정을 옹호했다. "법과 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필수 조치"라고 주장했다. 헤그세스 장관은 "폭력 사태가 계속되면 해병대까지 투입하겠다"며 강경 대응 의지를 밝혔다.
이번 사태가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대폭 강화한 이민 단속 정책의 연장선에 있다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의 난항을 돌파하기 위해 이민 문제로 국면 전환을 시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