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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압축 성장'의 블랙홀에 빠지다…'압축적 근대성의 논리'



책/학술

    한국, '압축 성장'의 블랙홀에 빠지다…'압축적 근대성의 논리'

    라투르 '존재양식의 탐구: 근대인의 인류학'

    문학사상 제공 문학사상 제공 
    한국과 동아시아가 지닌 '압축적 근대성'의 다면성을 연구해 온 장경섭 서울대 교수의 '압축적 근대성의 논리'는 한국 사회가 처한 포스트 압축근대적 현실에 대한 통렬한 진단을 담아내며 국내외 학계의 주목을 받은 화제작이다.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한국의 초압축 성장은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경제성장과 산업화를 이뤘고, 노동 시간과 학습 시간에서는 필적할 만한 대상을 찾기 어렵다. 하지만 저자는 경제적 수준이 유사한 다른 사회에 비해 전 세대에서 자살률이 충격적으로 높고, 정치적 격변이 없는 상태에서 초저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은 한국의 기적적인 발전이 인간의 생활과 노동력의 사회 재생산을 위한 여러 기본적 조건을 희생하고 남용해 극단적 방법으로 이룬 성과임을 지적한다. 진정한 기적을 이루는 데 실패했다고 진단이 나오는 이유다.

    저자는 오늘날 한국 사회의 상황은 빈곤, 기근, 정치적 균열, 사회 갈등, 혼란 등으로 점철된 탈식민기 환경만큼이나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보수적 정치, 행정, 기술·과학, 산업 엘리트 등 신자유주의 기득권 세력이 이같은 압축적 개발과 근대화를 위한 확장 정책을 옹호하고 강화하며 이를 재연장시키려 한다고 꼬집는다.

    이 책은 한국의 현실에서 탄생한 압축적 근대성 이론을 세계적 차원의 논의의 주요한 한 축으로 격상시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 사회가 처한 포스트 압축근대적 현실에 대한 통렬한 진단이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 또한 크다.  

    저자는 책을 통해 "압축적 근대성을 분석하며 울리히 백, 브라이언 터너, 예란 테르보른 교수를 비롯해 세계적 권위자들과 긴밀하게 교류하고 협업했다"며 "이 책에 담긴 내용들이 비교근대성, 한국·동아시아사의 사회 구조와 변화, 한국·동시아의 시민권, 아시아 대중문화, 아시아의 가족생활과 개인적 특성, 비교사회 정책과 돌봄 체계 등의 문제에 관심이 있거나 관여하고 있는 세계 여러 학자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간곡히 희망한다"고 전했다.

    이 책은 세계적 권위의 영국 폴리티 출판사가 한국 학자 원작으로는 최초 출간해 화제를 모았다. 이번 한국어판에 이어 아랍어, 프랑스어, 중국어 번역판으로도 출간될 예정이다. 후속작인 '압축적 근대성의 위험'(The Risk of Compressed Modernity)도 출간할 계획이다.

    장경섭 지음 | 박홍경 옮김 | 문학사상 | 364쪽


    사월의책 제공 사월의책 제공 
    스위스는 2004년부터 알프스 빙하의 유실을 막기 위해 매해 여름 빙하에 방수포를 덮고 있다. 오늘날 인류가 빙하를 걱정하고 이에 대한 책임이 있다면, 자연과 인간의 관계는 더 이상 전과 같을 수 없다. 자연의 정복을 꿈꾸던 근대화의 몽상은 끝났고, 우리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책 '존재양식의 탐구: 근대인의 인류학'은 과학기술학의 대가이자 생태주의 정치철학을 독보적으로 제시해 온 프랑스 철학자 브뤼노 라투르가 집필한 근대인이 만든 생태 위기 앞에 새로운 좌표계를 제시하는 심층 보고서다. 근대화가 낳은 온갖 문제의 근본 원인을 파헤치고 그 해법과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그는 서구 근대인과 그들을 따라 근대화를 추구한 비서구 근대인이 '자연'과 '사회'를 구분하고 '객체'와 '주체'를 갈라놓는 이분법으로 인해 정치적 극한갈등과 기후변화라는 위기에 빠졌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그는 또 하나의 근대성 비판론에 머물지 않고 비근대인을 대상으로 삼았던 서구 인류학의 시선을 반전시켜 근대인 자신을 인류학적 탐구 대상으로 삼는다. 이를 통해 근대적 가치와 제도의 사상을 밝히고 근대화의 폭력과 오류를 넘어 생태화의 길로 인도하며 비근대인, 비인간, 그리고 지구와 함께하는 새로운 '외교'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브뤼노 라투르 지음 | 황장진 옮김 | 사월의책 | 74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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