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상구청. 부산 사상구 제공설 연휴를 하루 앞두고 부산의 한 행정복지센터에서 60대 남성이 직원들에게 흉기를 휘둘러 2명이 다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매년 구청과 행정복지센터 직원이 안전을 위협받는 사건이 반복되고 있지만, 보호 대책은 지자체 사정에 따라 제각각이라 시와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설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달 24일 오후 4시 10분쯤. 부산 사상구의 한 행정복지센터로 들어선 A(60대·남)씨가 곧바로 2층으로 올라가 마을건강센터로 향했다. 마을 해설사 B(60대·여)씨를 향해 불만을 표현하던 남성은 갑자기 흉기를 휘둘렀고, 옆에서 이를 제지하려던 다른 직원까지 부상을 입었다. B씨는 여러 곳에 부상을 입어 봉합 수술을 받은 뒤 열흘 넘게 입원 치료를 받아야 했고, 다른 직원도 이마 등을 다쳐 병원 치료를 받았다.
범행 이후 달아났던 A(60대·남)씨는 이날 경찰에 자수했다. 부산 사상경찰서는 지난달 31일 살인미수 혐의로 A씨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A씨는 며칠 전 센터에서 진행하는 건강프로그램에 지각해 B씨가 이를 지적한 것에 앙심을 품고 정오 쯤 센터를 찾았고, 이후 집에서 흉기를 챙겨 범행을 저질렀다.
부산 중구청에서 진행된 민원실 특이민원 대응 모의훈련 모습. 부산 중구 제공 부산에서는 이처럼 구청이나 행정복지센터 직원에 불만을 품고 난동을 부리거나 직접 위해를 가하는 사건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8월 부산 금정구청 민원실에서는 한 50대 남성이 의자를 던지고 기물을 파손하는 등 난동을 부리다가 흉기를 꺼내 공무원들을 위협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해 3월에는 영도구청에서 70대 남성이 주택 보수 공사를 해달라며 구청 직원들을 흉기로 위협하다 경찰에 체포됐다.
지난 2023년 5월에는 사상구의 한 행정복지센터에서 기초생활수급자인 50대 남성이 "이번 달 생계비를 미리 달라", "돈을 빌려달라"고 억지를 부리다 공무원의 머리와 얼굴을 수차례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구청과 행정복지센터에서 민원인의 위협이 이어지면서 각 지자체는 안전요원을 배치하거나 안전벨,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는 등 직원 보호를 위한 안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지자체마다 마련된 안전 대책이 제각각인 데다 위협에 대응할 수 있는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상구는 지난 2023년 폭행사건 이후 임시방편으로 구청에서 근무하던 안전요원을 해당 행정복지센터로 파견 보냈다. 그러나 근무하던 안전요원의 계약 기간이 끝난 뒤 지금까지 1년 넘게 예산 확보 등 문제로 안전요원을 배치하지 못한 상태다.
이번 흉기난동이 발생한 곳을 포함해 사상구의 행정복지센터에 안전요원이 배치된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비상 안전벨과 악성 민원인의 출입을 막을 수 있는 차단문, CCTV 등 안전장치가 설치되어 있었지만 범행을 막을 순 없었다.
사상구 관계자는 "지난 폭행 사건이 발생한 곳에는 노인 일자리 사업과 연계해 안전요원을 배치하려 했지만, 센터는 전문적인 안전요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무산됐다"며 "지난 폭행 사건과 이번 흉기난동이 발생한 동네가 비교적 위험성이 있다고 인지하고 있지만 예산 확보 문제로 아직 안전요원은 배치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부산 해운대구의 한 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민원 안내 활동 중인 안전보안관. 해운대구청 제공 동래구와 해운대구 등은 노인 일자리 사업과 연계해 안전요원을 채용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예산 문제로 어려운 지자체가 있어 상황은 제각각이다. 더불어 일각에서는 전문 경비요원이 아닌 경우 비상상황에 즉각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조직 내부에서는 직원 보호뿐 아니라 민원 서비스의 질 향상을 위해서라도 전문 안전요원이 필수적이라며 시와 중앙 정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전국공무원노조 부산지역본부 추승진 정책부장은 "안전벨이나 바디캠은 사건을 예방하기에는 유명무실하다. 위험 행동을 직접 제지할 수 있는 청원경찰과 같은 전문 안전요원이 모든 행정복지센터에 필수적"이라며 "명확한 안내를 도울 수 있고, 제복을 입은 안전요원의 존재가 민원인을 흥분도를 낮추고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시나 중앙 행정부에서 공무원의 안전과 민원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 안전요원을 의무화하도록 지침을 세우고, 지자체에 인건비를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