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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의 '4.5일제'…이재명의 '52시간제 예외'에 대립각

경인

    김동연의 '4.5일제'…이재명의 '52시간제 예외'에 대립각

    7일 성남 벤처기업 현장방문 메시지
    유연근무+업무시간 단축 '성공 사례'
    지식 기반의 첨단산업 분야에 적합
    김동연표 '주 4.5일제'의 롤모델 지목
    경영진, 직원들 모두 '효과성' 인정
    근무시간↓ 집중도·창의성·생산성↑
    金 "노동 양보다 질…동기부여 핵심"
    李의 52시간제 '우클릭' 논란과 대비

    7일 김동연(왼쪽 두 번째) 경기도지사가 성남의 한 기업을 방문해 '근무시간 단축' 제도 등에 관한 간담회를 진행했다. 경기도 제공7일 김동연(왼쪽 두 번째) 경기도지사가 성남의 한 기업을 방문해 '근무시간 단축' 제도 등에 관한 간담회를 진행했다. 경기도 제공
    "과거 노동집약적으로 근로시간을 길게 해 생산성을 높이던 시대는 끝났어요. 시대변화를 잘 읽어야 합니다."

    7일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의 한 벤처기업을 찾았다. 5년 전 인공지능(AI) 분야 스타트업으로 출발한 브레인벤처스다.

    이 회사는 설립 초기부터 노동시간을 주 30시간(하루 6시간)으로 단축하고 이틀은 재택근무로 운영함으로써,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와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했다. 지식 기반의 첨단산업이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전국적인 기준인 주 52시간 근무제의 절반 수준으로 일하면서, 오히려 직원 연봉은 업계 평균보다 높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매출도 창립 이후 꾸준히 늘고(지난해 매출 25%↑) 있다. 이른바 '꿈의 직장'이다.

    김동연호가 민선 8기 후반기 역점사업으로 추진해 온 '주 4.5일제'의 롤모델인 셈이다. 김 지사가 4.5일제의 성공 가능성을 가늠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한 이유다.

    김동연이 '노동시간 단축' 띄운 까닭…"시대변화 읽어야"

    김동연 지사가 온라인 화상회의를 통해 재택근무 하는 직원들과 직접 대화하고 있는 모습. 경기도 제공 김동연 지사가 온라인 화상회의를 통해 재택근무 하는 직원들과 직접 대화하고 있는 모습. 경기도 제공 
    김 지사가 내세운 주 4.5일제는 '격주 주 4일제'와 '주 35시간제', '매주 금요일 반일근무' 가운데 하나를 노사합의로 선택해 노동시간을 대폭 줄이는 제도다. 근무 단축에 드는 비용은 공공이 지원한다.

    먼저 도는 노동환경 개선을 통한 기업들의 우수 인재 확보를 도모하기 위해 주 4.5일제 시범사업 도입을 준비해 왔다. 다음달 도내 50여개 기업을 공모해 별도 임금 축소 없이 근무시간을 단축할 수 있도록 지원금 등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산업별 노동생산성 유지에 차질이 없도록 업무프로세스나 생산공정 등에 관한 전문 컨설팅 지원도 병행하겠다는 게 도의 전략이다.

    이런 계획과 관련해 이날 김 지사는 브레인벤처스 김원회 대표를 비롯한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어 '노동시간 단축'이 경영 성과와 노동자 삶의 질 향상, 창의적 능률 등에 어떻게 작용했는지를 집중 논의했다.

    간담회에서 김원회 대표는 "늦게까지 남아 있는 게 (회사에 대한) 신뢰의 지표가 아니다. 오전 10시~오후 2시의 '코어타임'에 같이 모여 집중해서 일하면 된다"고 했고, 직원들 역시 "출퇴근과 업무 피로도가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퇴직율은 낮다"고 만족감에 대해 입을 모았다.

    일부 직원은 "다른 회사에선 상상할 수 없던 제도다"라며 "여기 와서 결혼도 하게 됐다. 저출산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도 했다.

    이에 김동연 지사는 "생산요소라고 하면 노동, 자본, 땅을 말하는데 이제는 노동에서 양보다는 질이 중요해졌다"며 "노동의 질은, 애사심, 충성심, 통제가 아닌 동기부여 등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경기도는 주 4.5일제와 유연근무제, 경력단절 없는 '0.5&0.75잡' 프로젝트 등을 통해 일과 삶의 양립(워라밸)이 가능하게 할 것"이라며 "기업 생산성 증대와 함께 저출산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법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강조했다.

    대권 잠룡 金, '진보정책 진화+경제 전문성'으로 차별화

    이재명 대표와 김동연 지사 모습. 연합뉴스이재명 대표와 김동연 지사 모습. 연합뉴스
    이 같은 김 지사의 행보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반도체 분야 주 52시간제 예외 관련 발언에 따른 이른바 '우클릭' 논란과도 대비된다.

    최근 김 지사는 페이스북 글과 방송 인터뷰 등을 통해 잇따라 이 대표의 실용주의 노선을 직격했다.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진보의 가치와 철학이 바뀔 수는 없다"고 말하는가 하면, SNS 글에서는 "AI 기술 진보 시대에 노동시간을 늘리는 것이 반도체 경쟁력 확보의 본질인가"라며 이 대표의 노동시간 규제 탄력화 언급에 대해 따져 물었다.

    대한민국 반도체 주권 수호를 위한 핵심으로 △재정을 포함한 과감한 지원 △전력과 용수 문제 해결 △반도체 인프라 확충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회고하며 "이 두 분의 생각과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 실용주의적이고 현실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우리의 길이 돼야 한다"고도 했다.

    이를 종합하면 김 지사가 중도보수층을 겨냥한 이 대표의 노동정책 관련 선회에 반기를 들면서, 자신이 추진 중인 노동시간 단축 기조가 민주당의 기본 이념에 부합한다는 점을 앞세우려는 의도로 읽힌다.

    정치권 일각에는 진보진영의 노동정책 가치를 수호하는 이미지를 부각해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는 동시에, 민주당 내 '적통' 대권 주자이자 '경제 전문가'로서 김 지사 본인의 존재감을 피력하는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대통령실 비서관과 국무조정실장, 문재인 정권에서는 초대 경제부총리까지 지낸 김 지사는 보수와 진보 정권을 초월해 고위 경제 관료로서 국정을 이끌었다. 2008년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으로 뛰었고, 문 정부에서는 경제성장률 3.2%와 국민소득 3만 달러 시대 달성을 이뤘다.

    강민석 경기도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노동시간 단축은 김동연 지사가 어느날 갑자기 꺼내든 것이 아니다"라며 "기회경제·돌봄경제·기후경제·평화경제 등 '기회 시리즈' 중 기회경제의 일환으로 정책적 철학이 담겨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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