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택, 겹 회화(Layered Painting) 30-21, 캔버스에 아크릴, 90x70cm, 2024. 학고재 제공진한 푸른색, 하늘색, 남색, 군청색, 청록색, 보랏빛이 도는 푸른색, 녹색 기운이 도는 푸른색, 검은색에 가까운 푸른색…
전시장 벽면이 갖가지 '푸른색'으로 가득하다.
"2년간 작업한 작품들인데 유독 '푸른색' 작업이 많았다. 색에 대해 한계를 두려워 하지 않아 왔다. 이제 나도 60대 중반인데 삶의 끄트머리에 와 있다 생각하니 소멸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된다. 그런 감정이 왜 푸른색으로 나타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작품들은 마치 죽음 직전 임종의 찰나에 떠오르는 파노라마와 같다는 느낌을 갖고는 했다."
'겹 회화(Layered Painting): 거의 푸르른'이 열리고 있는 서울 종로구 학고재에서 만난 장승택 화백이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촬영=곽인숙 기자
다양한 색조의 작품을 선보였던 4년 전과는 달리 이번에는 '푸른색' 일색이다.
60대 중반에 들어선 장승택(66) 화백의 연륜만큼이나 더 묵직한 삶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서울 종로구 갤러리 학고재에서 장승택 화백의 개인전 '겹 회화(Layered Painting): 거의 푸르른'이 5월 17일까지 열린다.
장승택, 겹 회화(Layered Painting) 150-29, 캔버스에 아크릴, 220x170cm, 2024. 학고재 제공'겹 회화', 가까이서 직접 봐야 작품의 진가가 느껴진다.
납작한 평붓 여러 개를 이어 만든 대형 특수붓으로 레일 작업을 통해 단번에 내리긋는다. 물감이 마르면 그 위에 다른 색을 만들어 또 올린다. 이 과정을 수십 차례 반복해 '겹 회화'를 완성한다. 중심에는 하나의 색이 주를 이루지만 옆면에는 겹쳐진 수십개 색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이 작업에는 고도의 집중과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색을 바꿀 때마다 붓을 빠는 일에서부터 내리긋기, 건조 등 모든 일을 혼자 하기에 힘든 작업이라고 장 화백은 털어놨다.
장승택 화백의 작업 모습. 학고재 인스타그램 캡쳐
최근 전시장에서 만난 장 화백은 "하나의 색을 예측하고 물감을 쌓진 않는다. 물감을 얇게 칠하는 일을 반복하면서, 물감들은 서로 반응하고 하나의 색으로 귀결된다"며 "이는 삶에 대한 나의 생각과 태도의 변화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거의 푸르른'이란 제목처럼 푸른색을 주로 한 캔버스 작품들을 선보인다. 작가는 지난해 이후에는 플렉시 글라스 작업을 중단하고 캔버스에 작업하고 있다.
장승택, 겹 회화(Layered Painting) 100-106, 캔버스에 아크릴, 160x130cm, 2024. 학고재 제공장승택 화백은 2세대 단색화가로 분류되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나는 억울한 단색화 2세대"라며 "선배 화가들이 말하는 단색화의 정의가 내가 생각하는 단색화는 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단색화에서 행위의 반복이나 수행 같은 것이 강조되지만 나는 '수행'이란 단어를 제일 싫어한다"면서 "(내 작품은) 엄밀한 의미에서 좀 다른 단색조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15일 개인전 '겹 회화(Layered Painting): 거의 푸르른'이 열리고 있는 서울 종로구 학고재에서 만난 장승택 화백. 곽인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