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12일 서울 여의도 기술보증기금 대회의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최근 미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부과 방침과 관련해 국내 수출 중소기업들의 수출 어려움과 건의 사항을 듣기 위해 중소기업 대표들을 부른 자리였다.
예상했던대로 중소기업 대표들은 한국산 제품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 대미 수출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걱정을 쏟아냈다.
"미국 관세 오르면 상당수 중소기업 적자로 돌아선다"
레이저 거리측정기를 미국에 수출하는 중소기업 대표는 자사 제품에 10% 관세가 붙으면 가격 경쟁력은 떨어지고 각종 비용은 늘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관세 부과에 따른 가격 상승으로 경쟁력이 하락하는 반면 미국 현지 판매 수수료는 10%, 물류비와 현지 광고비는 각각 12%. 원료 수입 가격도 10% 정도 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경쟁력 하락과 비용 증가로 영업이익은 7%가 줄어들게 된다"며 "국내 중소기업들이 대략 4% 정도의 영업이익률을 나타내고 있는만큼 7%가 감소하면 상당수 중소기업들이 적자로 돌아선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트럼프 행정부가 800달러 이하 소액 물품에 대해서도 기존의 무관세 정책을 뒤집어 관세를 부과한다면 이 역시 타격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아마존이나 클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통해 개별 발송 형식으로 수출하면 그동안 무관세였는데 만약 여기에도 관세를 부과하면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멕시코에 공장 세웠다 경영난", "미국 진출해도 고장 대응 어려워"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부품을 수출하는 중소기업은 10여년 전 미국 시장을 염두에 두고 멕시코 현지에 생산 설비를 마련했지만 지난해 멕시코 정부가 한국산 원료에 대해 35% 관세를 부과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전했다.
화학제품을 수출하는 또다른 중소기업은 미국 현지 진출 시 각종 설비 고장에 즉시 대응할 수 없다는 점을 우려했다.
이 기업 관계자는 "국내에 있으면 설비 고장이 나더라도 즉각 대응이 가능하지만 미국에서는 4~5개월이 그냥 지나간다"며 "특히 우리 설비는 강산성 물질과 접하다 보니 노후화가 빨라 신속히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공급망 강화를 통한 대 중국 견제도 우려로 제기됐다.
중소기업 관계자는 "화학 제품 원료의 80~90%는 중국산인데, 이를 인도나 일본, 유럽산으로 바꿀 경우 가격이 오른다"고 말했다.
이어 "수급도 불안한 것이 인도산 원료라 하더라도 기초 원료는 다시 중국산을 들여와 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기업과의 간담회에 앞서 발표된 산업연구원의 '중소기업 수출 영향 연구'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중국을 포함해 한국과 기타 국가에 10% 관세를 부과할 경우 국내 중소기업 수출은 11.2%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중기부는 지방중소벤처기업청 별로 수출 중소기업의 애로 신고 센터를 설치해 수출 지원 대책을 강구하기로 했다. 빠르면 이달 중으로 중소기업 수출 지원 대책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