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대 남성의 친구 관계가 소원해지는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사회적 문제다. 다양한 사회심리학 연구에서 중년 남성들이 더 급격한 사회적 고립과 우울감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들도 이를 뒷받침한다.
맥스 디킨스의 '남자는 왜 친구가 없을까'(2025, 창비)와 빌리 베이커의 '마흔 살, 그 많던 친구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2024, 열린책들)는 바로 이 문제를 조명한다. 특히 남성들의 친구 관계가 왜 흔들리는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지를 탐구한다.
맥스 디킨스는 책 '남자는 왜 친구가 없을까'에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남성들이 친구를 잃어가는 과정을 분석한다. 그는 30대 후반이 되어 결혼을 준비하면서 자신에게 결혼식 들러리를 맡길 만큼 가까운 친구가 거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 충격적인 깨달음을 계기로 그는 남성 우정의 실태를 조사하기 시작한다.
디킨스는 남성의 관계 결핍을 주제로 사회학·역사·심리학·철학·진화생물학·인류학 등 다방면의 인터뷰와 탐구를 통해 남성들이 청년기 이후 점차 친구 관계를 소홀히 하게 되는 이유를 파헤친다. 그는 남성들이 관계를 유지하는 방식이 여성들과 다르며, 감정적인 대화를 나누기보다 공동의 활동을 중심으로 관계를 형성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문제는 나이가 들수록 이러한 활동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또한, 현대 사회에서 남성들이 '사회적 친밀감'을 추구하는 것이 마치 약한 모습으로 보이는 듯한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스스로 감정을 숨기고 고립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그는 남성들도 의식적인 노력만 한다면 친구 관계를 되살릴 수 있다면서 우정을 유지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법들을 제시한다.
그중 임팩트 있는 조언은 "수동적인 관계에서 벗어나라"는 것이다. 남성들은 대개 친구들과 "우연히 만나게 되는" 경험(직장, 스포츠, 군대 등)을 통해 관계를 쌓지만, 중년 이후에는 이러한 환경이 사라진다. 따라서 의도적으로 친구에게 연락하고, 만남을 계획하고, 새로운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창비·열린책들 제공보스턴 글로브 저널리스트인 빌리 베이커의 '마흔 살, 그 많던 친구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역시 개인적인 경험과 취재를 바탕으로 중년 남성들의 친구 관계 문제를 다룬다. 그는 상사의 지시로 쓴 '중년 남성에게 닥친 우정의 위기'라는 기사로 큰 반향을 일으킨 후, 이 주제를 더 깊이 파고들기 위해 책을 집필했다.
베이커는 먼저 중년 남성들이 왜 친구를 잃게 되는 지를 분석하며 그 이유를 사회적 역할의 변화와 시간과 에너지 부족, 문화적 요인 3가지로 꼽는다.
청년기에는 우정이 삶의 중요한 부분이지만, 40대 이후에는 가족, 직장, 경제적 책임이 우선순위가 되면서 직장과 가정생활에 집중하게 되면서 결국 친구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이 사치처럼 여겨진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남성들은 여성들과 달리 감정적으로 가까운 관계를 맺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많고, 우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감정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간과한다고 지적한다.
베이커는 자신의 경험을 통해 "남성들의 우정이 기능적이며, 깊은 대화보다는 함께하는 활동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이러한 활동이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친구들과도 멀어지게 되는 이유가 된다고 말한다.
베이커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방식으로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친구를 유지하려면, 우정을 위해 의도적으로 시간을 내라"는 것이다. 실제 그는 직접 동창들에게 연락을 하고, 새로운 모임에 참여하고, 심지어 어색함을 무릅쓰고 친구들과 감정적인 대화를 시도하면서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본능이 아니라 노력의 결과"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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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책은 중년 남성들이 왜 친구를 잃는지에 대한 분석뿐만 아니라, 이를 극복하기 위한 현실적인 방법까지 제시한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 하다. 단순히 '중년 남성들은 왜 친구가 없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디킨스는 "우정을 위해 더 능동적으로 행동하라"고 말하고, 베이커는 "친구를 유지하는 것은 결국 개인의 선택"이라고 강조한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우정은 저절로 지속되지 않기에 관계를 유지하려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당신이 '언젠가 연락해야지'라고 생각만 하며 친구들과 멀어지고 있다면, 이 책들을 읽고 지금 당장 연락을 해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