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여정 부부장. 연합뉴스북한 김여정 부부장이 20일 모처럼 낸 담화를 통해 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알렉산더 루카센코 벨라루스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제안했다는 외신 보도를 부인하면서 정상회담은 자신들이 아니라 벨라루스 측의 '요망'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김여정 부부장의 담화는 지난해 11월 26일 대북전단과 관련해 비난담화를 낸지 두 달 여 만인데, 벨라루스가 아닌 북한의 필요로 정상회담이 추진되는 것으로 국제사회에 비쳐지는 것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김여정 부부장은 이날 북한의 대외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 게재한 담화에서 벨라루스 대통령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비롯한 여러 아시아 나라들이 민스크에 협조문제 토의를 위한 최고위급 상봉을 조직할 것을 제안했다"는 러시아 타스 통신의 보도에 대해 "최소한 내가 알고 있기에는 그러한 일은 없다"고 말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벨라루스 측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의 최고위급 접촉을 적어도 두 해 전부터 간절히 희망하고 있다는 데 대하여 잘 알고 있다"며 "지난 17일 타스 통신 보도문의 문맥을 그대로 이해한다면 벨라루스 측의 요망이 제대로 반영된 것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여정은 그러면서 "우리와의 협조적인 관계발전을 희망한다면 자기의 의사를 정확히 밝히는 것이 중요"하고, "이러한 사실 여부와 솔직성은 국가 간 쌍무관계에서의 출발점이여야 한다"며 "우리는 벨라루스 측이 이러한 입장으로부터 출발하여 우리와의 친선적이고 협조적인 관계 발전을 지향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고 기꺼이 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북한의 외무성 대신 김여정이 직접 나선 데는 "김 위원장의 외교 활동과 관련이 있는 데다 정상회담을 원하는 것은 북한이 아니라 벨라루스라는 김 위원장의 의중을 신속히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김여정의 담화에 대해 "자신들처럼 대러 군사지원으로 국제적 비난을 받고 있는 벨라루스와의 협력을 마치 북한이 원해서 하는 것이라는 모양새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며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후 북미대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미국의 불필요한 오해 등을 차단하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김여정 부부장의 입장 발표는 친러 국가로 알려져 있는 벨라루스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반응으로 향후 양국 관계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다만, 벨라루스와 북한은 양자 관계 시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를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엄중하게 강조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