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보성초등학교 학생들이 바다에서 생존수영 교육을 받고 있다. 보성교육지원청 제공 ▶ 글 싣는 순서 |
① "살기 위한 수영 맞나요?"…형식에 그친 전남 생존수영 교육 ② 형식에서 실효로…'살리는 생존수영'이 되려면 (끝) |
교육부는 2019년 생존수영 교육 매뉴얼을 통해 학년별 목표를 제시했다. 3~4학년은 기본 영법과 가까운 거리 탈출, 5~6학년은 강 수영과 구조 체험 등을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그러나 현실은 연 1~2회 수영장 체험에 그칠 뿐, 매뉴얼의 목표는 교육 현장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다. 수영장 접근성 부족, 강사·안전 인력 확보의 어려움 등 현장 여건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이다.
교육부는 2020년부터 시도교육청이 지역 실정에 맞는 생존수영 매뉴얼을 자체 제작하도록 지침을 변경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지역은 중앙 매뉴얼을 그대로 따르거나, 실효성 있는 지역 특화 교육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생존수영이 효과적인 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반복 훈련과 착의 상태 실습, 위기 상황을 가정한 시뮬레이션 등 실제 상황에 기반한 체계적인 교육 구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교육은 여전히 수영장 중심의 단발성 체험 수준에 머물고 있어, 제도와 현장 사이의 간극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사)대한생존수영협회 한병서 대표는 "핵심은 옷을 입은 채, 부력 도구 없이 생존할 수 있는지 여부"라며 "짧은 시간 안에 많은 학생이 생존 기술을 익히게 하려면 교육 구조 전반이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구조 요청과 위기 대응 능력을 포함한 시뮬레이션 중심 교육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대한생존수영협회가 진행한 생존수영 교육 현장. (사)대한생존수영협회 제공 현장의 목소리도 이를 뒷받침한다. 수영장까지 왕복 두세 시간이 소요되고, 정작 실습 시간은 1시간도 채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수영장이 없는 지역에서는 실기 수업 자체가 어렵고, 교사들은 생존수영이 "겉보기에만 존재하는 제도"라고 비판한다.
특히 초등학교 단계부터 호흡법과 기초 영법을 익히고, 이후 착의 수영과 바다 실습으로 점진적으로 이어지는 훈련 구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이러한 교육은 단발성 체험으로는 불가능하며, 반복 가능한 실습이 정규 교과 과정 안에 체계적으로 설계돼야 한다는 것이다.
순천 신대지구 한 초등학교 교사는 "수영 수업을 위한 별도 시수와 운영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교사들도 생존수영의 중요성에 공감하지만, 다른 교과에 끼워 넣는 방식으로는 내실 있는 교육이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사는 "정규 교과 내 생존수영 편성과 교과 설계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지금의 구조는 교사에게 부담만 전가하고 교육 효과는 미미하다"고 덧붙였다.
전남도교육청은 이러한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해 TF팀을 구성해 '전남형 생활수영(생존수영) 교육 매뉴얼'을 자체 제작해 배포했다. 동시에 지역 특화 프로그램도 운영 중이다. 보성, 신안, 장성, 화순 등 4개 지역에서는 '바다 생존수영' 시범 교육이 초등학교뿐 아니라 중학교까지 확대돼 시행되고 있다.
보성초등학교 학생들이 바다 생존수영 교육에서 다이빙 훈련을 하고 있다. 보성교육지원청 제공 보성에서는 관내 모든 초등학교가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벌교중학교 전 학년 60여 명도 바다 실습을 경험했다. 수업은 보성 마리나 리조트에서 요트에서 바다로 입수해 구조 요청과 자기 부력을 체험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벌교중학교의 한 교사는 "수업 이후 아이들의 태도가 확연히 달라졌다"며 "두려움보다는 대응력이 생겼다는 반응이 많았고, 이를 위해선 충분한 안전요원 확보가 필수"라고 말했다.
다만 이 같은 프로그램은 아직 일부 지역에 한정돼 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바다 수영에 대한 불안감이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에게 여전히 남아 있고, 실습 중심의 교육을 여유 있게 운영할 수 있는 인적·물적 기반도 부족한 실정이다.
전남도교육청 관계자는 "지역 실정에 맞는 생존수영 교육을 마련하기 위해 자체 매뉴얼을 제작했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 나갈 계획"이라며 "바다 실습이 포함된 지역 특화 프로그램은 현재 시범 운영 중으로, 향후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육현철 한국체육대학교 사회체육학과 교수는 "생존수영은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니라, 위기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교육"이라며 "이를 위해 반복 학습과 체계적인 커리큘럼이 필수적이지만, 현실은 여전히 일회성 체험에 머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영선수 출신인 육 교수는 "지금처럼 수영장에서 구명조끼를 입고 물에 뜨는 수준의 교육으로는 실제 상황에서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며 "실효성 있는 점진적 교육을 통해 바다와 강 실습까지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존수영 교육이 도입된 지 10년. 형식은 갖춰졌다. 그러나 위기 상황에서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실효성 중심의 교육 전환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