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이 27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 뒤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7일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말 그대로 '날개'를 달고 돌아온 모양새다. 당 지도부는 '체포동의안 내홍'에 대한 책임공방은 뒤로하고, 일단 코앞에 닥친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 집중하겠다는 각오다. 다만, 연휴 이후 예상되는 당직개편이 이른바 '비이재명(비명)계 찍어내기'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만큼, 당내 긴장감은 여전하다.
28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날 입원해 있는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에서 강서구청장 선거 상황을 보고 받는다. 사실상 영장 기각 이후 첫 공식 당무다. 이 대표는 전날 민주당 진교훈 강서구청장 후보와의 통화에서 "강서 보궐선거는 '정권심판' 선거인 내년 총선의 전초전인 만큼, 사즉생의 각오로 싸워달라"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홍익표 신임 원내대표도 전날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에서 이 대표의 구속영장 청구를 '정치·표적수사'로 규정하고,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파면을 거듭 요청했다. 이번 신임 원내지도부는 직전의 '박광온 체제'와는 달리 친명 색채가 뚜렷해 친이재명(친명)계의 결속력은 더욱 공고해지는 분위기다. 홍 원내대표는 이미 지난 26일 당선 일성으로 "이 대표를 중심으로 내년 총선을 치러 승리하겠다"라고 공언했다.
이처럼 더욱 뚜렷한 친명 체제로 돌아온 당 지도부는 이 대표 체포동의안에 가결을 던진 일부 비명계를 솎아내는 것이 아닌, 오히려 원팀 기조를 강조하며 숨을 고르고 있는 모양새다. 내년 총선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강서구청 보궐선거를 코앞에 두고 있고 당장 설 연휴가 시작되는 만큼 잡음을 피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그러나 연휴와, 다음달 11일 치러지는 보궐선거가 끝나면 비명계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한다는 목소리가 거세질 수 있다. 일단 지도부를 위시한 친명계는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 투표를 '해당(害黨) 행위'로 간주하고 징계 카드까지 검토하고 있다. 또 체포동의안 가결에 대한 책임으로 당 사무총장이 사의를 표명하고, 지명직 최고위원이었던 송갑석 의원도 물러나면서 연휴 이후 당직개편도 예고된 상황이다. 빈자리들이 친명계로 채워진다면 당 장악력은 더욱 올라갈 것이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비명계가 받는 압박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비명계 김종민 의원은 전날 CBS 라디오에 출연해 "만약 우리가 똘똘 뭉쳐서 만장일치로 체포동의안을 부결시켰다면 이 대표와 당은 검찰로부터는 조금 해방됐겠지만, 어떻게 보면 국민들과 싸워야 하는 상황으로 총선까지 갔을 것이다. 이것은 제가 보기에는 옳지 않은 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와 관련해서는 "구속 리스크는 털어낸 것"이라며 "'이거 재판 갈 필요도 없다' 이런 정도까지는 아니다. 재판에 가서 이 문제에 대해 최종적으로 유무죄 다툼을 해야 하니까 성실하게 임해야 할 그런 숙제가 남아 있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