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윤창원 기자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안창호 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을 권고하는 안건 상정을 두고 내외부의 극심한 반발로 전원위원회 회의가 무산된 지 3일 만인 지난달 16일,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 간리) 승인소위(SCA)와 관련해 유엔에 '인권위 업무가 정상화됐다'는 취지의 서한을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7일 국회 운영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실이 확보한 서한에 따르면, 안 위원장은 지난달 16일 간리 승인소위의 실무를 담당하는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에 보낸 서한에서 △인권위 상임위와 전원위가 정상화됐고 △계엄 선포 관련 우려를 표명하는 위원장 성명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0월 '인권위 바로잡기 공동행동'과 '차별금지법 제정연대' 등이 포함된 204개 인권 관련 시민사회단체는 간리 승인소위에 서한을 보내 한국 인권위에 대한 특별심사를 요청한 바 있다. 이들 단체가 제기한 주요 우려 사항은 △인권옹호자 탄압(시민단체 및 인권위 직원 탄압) △일부 인권위원의 업무 방기(전원위원회 파행 등) △정치적·종교적 신념 개입으로 인한 독립성 훼손 △사회적 약자 및 소수자 보호에 대한 역행 등이다.
각 국가인권기구의 등급을 평가하는 간리는 통상 5년마다 정기심사를 진행하는데, 다음 정기심사는 2026년에 예정돼 있다. 그러나 국내 인권시민단체들의 특별심사 요청으로 간리는 한국 인권위에 해명서 제출을 요구했다. 이번 서한은 지난해 10월 말 첫 답변에 이은 두 번째 서한이다.
이번 서한에서 안 위원장은 12·3 내란사태 이후 민주주의 위기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위원장 명의 성명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내란사태 직후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아 인권위 안팎에서 질타를 받았으며, 결국 계엄이 선포된 지 8일 만에 성명을 발표했다. 그마저도 인권 침해에 대한 구체적 위헌·위법 사항을 지적하지 않은 '맹탕 성명'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안 위원장은 서한에서 "인권위가 정상화됐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인권위 업무 방기' 등의 지적과 관련해 그는 "위원 간 의견 대립 등으로 위원회 운영이 원활하지 못했던 상임위는 위원장이 나서서 내부 문제들을 해결하며 12월 5일부터 재개됐다"고 설명했다. 한동안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던 전원위와 관련해 "위원장 취임 후인 9월 30일부터는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재 인권위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안으로 불리는 '계엄으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의 전원위 상정 문제로 지난달 13일과 20일 두 차례나 회의가 연기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은 서한에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해당 서한이 발송된 시점은 윤 대통령 방어권 안건을 상정하려다 인권 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의 항의로 전원위가 무산된 지 불과 3일 뒤였다.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윤창원 기자한편 김용원 상임위원은 간리 승인소위의 의견서 제출 요청에 대해 "반박할 필요가 없다"며 끝내 제출을 거부했다. 김 상임위원은 서미화 의원실의 '의견서 미제출 사유' 질의에 대해 "국내 일부 인권단체들이 낸 인권위원에 대한 갖가지 허위, 왜곡 주장들에 대해 굳이 추가로 반박할 필요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 "국제인권기구를 상대로 허위, 왜곡 주장들을 무책임하게 쏟아내는 불법행위는 국익을 해치는 것이므로 근절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