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쌍방울 대북송금 혐의 연루 의혹과 관련해 법원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진술의 증거 능력 여부에 대한 판단을 추후 내리기로 했다. 해당 진술 조서가 이 전 부지사 재판뿐 아니라 이재명 대표 수사에 있어서도 최대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사법부의 판단이 이 대표 수사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한 조처로 해석된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합의11부(신진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최근 재판에서 이 전 부지사 측은 검찰 피의자 신문조서가 증거로 채택되는 것을 두고 부동의 의사를 밝혔다. 앞서 법무법인 덕수 김형태 변호사가 부동의 취지 증거 인부서를 제출했을 때 부인했던 자신의 입장을 한 달 여 만에 뒤집은 것이다.
검찰은 앞서 지난 7월 대북송금과 관련해 모든 혐의를 부인하던 이 전 부지사가 입장을 일부 번복한 진술 조서를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 이 조서에는 이재명 대표와 대북송금 사이 연관성을 시인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 전 부지사는 이달 7일 새로 선임한 김광민 변호사를 통해 언론에 자신의 진술에 임의성(자율성)이 부족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검찰로부터 지속적인 압박을 받으면서 이재명 지사가 관련된 것처럼 허위 진술을 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의 진술조서를 증거로 채택할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일단 보류했다. 해당 서류증거(서증)에 대한 조사를 먼저 진행한 뒤 증거인부 판단을 하겠다는 취지다. 이 전 부지사의 입장이 바뀐 것과 관련해 재판부가 재차 판단을 할 여지를 둔 셈이다.
법조계에선 만일 법원이 이 전 부지사의 검찰 진술조서를 증거로 채택했다면 관련 문건이 이 대표의 검찰 수사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본다. 반대로 재판부가 검찰 측의 증거 신청을 기각했더라도 수사 동력을 떨어트리는 결과로 이어졌을 수 있다. 법원이 당장은 이 전 부지사 진술의 증거 능력에 대해 판단을 보류함으로써 이 대표 수사에 대한 중립성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2차 조사 마치고 나오는 이재명 대표. 연합뉴스
검찰은 이르면 이번주 내로 백현동 개발 의혹과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을 합쳐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대표의 신병 확보에 나서면서도 이 전 부지사의 진술 조서를 주요 정황 증거로 활용할 전망이다.
우선 이 전 부지사는 검찰 조사에서 2019년 7월과 12월 두 차례에 걸쳐 이 대표에게 쌍방울의 대북송금을 보고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가 자신의 방북비용 대납 사실을 사전·사후적으로 인지하고 관여했거나 적어도 묵인한 정황을 검찰이 잡은 셈이다. 해당 정황을 사실로 받아들일 경우 "대북송금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이 대표 측 주장이 설득력을 잃는 대목이다.
검찰은 이 전 부지사의 진술조서를 둘러싼 이 대표와 민주당 측의 대응에 관해서도 시간 순으로 차분히 정리하면서 구속영장에 반영할 근거로 활용할 방법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지사가 법무법인 해광 등 입회 하에 이 대표의 대북송금 인지를 시인하는 취지의 진술을 검찰에 했고 그 이후 일련의 '진술 번복' 과정에서 벌어진 민주당 측의 사법방해 행위가 이 대표의 증거인멸 정황과 상당 부분 맞닿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검찰은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 전 부지사 재판이 한달 넘게 공전한 배경에 민주당 측의 고의적인 사법방해 행위가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전 부지사가 이 대표의 제3자 뇌물 혐의과 관련한 진술을 한 뒤 변호인 불출석이나 해임 논란 등 이례적인 일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만일 이 전 부지사 재판의 지연 등에 이 대표나 민주당 차원에서의 조직적인 개입이 있었다면 이는 증거인멸의 유력한 정황이 된다. 검찰은 수사 기록 등이 유출된 혐의로도 이 전 부지사 변호인을 수사한 바 있다. 또 재판 지연 행위와 관련해 대표적인 민주당 내 친명계인 박찬대 최고위원이나 천준호 의원을 수사 선상에 올리고 소환 조사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