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노조의 '피켓 라인'에 모습을 드러냈다.
'피켓 라인'은 파업중인 노조원들이 노동 쟁의중 파업 이탈자를 감시하기 위해 회사앞에 모이는 것으로,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최대 자동차 제조업체에 반대하는 파업에서 아예 노조원들의 편에 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시간주 벨빌에 있는 GM(제너럴 모터스) 부품 공장에 모여있는 전미자동차노조(UAW) 회원들 앞에서 "여러분들은 지금 받는 급여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해 큰 환호를 이끌어냈다.
앞서 14만 6천여 명이 가입한 미국 최대 자동차 노조인 UAW는 이달 중순 '40%대 임금 인상'과 전기차 생산 확대 과정에서 고용 안정 강화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했다.
자타 공인 '친노조 성향'의 바이든 대통령이 UAW의 파업 현장을 찾는 것이 어쩌면 당연해보이기도 하지만, 상당한 위험 부담도 뒤따른다.
바이든 대통령은 재선을 노리면서 노조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와 함께 청정 에너지 확대 등 강력한 기후 위기 대응도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즉 '전기 자동차 보급 확대'를 강조해온 바이든 대통령과 이번 UAW의 파업 동기가 일정부분 괴리감이 있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은 UAW의 파업이 자신의 청정 에너지 정책의 핵심인 전기 자동차 생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하는 등 미묘한 노선을 걷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파업 장기화로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경우, 가뜩이나 경제 분야에서 후한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큰 부담이 될 수도 있다.
당장 이번 파업을 놓고도 미국 최대 재계 이익단체인 미국 상공회의소 의장이 "바이든 행정부의 친노조 정책이 불러온 결과이고, 미국 경제에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민주당 지지세가 강한 UAW도 내년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일단 유보하고 있는 상태다.
바이든 행정부가 전기차 육성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는 것에 대한 반감인 것이다.
연합뉴스트럼프 전 대통령도 오는 27일 미시간주의 UAW의 파업 현장을 찾을 예정이다. 사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보다 먼저 미시간주 방문을 예고한 바 있다.
자신의 방문을 하루 앞두고 바이든 대통령이 미시간을 찾은 것에 대해 불만을 표출해 온 트럼프측은 '바이든의 방문은 사진 찍기용'이라고 평가절하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기 자동차를 놓고 바이든 대통령과 UAW가 찜찜한 관계에 놓인 국면을 파고들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보급 확대 정책은 광기의 산물"이라며 내년 대선에서 자신이 승리하면 '전기차 전환 정책'을 폐기하겠다고도 했다.
물론 그렇다고 UAW가 트럼프쪽으로 기울어진 것도 아니다. 숀 페인 UAW 위원장은 최근 "노동자들을 희생시켜 도널드 트럼프 같은 사람들을 부유하게 만드는 경제와 억만장자 계층이 노조의 투쟁 대상이다"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처럼 전현직 대통령이 앞다퉈 자동차 노조의 표심을 잡기 위해 각축전을 벌이는 이유는 지난 두 차례 미 대선 때 미시간주가 이른바 '스윙 스테이트(swing state·경합주)'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미시간주는 미국 자동차 산업의 메카인 디트로이트가 있는 곳으로 지난 2016년 대선 때는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의 백인 노동자 계층을 대변하겠다던 트럼프에게 표를 몰아줬다.
하지만 2020년 대선 때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곳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3%p 차이의 신승을 거뒀다. 이때 출구조사에서 노조의 2/3가 바이든을 지지한 것으로 나왔다.
이래저래 민주·공화 모두에게 양보할 수 없는 격전지인 셈이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노조의 초청으로 미시간을 방문한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접근하지 말라'는 노조의 경고를 받고 있다.
이에따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는 27일 디트로이트 지역의 비노조 엔진 부품 공급업체에서 연설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