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은 대치동 선경아파트 경비노동자 1주기 추모 기자회견을 열었다. 나채영 수습기자관리소장의 갑질을 호소하며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선경아파트 경비원이 극단적 선택을 한 지 1년이 된 14일, 이 아파트 전현직 경비원 동료들은 여전히 투쟁을 이어가고 있었다.
14일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은 1주기 추모 기자회견을 열고 "고(故) 박모씨의 죽음에 관리소장은 책임을 지고 사과하라"면서 "부당하게 해고된 경비노동자들을 지금 당장 복직조치하라"고 요구했다.
지난해 3월 14일 선경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던 70대 박모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박씨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 직전 경비대장에게 "나를 죽음으로 끌고 가는 관리소장은 나의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책임져야 한다"는 내용의 유서를 보냈다.
박씨는 70여 명의 경비원이 근무하는 해당 아파트에서 10여 년간 경비반장으로 일했다. 하지만 관리소장과 갈등을 빚다 숨지기 며칠 전 일반 경비원으로 강등됐고, 이를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6월 경찰은 관리소장의 행위를 범죄행위로는 볼 수는 없다며 사건을 내사 종결했지만, 지난해 12월 근로복지공단은 결국 박씨의 죽음이 산업재해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12월 31일 선경아파트는 경비원 76명 중 44명을 돌연 해고하겠다고 통보했다.
아파트 측은 용역업체를 교체하면서 동별 경비초소를 줄이고 무인 주차관리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주장했지만, 경비원들은 "실제 해고 사유는 민주노총에 가입해서 (박씨의 죽음에 대해 규탄하며) 시위한다는 것 아니겠냐"며 의심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홍성준씨는 "선경아파트에서 5년 10개월 동안 근무하다가 작년 연말에 강제 퇴직 당했다"며 "관리소장은 근로복지공단에서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정했는데도 뻔뻔하게 아직도 근무하고 있는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서울본부 김혜정 수석부본부장도 "지난해 12월 겨우 산업재해를 인정받아 뒤늦은 추모식을 했지만, 참석한 경비노동자들에게 되돌아온 것은 해고 통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 이후 3개월 단기 계약이 빠르게 확산되고, 전국의 경비원 90%는 3개월 계약이라고 한다"며 "고용 안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 경비노동자들이 희망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주민과 함께 행복과 희망을 지킬 수 있도록 투쟁해달라"고 말했다.
일반노조 김형수 상임위원장은 "노인의 마지막 일자리인 경비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이렇게 비참한 일자리어야 하는가"라며 "고인 죽음 1주기를 맞이해 죄송한 마음이다. 우리 사회가 고인 앞에 부끄럽지 않은 사회로 자리 잡기를, 해고된 경비노동자들이 복직되고 3개월 초단기계약이 없어지는 선경아파트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들은 "경비원을 죽음으로 내몬 관리소장은 물러나라", "경비원 부당해고 철회하고 즉각 복지시켜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박씨가 숨진 곳에 조화를 바친 뒤 묵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