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진-마테우스. 한국배구연맹그토록 기다렸던 외국인 선수가 돌아오자마자 다시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하지만 한국전력은 흔들리지 않고 마침내 연패 사슬을 끊어냈다.
임성진(26)이 '토종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했기 때문이다. 그는 21일 경기도 안산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OK저축은행과의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양 팀 최다인 21점에 공격 성공률 50%로 펄펄 날았다.
한국전력은 OK저축은행에 1세트를 내줬으나, 임성진의 활약에 힘입어 이후 내리 세 세트를 따내면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OK저축은행을 세트 스코어 3-1(27-29 25-23 25-18 25-18)로 제압하고 4연패의 수렁에서 탈출했다.
승리의 일등공신인 임성진은 경기 후 주저 없이 동료에게 공을 넘겼다. 임성진의 특성에 맞게 정확히 볼을 배급한 세터 이원중을 향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경기 후 "1세트 도중 마테우스가 다친 뒤 분위기가 어수선했고, 오늘 경기는 힘들겠단 생각이 들었다"면서도 "(이)원중이 형이 들어와서 잘 이끌어줘서 고마웠다.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는데, 형이 타이즈 무릎에 구멍이 난 걸 보여줘서 웃음이 터졌다. 그런 거 하나하나가 분위기 전환에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외국인 선수 마테우스는 복근 부상을 털고 이날 경기를 통해 복귀했다. 하지만 1세트 25-25에서 블로킹 후 착지하다가 발목을 접질려 다시 부상 악령에 빠졌다.
마테우스의 부상 여파로 한국전력은 1세트 듀스 접전 끝에 결국 27-29로 패했다. 자칫 팀 분위기가 한 번에 와르르 무너질 수 있는 위기였다.
하지만 2세트부터 내리 세 세트를 따낸 데 대해 임성진은 "우리 팀은 원래 한 명이 40~50득점 하는 팀이 아니라 모두 잘해야 이기는 팀이다"라면서 "국내 선수들끼리 똘똘 뭉치면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또 이원중을 언급하며 "2세트 때 주춤했는데 원중이 형이 들어와서 좋은 기운을 받고 재미있게 했던 것 같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에 이원중이 "(교체 투입되니) 울상이더라"라고 받아쳐 웃음을 자아냈다.
임성진. 한국배구연맹데뷔 5년 차 시즌을 맞은 임성진에겐 어느새 후배가 들었다. 그만큼 책임감도 커졌을 터.
그는 "벌써 27살이더라. 시간이 빠르게 느껴졌다. (윤)하준이가 20살인데, 동생들도 많이 생겼다"면서 "코트에서 형들한테 의지하기보단 후배들이 나한테 많이 의지할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가져야겠다"고 다짐했다.
이원중은 이를 바라보며 "대학교 후배였는데 다 컸다는 생각이 든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올 시즌을 마치면 FA(자유계약선수) 신분을 취득하는 것도 임성진에겐 큰 부담이다.
그는 "생각을 안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FA에 대해 생각하다 보면 하고 있는 것들, 해야 할 것들 잘 못할 것 같아서 하던 대로 하려고 한다"면서 "그냥 코트에서 보여주자는 생각으로 한다"고 말했다.
이어 "팀 성적은 플레이오프에 가서 봄 배구를 하는 게 목표"라면서 "개인적으로는 잘 받고 잘 때리는 선수가 되고 싶다. 개인 기록에 대한 목표는 없다"고 덧붙였다.
쌓인 연차만큼 의젓해진 모습도 엿보였다. 최근 연패 수렁에 빠져 마음고생이 심했던 권영민 감독을 누구보다 진심으로 위로했다.
임성진은 "남자들끼리 말로 하는 건 힘들다. 말로 하기보단 훈련할 때 시끄럽게 하는 게 더 좋지 않나 싶다"며 씨익 웃었다.
그런 그는 오는 24일 열릴 현대캐피탈과의 홈 경기에서 연승을 다짐했다. 13연승을 달리는 압도적인 1위지만 주눅들 필요는 없다.
임성진은 "똑같이 준비할 거다. 현대캐피탈이라고 다를 건 없다"면서 "그냥 하던 대로 열심히 훈련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