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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고선웅 연출 "카르멘은 바람둥이 아닌 스토킹 피해자"



공연/전시

    [EN:터뷰]고선웅 연출 "카르멘은 바람둥이 아닌 스토킹 피해자"

    연극 '카르멘'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서 9월 8일부터 10월 1일까지

    연극 '카르멘'의 고선웅 연출(가장 왼쪽)과 주연배우들. 서울시극단 제공 연극 '카르멘'의 고선웅 연출(맨 왼쪽)과 주연배우들. 서울시극단 제공 "내가 아는 건 죽을 때까지 널 따라다닌다는 거야."(극중 돈 호세)
    "발에 맞지 않는 구두는 싫어."(극중 카르멘)

    고선웅 서울시극단장이 각색·연출한 연극 '카르멘'은 매력적인 집시 여인 카르멘과 병사 돈 호세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를 동시대적 감수성으로 재해석했다.

    이 작품은 카르멘을 '바람둥이 여자'로, 돈 호세를 팜므파탈에게 놀아난 '불쌍한 남자'로 그리는 여느 작품과 달리 각각 끔찍한 스토킹 피해자와 집요한 스토커로 바라본다.

    고선웅 연출은 8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카르멘은 크게 잘못하지 않았고 돈 호세는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는 메시지에 관객들이 공감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했다. 카르멘을 재조명해서 그의 명예가 회복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극중 돈 호세는 자유롭고 솔직한 카르멘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카르멘에게 집착하다가 결국 살해한다.

    고 연출은 "마지막 장면에서 돈 호세가 카르멘을 죽이고 난 후 '내가 카르멘을 가졌다'고 외친다. 집착으로 광증에 사로잡힌 돈 호세의 모습을 통해 (스토킹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싶었다"고 말했다.

    돈 호세를 연기하는 김병희 역시 "사랑은 상대를 아껴주고 귀하게 여겨주는 것이다. 돈 호세는 상대를 아프게 했기 때문에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라며 "돈 호세가 처했던 상황에 집중하면 연민이 느껴지지만 그의 선택이 옳다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카르멘은 자유를 갈구하는 주체적 여성으로 그려진다. "어차피 내가 갈 길, 뒷걸음질은 싫어"라고 외친다. 돈 호세가 '당신이 먼저 유혹했다'고 힐난하자 "네가 넘어왔잖아"라고 받아친다. 카르멘 역의 서지우는 "자유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러한 노력이 관객에게 제대로 전달되길 바란다"고 했다.

    고선웅 연출. 서울시극단 제공 고선웅 연출. 서울시극단 제공 연극은 프로스페르 메리메의 1845년 원작 소설과 30년 뒤 발표된 조르주 비제의 오페라 대본이 섞여 있다. 원작에는 등장하지만 오페라 대본에는 없는 카르멘의 전 남편 가르시아와 카르멘의 새로운 사랑 상대인 투우사 에스까미오의 비중을 높인 점도 눈에 띈다. 카르멘을 둘러싼 여러 유형의 남성을 보여줘 돈 호세의 뒤틀린 집착을 선명하게 하려는 의도다.

    이 작품은 고 연출의 각색을 통해 시(詩)극으로 탈바꿈했다. 그는 "대사를 시 낭송하는 것처럼 하면 연극의 맛이 날 것 같았다"며 "자연스러움만으로는 무대를 채울 수 없다. 이렇게 하면 문학적 향취가 느껴지고 연극의 존재 이유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에스까미오 역은 강신구(서울시극단), 미카엘라 역은 최나라(서울시극단), 카르시아 역은 장재호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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