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교사에게 살해된 김하늘 양의 빈소에 생전 환하게 웃고 있는 김 양의 영정 사진이 올려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워킹맘인 입장에서 휴가를 내버릴 수도 없고…불안해도 할 수 있는 게 없더라."
대전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1학년 고(故) 김하늘(8) 양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사건이후 아이를 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아이를 늦은 시간까지 아이를 학교에 둬야 하는 맞벌이 학부모들은 더욱 우려가 크다.
워킹맘들 "학교에서 참극이…대체 안전한 곳이 있나"
초등학생 딸을 둔 윤모씨는 12일 CBS 노컷뉴스에 "학부모들은 학교는 학원보다도 더 안전하게 아이를 보호한다는 믿음이 있다"며 "하지만 이런 상황(대전 초등학생 피살 사건)이 발생한 것을 보고 '어떻게 학교에서, 그것도 선생님에게'라는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윤씨는 이런 류의 사고가 마치 자신과 같은 직장인 엄마를 둔 아이를 겨냥한 듯해 괴롭다고 호소했다.
그는 "양육의 책임은 물론 부모 모두에게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 부담과 책임감은 엄마 쪽이 더 느낄 수 밖에 없다"며 "감정적으로 '내 업무가 아이를 위험하게 만들고 있는 건가'하는 죄책감과 공포에 떨고 있다"고 말했다.
결혼을 준비하는 30대 김모씨도 사건을 접하고 충격이 컸다. 결혼하고 아이가 생겨도 직장을 그만둘 수 없는 '예비 워킹맘'이기 때문이다.
김씨는 "예비 신랑은 퇴근이 늦는 경우가 많아서 결국 육아는 엄마인 내게 맡겨질 것 같다"며 "(아이를 학교에 둔) 매 순간 매 순간이 불안할 것 같다"고 말했다.
범행을 저지른 40대 교사 A씨가 경찰 조사에서 "어떤 아이든 상관없었다. 마지막에 하교하는 아이와 함께 죽을 생각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 때문이다.
윤씨는 "그 말을 듣고 정말 가슴이 찔렸다. 대부분 워킹맘들이 가장 늦게 아이를 데리고 오는 경우가 생기는데, 아이가 혼자 놀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 평소에도 마음이 아팠다"며 "그런데 이제는 아이의 생존과 연관된 문제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올해 중학생이 된 아들을 둔 40대 워킹맘 A씨도 "부부가 맞벌이라 아이가 초등학생일 때 주로 학원에 오랫동안 있었다"며 "가끔 선생님 없이 혼자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덜컥 겁이 나기도 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러면서 "가장 마음이 놓여야 할 학교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니 더욱 충격이 크다"며 "게다가 학원에서 폭행을 당했다는 뉴스도 종종 들리니 '과연 안전한 곳이 어딘가'하는 생각도 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후추 스프레이에 위치 추척 앱까지…교육부, '하늘이법' 추진
스마트이미지 제공뚜렷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도 워킹맘들이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윤씨는 "사건 소식을 듣고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더라"며 "그저 아이에게 '혼자 있지 말아라. 2인 1조로 함께 다녀라'고 말해주는 것이 전부"라고 막막해했다.
학부모들의 불안감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한 대전 맘카페에는 아이들 호신용품 정보를 공유하는 글이 게시됐다. 작성자는 "호신용품도 필요할 것 같다. 급한 대로 호루라기, 후추 스프레이 같은 것만 생각이 난다"고 썼다.
아이 위치추적 애플리케이션을 써야겠다는 반응도 나왔다. 한 작성자는 "무료는 별로인 것 같아서 유료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하려고 한다"며 "첫째는 중학교 2학년이라서 생각하지 않았는데 안전상으로 설치해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학부모들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한 맘카페에는 교육청 사건 브리핑 요약본이 올라오기도 했다.
김씨는 "적어도 학교라는 곳은 가장 안전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다만 다른 정상적인 교사들의 교육 환경이 나빠지지 않는 쪽으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전날 오후 시도교육감 간담회를 열고 진상 규명 및 대책 마련에 나섰다. 특히 정신질환 등으로 교직 수행이 곤란한 교원에게 일정한 절차를 거쳐 직권 휴직 등 필요한 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하는 '하늘이법'을 추진할 예정이다.
이 부총리는 "복직 시 정상 근무의 가능성 확인을 필수화하는 등 적절한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교원이 폭력성 등으로 특이 증상을 보였을 때 긴급하게 개입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또 "교육 당국은 학생 안전을 빈틈없이 점검하고 외부인의 학교 출입 통제, 학교 내 안전 강화, 늘봄학교 안전관리 등 안전대책을 면밀히 살피겠다"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대전교육청, 경찰청 등 관계 기관과 함께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