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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부는 "R&D혁신 공감했다"는데…총장들 "분노 또는 우려"



IT/과학

    과기부는 "R&D혁신 공감했다"는데…총장들 "분노 또는 우려"

    보도자료 "다수 총장이 R&D 혁신 방향 공감"
    참석한 총장들 "현장 우려 전달에 격앙"

    대학 총장 간담회 참석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가운데). 과기정통부 제공대학 총장 간담회 참석한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가운데). 과기정통부 제공
    내년 정부의 R&D(연구개발) 예산 삭감과 관련 과학기술정통부는 주요 연구 중심대학 총장들과 간담회를 열었지만, 이미 결정이 난 후 형식적인 자리 아니었냐는 비판이 나온다. 과기정통부는 간담회 이후 다수의 총장들이 R&D 혁신 방향에 공감한다고 했지만 실제 간담회에 참석한 총장들은 공감이 극히 적었고 분노하거나 우려하는 분위기가 대부분이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보도자료에 "다수 총장 R&D 혁신 방향 공감한다" 했지만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5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내년도 R&D 사업 예산 배분 조정 결과와 R&D 제도 혁신 방안과 관련해 주요 연구 중심대학의 총장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과기정통부는 윤석열 정부가 지향하는 정부 R&D는 R&D 다운 R&D, 즉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불확실성이 커서 민간이 투자하기 어려운 분야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대비 10.9% 감액 편성된 내년도 R&D 예산은 그동안 R&D 예산이 급증하는 가운데 누적돼 발생한 비효율과 낭비 요인을 과감히 걷어내는 불가피한 과정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대신 기술패권 생존을 위한 △전략기술, △글로벌 협력, △젊은 과학자 육성 등 지금까지 정부가 강조했던 분야에 대해서는 '집중 투자'를 한다고 했다.

    과기정통부는 간담회 이후 보도자료를 통해 간담회에 참석한 다수의 총장들이 정부가 R&D 혁신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수월성·도전성 중심의 연구 강화, 신진 연구자 지원 확대 및 글로벌 공동연구 강화 등의 추진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취재진에게 공개된 모두 발언을 한 서울대 유홍림 총장과 카이스트 총장의 발언을 일부 공개했다.

    "기술패권 경쟁시대에 대비한 전략기술의 발전은 중요하며, 이는 기초연구의 안정적 기반 위에서 가능하므로 전략기술과 기초연구의 균형발전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며, 정부 R&D 정책은 미래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과의 연계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실효성 있는 국제공동연구를 위해서는 정부 주도의 탑다운(ToP-down) 방식과 아울러 연구자 간 네트워크를 통한 바텀업(Bottom-up) 방식과의 병행이 필요하다" (유홍림 서울대 총장)


    "연구자 처우개선 등 인센티브를 통해 학생들과 신진연구자들이 학업과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며, 이에 비효율을 걷어내고 효율화하는 과정을 R&D 혁신의 계기로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

    정부 '소통 부족' 먼저 꼬집어, '연구진 배려 잊지 말아야' 쓴소리

    연합뉴스연합뉴스
    그러나 실제 유홍림 총장은 이 뿐만 아니라 정부의 '소통 부족'을 먼저 꼬집었다. 유 총장은 "이런 자리가 좀 더 자주 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국가 R&D의 효율성 내지는 성과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 여러 과학기술계의 목소리를 듣는 데 제한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앞으로 더 경쟁이 심화되는 이런 상황에서 국가 R&D 방향성을 어떻게 잡을지, 내년 예산 문제를 넘어 중장기 정책 방향을 논의하는 장이 좀 더 자주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고도 했다.
     
    유 총장은 또 "현재 통계상으로 GDP 대비 R&D 예산은 세계 2위"라면서도 "실제 절대 예산이 어느 정도인가 경쟁국들과 비교해보면, 미국의 10분의 1, 중국의 4분의 1이고 3~4위인 일본 독일에 비해서도 절반 수준"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예산 문제를 단지 액수의 문제, 감액에 대한 차원에서 일회성 논의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며 "큰 틀에서 국가 전략기술 첨단 혁신 분야에 투자하는 동시에 그것의 기반이 되는 기초과학연구와의 균형이 필요하고, 미래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과의 연계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강조한 국제 공동연구에 대해서도 동의하는 부분과 그렇지 않은 부분을 구분해 말했다. 유 총장은 "국가 공동연구 경우에도 기존의 개별 연구자, 산발적인 국제 공동연구를 넘어 대규모 전략적 국제 공동연구를 하는 전체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동의한다"면서도 "이러한 전략적인 정부 차원에서의 공동 연구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바텀업의 개별연구, 공동연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광형 총장은 '신진 세대들에게 영향을 가지 않게 해야 한다'는 점을 가장 중요하게 언급했다. 이 총장은 "긴축 재정이 후진들에게 잘못된 메시지로 가지 않도록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3가지를 말했다. 그는 "첫 번째로 긴축재정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들에 대한 배려를 잊지 말고 그건 더욱 더 강화하는 방향으로 했으면 좋겠다"며 "연구자 배려는 반드시 예산 증액해야만 가능한 건 아니다. 연구자들이 인센티브 받을 수도 있고 세금 혜택도 있으니 실천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는 "사실 연구비가 많이 증가하는 가운데 비효율도 있었고 개선해야 할 점도 있었다. 개선해나가자"고 했다.

    이 총장은 또 "이런 예산 축소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그룹이 신진연구자들과 학생들"이라면서 "이들에게 안정감을 갖게 해주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외부에서는 연구비가 줄어드니까 인턴을 줄이는 등 문제로 불안해하는 게 있다"며 "카이스트는 최대한 이런 학생들 인건비, 박사후연구 비용을 최우선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기관에서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했다.

    비공개 회의 때는 '격앙' '우려'도 터져 나와

    비공개 회의에서는 총장들 다수가 적어도 "인건비 삭감은 없도록"이라는 전제를 달고 나머지 정책을 추해달라는 당부가 있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총장은 "대학원생들과 박사후연구원 인건비 삭감이 없게 해달라는 얘기가 대부분이라 어떤 형식으로라도 확보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이를테면 직접비 일부를 항목을 변경해 인건비를 충당하게 한다든지 대학의 경우 간접비율을 높여 운영을 할 수 있는 여지를 둔다든지 기술적으로 방안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또 다른 총장은 "젊은 청년들의 민심이 악화돼 있고 학문 후속 세대를 단절 하는 효과가 있다는 현장의 소리가 나왔다"면서 "이번 결정이 10년 후 국가 경쟁력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다"고 전했다. 이어 "이미 결정이 다 났는데 소통 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니까 형식적으로 설명을 하는 자리라고 느껴졌다"며 "비공개 때는 총장님들이 항의도 하고 큰일난다 우려하고 걱정하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R&D 예산 삭감이 '의대 열풍의 결정타'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고 한다. 비공개 간담회에서는 "지금도 의대를 많이 가는 이유가 처우 때문인데, 이렇게 예산이 삭감돼 과학자 처우가 나빠지면 과학자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기 어렵고 더 의대 쪽으로 빠져나갈 것"이라는 발언도 있었다고 한다.

    이 장관은 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에게 연구비 예산에서 학생 인건비 부분을 상향하는 등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무슨 방법이 됐든 학생들의 학업이나 연구에 문제가 없게 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이 R&D 예산을 일부 증액하기 위해 협의하고 있다는 일각의 보도와 관련해서는 이미 정부의 손을 떠난 문제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재정 당국과 긴밀하게 협의해 안을 만들었고 예산을 짜서 국회로 넘겼다"며 "국회 심의 과정을 지켜봐야 하고,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고 하는 건 저희(과기정통부) 선에서는 끝이 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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