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자 (사)근보회 회장. 본인 제공눈부셨던 젊음을 뒤로 한 채 인생의 뒤안길에 선 사람들, 이제 활기찬 삶과는 거리가 먼 마지막 시기에 사람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바로 '돌봄'이다. 조금 더 구체적인 필요는 죽음에 편안히 이를 수 있는 '존중받는 돌봄'이다.
지난 해 수만 명의 간호사들이 여의도 국회 앞에서 보랏빛 손 팻말을 들고 한 목소리로 외치던 열정의 물결은 가슴을 저릿하게 하는 감동의 장면이었다. 간호사들이 목 놓아 외치던 간호법에 담긴 가치가 바로 '돌봄'이었기 때문이다.
그때 우리 모두는 '우리에게 간호법안 이라는 게 생긴다면, 간호사들이 우리 국민들을 더 살뜰히 보살필 수 있지 않을까?'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그러나 국민들의 염원을 담은 보랏빛 물결은 안타깝게도 '좌절'이라는 비극적 결말을 맞았다. 결정적인 이유는 결국 '정치'와 '이익' 때문이었다. 어느 누구도 반대할 리 없는 '돌봄'이라는 삶의 순수한 가치마저 정치와 이익에 밀려 싹 틔우지 못하는 현실은, 정치가 매번 외치는 '저출산 고령화 대책'이라는 구호가 얼마나 의미 없는 것인지를 절실히 느끼게 했다.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이, 결국 '간호사가 의료기관을 개설하려 한다'는 비난과 '간호사가 타 직군을 차별한다'는 정치 프레임에 갇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물거품이 된 것은 2023년의 가장 안타까운 장면 중 하나였다. 그렇게 좌절의 시기를 견디고 찾아 온 지난 겨울, 야당에서 먼저 '간호법안 재추진'이라는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따스한 봄이 오나 보다'하는 순간에, 마치 꽃망울이 틔듯 여당에서도 간호법안 재추진 소식이 날아왔다. 지난 아픔을 딛고 이번에는 기존의 간호법안을 수정하는 것을 넘어서, 더 발전된 '돌봄의 가치'를 담겠단다. 이제 '존엄한 돌봄'으로 가는 길에 간호법안이라는 새로운 좋은 길이 놓아진 셈이다.
좋다. 이번에야말로 온 국민과 온 정치권이 하나가 될 기회다. 선거를 겨냥한 표 계산은 뒤로 접어두고, 우리 모두가 언젠가는 맞이하게 될 '존엄한 돌봄으로 가는 길'을 제대로 한번 놓아보자. 분열과 좌절의 시대에, 우리 모두 건강하고 존엄한 노후를 고대할 수 있도록, 대한민국 여당 야당이 국민을 위해 하나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줘 보자. 그 시발점이 간호법안이 되길 기쁜 마음으로 기대해 본다.
꽃이 핀다. 올해 봄에는 간호법안이라는 더 어여쁜 꽃이 피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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