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소시에다드에서 뛰는 일본축구 대표 구보 다케후사(왼쪽). 연합뉴스스페인 무대에서 뛰는 일본 국가대표 공격수 구보 다케후사(24·레알 소시에다드)가 경기 중 상대 팬으로부터 인종차별을 당했다.
레알 소시에다드는 21일(한국시간) SNS를 통해 성명을 내고 "일부 발렌시아 팬이 우리 선수들에게 인종차별적이고 모욕적인 말을 한 것에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이런 것들이 클럽의 위대함을 나타내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 무례하고 남을 모욕하며 증오를 조장하는 사람들이 축구와 스포츠에 설 자리는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20일 스페인 발렌시아의 메스타야 경기장에서 열린 2024-2025 스페인 라리가 20라운드 발렌시아와 레알 소시에다드의 경기 도중 벌어진 사건이다.
경기 도중 교체 투입을 준비하던 레알 소시에다드의 구보와 안데르 바레네체아를 향해 인근 관중석에서 인종차별적인 발언이 날아들었다.
레알 소시에다드 구단이 공개한 당시 영상을 보면 관중석에서 구보를 향해 "치노(중국인) 눈 떠라, 너는 중국인이다"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
중국인이 아닌 아시아인을 중국인으로 부르는 것은 인종차별적 언행으로 여겨진다. 또 아시아인을 비하할 때 쓰는 표현까지 섞여 인종차별 의도가 다분한 것으로 보인다.
스페인 바스크 지방 산세바스티안 출신인 바레네체아에게는 "ETA(바스크 조국과 자유)의 일원"이라고 부르면서 "그들이 네게 폭탄을 설치했으면 좋겠다" 등의 말과 함께 욕설이 이어졌다.
발렌시아 구단도 SNS를 통해 "이러한 행동은 축구장이든 사회에서든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몇몇 행동이 우리 구단의 가치를 대표하지는 않는다"면서 "우리는 모든 증오의 표현을 비난하며 당국이 요구하는 조처를 할 준비가 돼 있다. 누구라도 확인이 되면 홈 경기장에서의 추방 등 엄격한 처분이 내려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강인. 연합뉴스
구보는 한국 축구의 차세대 간판 이강인(파리 생제르맹·PSG)과 스페인 마요르카에서 함께 뛰었던 절친한 사이라 한국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선수다.
이강인도 지난해 10월 비슷한 인종차별을 당했다.
당시 소속팀 훈련장에서 팬들과 하이파이브로 인사하던 중 한 팬이 이강인에게 "가자 중국인(Allez mon Chinois)"이라고 외쳤다. 이 팬은 PSG 구단으로부터 서포터스 그룹 '영구 제명' 조치를 받았다.
경기장에서 벌어진 인종차별에 대한 징계 수위는 더 무거울 것으로 보인다.
발렌시아는 레알 마드리드의 브라질 출신 공격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를 향해 인종차별 행위를 한 홈 팬 3명이 지난해 6월 스페인 법원으로부터 징역 8개월에 2년간 축구장 출입 금지 처분을 받는 등 홍역을 치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