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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보컬·시인의 삶이 교차하는 시집…'그래서 어쨌단 말이냐'

책/학술

    의사·보컬·시인의 삶이 교차하는 시집…'그래서 어쨌단 말이냐'

    [신간]

    이재준 원장. 비엠케이 제공이재준 원장. 비엠케이 제공
    산부인과 전문의이자 록 밴드 리겔의 보컬인 이재준이 시집 '그래서 어쨌단 말이냐'를 출간했다. 음악 에세이 '시간에 음악이 흐르면'(2021)에 이은 두 번째 저서이자, 그의 첫 시집이다.

    시집에는 65편의 시가 실렸다. 생명과 죽음이 교차하는 의료 현장에서 길어 올린 체험들이 고스란히 담겼다. 시인은 산모가 생명을 잉태하고 세 아이를 낳는 순간 스러져가는 장면을 '악몽'이라 표현하고, 심정지 환자 앞에서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의사의 무력감을 'ARREST'라는 시에 담는다.

    "심정지! // 의사와 간호사들이 / 순식간에 할머니를 둘러서지만 / 거무튀튀한 얼굴은 퍼렇게 변하고 말았다. // 보호자들의 부스스한 통곡 소리 / 그 앞에 의사는 우두커니 서 있다." - 'ARREST' 중


    비엠케이 제공비엠케이 제공
    한편 저자는 의학적 응급 상황만큼이나 정신적 무감각의 위험도 경고한다. 김남주 시인의 죽음을 회상한 '김남주의 죽음 ; 1994. 2. 13.'에서는 무디어진 '이성의 칼날'을 자책하며 사회와 역사로부터 떨어져나온 개인의 망각을 응시한다.

    "월급을 받고 차를 사고 친구를 만나고 / 즐기고 놀러 갈 장소가 생기면서 / 무뎌질 만큼 무디어 버린 이성의 칼날 / 그리고 무관심과 무감각들이 / 나를 망각 저편으로 몰아가고 있을 때 / 시인은 조용히 죽어가고 있었다." - '김남주의 죽음 ; 1994. 2. 13.' 중

    이재준 시는 불필요한 수식을 배제한 채, 투명한 언어로 삶의 긴장을 드러낸다. 시인이자 록 보컬로서 그가 언어를 '자신만의 파동'이라 표현한 것도 이러한 태도와 무관하지 않다.

    의사이자 예술가로 살아가는 삶은 드물지만 그 안에서 문학과 음악, 치료의 경계는 흐려진다. '그래서 어쨌단 말이냐'는 그 경계의 한복판에서 시작된 시선이다.

    이재준 지음 | BMK | 1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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